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드 2" 때문에 록키 4편을 되돌아보고, 결국 록키 시리즈 정주행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대략 한 10년 만이지 싶은데, 록키 1편도 참 볼 때마다 또 다른게 보이는 영화들 중 하나더라구요.
익히 알려진 아드리안과의 만남이나 스케이트장 데이트, 체육관 미키 관장에게 쏟아붓는 한풀이,
아폴로의 도발과 정육점 트레이닝, 마지막 대결과 엔딩같은 장면은 머리 속에 사진이 되었는데,
이제는 그 외의 다른 장면들이 더 가슴에 들어옵니다.

수금을 못하면 손가락을 부러뜨리라는 지시를 어겼다고 동네 마피아에게 쓴소리 듣는 장면이나

건달들과 어울리는 이웃 소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가 도리어 손가락 욕 들어먹는 장면 말이죠.
'그래 내 주제에 앞가림도 못하면서 뭐나 된다고 참견이냐 참견은' 식의 자조섞인 혼잣말과 함께,
등을 돌리고 걸어가다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는 그 모습이란. 쓸쓸하게 깔리는 음악도 더불어.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계단 장면도 록키 테마가 울려퍼지며 팔을 번쩍 올리는 유명한 그 장면보다
그에 앞서 트레이닝을 시작할 때 나왔던, 숨을 헐떡이며 옆구리 통증에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먼저의 장면이 더 애잔하게 다가오더라구요.
천성이 착해 악행을 못하고, 무언가 하나의 자질은 가졌으나, 고달픈 삶 속에 모든건 희미해지고
밑바닥 인생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러나 단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그런 모습이 이후의 평범한 속편들과 달리 "록키" 1편이 영화사에 남은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제가 그새 나이를 더 먹어버린 건가??
최강의 도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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