대제국 러시아가 몰락의 징조를 보이던, 그러나 아직은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19세기 말.
모스크바에서 자동 벌목기를 개발하던 더글러스 맥크라켄은 황제의 동생이자 군부의 실력자인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대공의 후원을 얻어내기 위해 로비스트(?) 제인 캘러한을 고용한다.
제인은 먼저 사관학교의 라들로프 장군에게 접근하지만 그 전후로 예술을 사랑하는 젊은 생도
톨스토이와 얽히고 이 셋 사이의 묘한 기류가 점점 심각한 삼각 관계로 발전하는 가운데,
벌목기를 시운전한 맥크라켄은 자신의 기계를 'The Barber of Siberia' 라고 이름붙였다...

소련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20세기 말 러시아의 급격한 개방은 철의 장막 속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모스크바를 드디어 영화 속으로 초대하기에 이르렀다. 눈이 쌓인 이국적인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동안 잊혀졌던 러시아 특유의 로맨스를 불러내어 각색한 "시베리아의 이발사".
극중 모차르트가 중요 매개체이기도 하고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따온 제목이 분명하건만
국내 제목은 "러브 오브 시베리아"가 되면서 졸지에 혹독한 시베리아의 유배지에서 연인들이
얼어죽는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으나 영화 속 배경의 절대적 대부분은 모스크바라는 거!
시베리아는 에필로그에나 잠깐 나온다는 거!
어쨌거나 러시아,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미국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 다국적 영화는 고전적인
각본을 고전적으로 연출했지만 그 고전적인 분위기가 갖는 고전적이고 보편적인 느낌과 함께(??)
그동안 서구 스튜디오들이 러시아 제국을 묘사할 때 어설픈 세트나 배경 그림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을 현지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함으로써 러시아와 모스크바의 매력적인 풍경을
널리 알리는데 기여했고, 거기에 매료된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 여행을 꿈꾸게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는 1885년의 모스크바! 두근두근!

크렘린의 서쪽 벽을 바라보는 모스크바의 거리~

부활의 문을 썰매를 타고 통과하다닛! 마네쥐 광장은 주코프 동상 때문에 못나왔나?

눈이 쌓인 붉은 광장과 지금처럼 새끈하지 않아 본래 연식이 느껴지는 성 바실리 성당.

얼어붙은 노보데비치 호수를 광장 삼아 모여든 사람들의 축제

지금도 다소 이런 분위기를 상상하고 모스크바에 가지만 현실은 그냥 현대 대도시라는 거~

하이라이트! 크렘린 궁에서의 장교 임관식!

성당 광장에 도열한 예비 장교들.

이반 종탑에서 타종수가 헐레벌떡 준비를 하고...

뒤로 보이는 블라고베셴스크 대성당, 그라노비타야 궁전, 그리고 뒤에 펼쳐진 크렘린 대궁전.

당시 러시아 상황이 막장 직전이었을텐데도 최소한 외관은 잘 유지하고 있었구만.

그리고 등장하는 차르 알렉산드르 3세!

풍성한 수염 덕이 크겠지만 의외로 높은 싱크로를 보인 차르 역은 감독 니키타 미할코프 본인!
앞에 앉힌 꼬마아이는 아마도 막내 아들 미하일?

생도들의 분열이 시작되고...

차르의 훈시와 함께 건배!

졸업(임관) 후 모자를 던지며 좋아하는건 만국 공통인가~
급변하던 정세 속에 소련 이전의 제국 시절 러시아는 그렇게 무시무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붉은 벽 뒤의 크렘린도 아름다운 곳이라는 것을 알려준 영화.
이 영화를 본 이여 러시아에 가라~ 러시아를 다녀온 이여 이 영화를 보라~~
붉은 광장의 얼굴들
가랏 크렘린! 차르 캐논!!
덧글
그러나 서로간에 특히 짜르, 영국왕하고 카이저 간 사이가 많이 안좋아서 1차대전 발발 원인중 하나... 1차대전 결과로 대부분 왕족이 몰락했으니 자업자득?
알렉산드르 3세의 아들이자 마지막 차르인 니콜라이 2세의 경우 사촌형인 영국의 조지 5세와 복사기 수준으로 닮았었죠?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