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그러나 동서 교류의 기미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80년대 중반.
미국과 소련의 친선 복싱 경기에서 록키를 대신해 링에 오른 친우이자 라이벌 아폴로 크리드는
소련이 최첨단 과학과 현대식 훈련 방법으로 만들어낸 복싱 머신 이반 드라고에게 일방적으로
몰린 끝에 경기에서 패한 뒤 목숨을 잃고 만다. 친구의 죽음으로 자책과 분노에 휩싸인 록키는
복수를 다짐하며 모스크바로 향하고, 드라고 역시 더욱 철두철미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데...

하늘로 솟아오르는 듯한 역동성, 근육질의 아름다운 몸에 흐르는 땀과 얼굴을 채운 순간의 표정,
성의처럼 어깨 위로 두른 깃발과 머리 뒤로 비치는 후광까지 이는 그야말로 종교 성화가 아닌가!
10여년 전 "록키 발보아"로 오래된 시리즈가 마지막 최종장을 더없이 훌륭하게 마무리지은 뒤
DVD 박스 세트를 구입한 것은 다분히 충동적이었으나 감상 결과 또한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전설의 1편, 잘 봐줘야 2편까지, 그리고 발보아, 나머지 미만잡이라는 오래된 기억과 달리
3편과 4편 또한 나름의 재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던 것이다. (하아 5편은 차마 실드 칠 수가 없네)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당시 노골적인 미국 찬양에 욕은 할지 몰라도 재미가 없다고는 하지 못했을,
그리고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이미지로 뇌리에 박혔을 오락성의 극치 "록키 IV"!

그 강렬한 이미지에는 록키도 록키지만 그가 상대했던 최강의 적수 이반 드라고의 몫 또한 크다.
2미터에 가까운 그야말로 산과 같은 피지컬에다 감정 표현과 심적 동요가 없는 로봇같은 멘탈,
그리고 그를 더욱 가다듬는 소련의 최첨단(...) 훈련 방법은 그야말로 인간의 수준이 아니었으며
그러한 그가 아폴로와 록키를 쉴새 없이 두들기며 코너로 몰아넣는 장면은 충격과 공포 자체였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이니 결말은 정해져있다 해도 그 과정의 묘사가 너무나 노골적으로 미국
우월주의를 외치는지라 당시엔 껄끄러웠지만 냉전이 끝난지도 어언 30년 가까이가 흘러 한 발
떨어져서 볼 수 있게 된 지금으로서는 이 또한 시대와 역사가 남긴 한바탕 코미디일지니.
이 시기 돌프 룬드그렌이 "레드 스콜피온", "유니버설 솔져" 등 비슷한 영화의 비슷한 캐릭터로
소모되면서 평생 이반 드라고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은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나
아직까지도 '러시아' 하면 떠올리는 우월한 신체의 거한과 그를 조련(?)하는 얼음 미녀의 페어를
확립시켰고 또 그 때의 강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십 수 년이 지난 뒤 이렇게 속편에 출연하게
되었으니 과연 룬드그렌의 생애의 캐릭터로 칭하는데 부족함이 없겠다.

하여간 전편 "크리드"가 국내에서 개봉하지 못했음에도 이렇게 2편 개봉이 성사되는 걸 보면
국내 극장가에서도 팬들에게 남은 록키 4편의 잔상이 아직 유효하다고 보는 건지 어떤 건지.
"크리드 2" 개봉을 맞아 4편만 쏙 골라보았더니 역시 뒷맛이 텁텁한게 주말에 정주행 할 각이다.
덧: 돌아보니 근 한 달간 모형 포스팅만 줄창;; 영화 정리도 빼먹고;;; 제정신이 아니구나;;;;
킬몽거 전생의 복서, 크리드
덧글
이기분을 죽 느끼시라고 동영상 올려드립니다.
https://youtu.be/yL3lJfpenAc
크리드 2편은 저로서는 기대에 충족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록키 4편을 무난하게 다시 각색한 정도?
다른건 몰라도 돌프 룬드그렌 캐스팅은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