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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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왕이 아니었더라면 by glasmoon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이성간의(동성도 마찬가지겠지만) 만남이 시작되고 나아가는데 있어
두 사람의 고유한 성질만큼이나 중요한 문제가 그 둘이 만난 때와 장소라는 것은 확실하다.


마약왕이 되려는 자와 보스의 애인으로 만나 지극히 우스꽝스러운 댄스 장면을 만들었던,
결국 화려하게 맺어지긴 했으되 오래지않아 더 요란한 파국으로 치달았던 이 두 사람이


형기를 마치고 갓 출소하여 구직하는 남자와 꿈을 잃고 힘겹게 버텨가는 여자로 만났더라면,
나이는 먹고 가진건 없고 지지리 궁상인 환경에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었을까.


게리 마샬의 1991년작 "프랭키와 쟈니". 여기에서 남자는 마약 근처에도 가지 않은 잡범(?)이고
여자 또한 한숨과 함께 시들어가는 (하지만 그게 미셸 파이퍼라는데서 그닥 설득력은;) 처지이나
이 둘이 한 화면에서 나란이 등장할 때, 두 사람이 처음 만나 강렬한 인상을 발산했던 8년 전의
"스카페이스"를 떠올리지 않기란 도통 쉽지 않다. 물론 이 두 연기 장인의 열연은 그걸 금새 잊고
빠져들게 하지만 엔드 크래딧이 올라갈 즈음 두 사람의 운명을 생각하게 되는 것 또한 인지상정.

"프리티 우먼", "프린세스 다이어리" 등 할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게리 마샬의 작품이나
양쪽 간에 신분 또는 재력 등의 현격한 차이를 동반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주를 이루는 장르에서
남자와 여자 모두 나이를 먹고 바깥으로 밀려난 처지라는게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이 된다.
심지어 둘의 주변 인물들도 한결같이 늙었거나 병들었거나 성소수자거나 하는 아웃사이더 일색.
동성애를 다룬 최초의 메이저 영화 중 하나인 "필라델피아"가 이 작품보다 2년 늦게 개봉했음을
감안한다면 꽤나 과감한 시도였다 해도 좋겠지.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답게 무난한 해피 엔딩으로
향하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많은 사람들을 비추는 마지막 장면은 상당한 여운을 남긴다.


내가 아는 알 파치노의 연기 인생 가장 달달한 장면. 나도 감자로 장미 깎는 법 좀 배워볼까보다.


불멸의 마약왕
마약왕 그 이후

덧글

  • 동사서독 2019/01/23 20:45 # 답글

    주윤발 종초홍 주연이었던 '가을날의 동화'란 영화가 문득 생각나네요. 대부, 스카페이스, 칼리토의 알파치노, 영웅본색, 첩혈쌍웅, 용호풍운의 주윤발...
  • glasmoon 2019/01/24 14:48 #

    주윤발의 의외의(?) 멜로 드라마라는 점에서 과연 같은 맥락이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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