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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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대미궁 탐험 by glasmoon


이제 곧 다녀온지 한 해가 다 되어가는 가운데(...) 두 달만에 돌아온 러시아 여행기입니다.
사실 이렇게 오래 포스팅을 쉬고 있었던데는 핑계가 있으니, 자료 조사하다 나가떨어졌거든요.
이번에 이야기할 꺼리가 모스크바의 대미궁, 방대한 규모의 지하철이다보니~



결국 제가 지나가며 흘깃 본 것에 대충 주워들은 내용을 끼얹은 부실한 포스팅이 예상되는데...
실은 모스크바로 가기 전에 그와 흡사한 러시아의 지하철은 이미 한 번 만났더랬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페테르고프(여름궁전)로 가는 길에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했거든요.



이 때는 전혀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시에 타게 된 터라 더욱 놀라웠었죠.
러시아 제국 양식과 소비에트 양식이 결합한 저 화려한 기둥과 장식들! 번쩍이는 샹들리에들!
그리고 대전기 전차의 주조 장갑을 방불케하는 저 곡면과 투박함의 차량들!!



게다가 지상으로 올라가는 역사는 어찌나 웅장한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잘못 온줄 알았죠.
서울 구경 처음 온 촌X마냥 입을 딱 벌리고 여기저기 기웃기웃~



실제로 밖에서 보아도 러시아가 생소한 관광객이라면 '이게 지하철역이야?' 하게 생겼죠.
아무튼 강렬한 첫인상을 부여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아브토보(Автово) 역에 이어...



모스크바에서 본격적인 지하 대미궁 탐험을 시작합니닷. 아니 따로 시작할 것도 없이,
모스크바에 도착한 레닌그라드 역(왼쪽)과 야로슬라블 역(오른쪽) 사이 가운데 판테온처럼
큰 돔과 열주를 가진 화려한 건물이 콤소몰스카야( Комсомо́льская) 지하철역이더라구요.
러시아에서는 지하철역이 기차역보다 더 웅장하고 화려합니다??



모스크바 지하철은 둥근 순환선 두 개와 다수의 방사선 노선이라는 알기 쉬운 구성을 가집니다.
1935년 처음 개통된 이래 방대한 규모와 막대한 이용객으로 유명한 모스크바의 명물이죠.
만약 모스크바에 가본 적이 없어도 이 노선도가 친숙하다면, 그렇다면 당신은 바로...



모스크바 지하철 공식 가이드북(...)인 "메트로 2033"과 "2034", 혹은 관련 게임을 해보셨을 터?
실제로 저 소설(과 게임)이 히트한 뒤 모스크바 지하철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는 소식이;;
그나저나 마지막 권인 "메트로 2035"는 언제쯤에나 정발로 나올지 모르겠네요.



역 내부를 장식한 노동하는 인민을 묘사한 타일화에서 구 소련의 향기가 확~



익히 알려진 것처럼 모스크바의 지하철은 땅 속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매~우 깊습니다.
깊다는게 왜곡되어 깊이가 100미터는 기본으로 찍는다고 왕왕 알려졌는데 그 정도는 아니고,
가장 깊은 파크 포베디(Парк Победы) 역이 84미터이며 대체로 40~50미터 안팎라는군요.
서울에서 가장 깊은 걸로 유명한 7호선 숭실대입구역이 40미터 조금 넘으니까 그 정도가
평균이고 깊은 역들은 그 두 배 가까이 되는 걸로 생각하면 이해에 도움이 될...까요?
게다가 보통 역사가 지하 1층에 있고 승강장까지는 또 지하 여러 층을 통과하여 내려가는
서울의 지하철과 달리 모스크바 지하철은 역사가 지상에 있으며 지하 깊숙한 승강장 사이를
기나긴 에스컬레이터가 한 방에 연결하니 더욱 깊어 보일 수 밖에요.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인 셈인데, 이거 정전되면 어쩌나? 아니 그보다 제대로 구르면 사망 확정!!??



어쨌든 이러저러해서 모스크바에 오자마자 숙소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기차역만 세 곳이 밀집한 교통의 요지 콤소몰스카야 역은 내부가 화려하기로도 유명한데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본 것보다 어째 못하다 했더니 콤소몰스카야 역이 환승역이여서
화려하고 유명한건 콜체바야 노선의 역이고 제가 탄 건 소콜니체스카야 노선이라고. -,.-



지하철역 플랫폼에는 그 끝에 숫자 전광판이 있더군요. 왼쪽 여섯 자리는 시계가 맞는데
오른쪽 세 자리는 뭔가 한참 봤더니 직전 열차가 발차한 뒤로 경과한 시간을 표시합니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전동차가 문을 닫고 출발한지 12초가 지난 상황이라는 뜻.
구 소련의 영향을 받은 동구권 국가들의 지하철에는 대부분 이렇게 표시하고 있다는데...
사실 배차 간격이 아주 짧은 모스크바에서는 이런게 과연 필요할까 싶어요?
제 경험상 길어봐야 2분 안에 다음 차가 오고, 출퇴근 시간에는 40초대(...)까지 끊는다니;;;
이거 여차하면 연쇄 추돌 사태가!!??



나름 현대화 개장(?)을 거쳤다지만, 전동차는 외부만큼이나 내부 또한 구식 티가 역력합니다.
구 소련답게 1976년에 개발된 것을 오래오래 생산해서 지금까지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최근에는 신형 전동차들도 투입되고 있다는데 제가 있는 동안에는 한번도 보질 못했군요.
그런 주제(?)에 가속이나 감속은 매우 빠르고, 특히 문이 닫히는 강도와 속도도 인정사정 없어서
서울에서처럼 문이 닫히는 타이밍에 뛰어들었다가는 어디 뼈 하나 부러지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 대체 모스크바 지하철은 조심해야할 위험 요소가 얼마나 많은거냐;;;



근데 차량 사이를 가만히 보니, 가운데 문이 있고 양쪽에 창문이 있는게 뭐가 딱 생각나는??



서울 지하철 1호선의 구식 전동차, 그러니까 1000호대 초저항 전동차가 딱 이렇게 생겼더랬죠.
1호선이 1974년에 개통되었으니까 연식도 비슷한게 그 무렵엔 이런 디자인이 주류였던 듯.
네 이 전동차 보고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면 연식 인증하신 겁니다~



모스크바 지하철 역사들은은 당시 인민을 위한 시설이라는 명분에다 체제 선전의 효과를 겸해
각 역마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또 저마다 화려하게 치장된 모습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소련 시절부터 외국 관광객이 오면 선전과 자랑을 겸해 지하철 관광을 시켜줄 정도였다 하죠.
그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이름난 역들이 있는데, 일정과 경로상 제가 다 돌아볼 수는 없었고,
오다가다 범위 안에 있는 역들은 잠깐이라도 찾아 사진 한 장씩 찍어보았습니다.
제일 먼저의 이 곳은 마야콥스카야(Маяковская) 역.



모스크바 지하철 역들은 주변의 지리보다 러시아(소련)의 인물이나 지명을 딴 이름이 많습니다.
체홉스카야, 도스토옙스카야, 푸시킨스카야, 쿠투좁스카야, 스몰렌스카야, 벨로루스스카야 등등~
이 역 또한 시인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Влади́мир Маяко́вский)를 가리키는 것이죠.
역 바깥에는 마야콥스키의 거대한 전신상이 있다는데 플랫폼만 잠깐 둘러본 거라 보지 못했;;;
매우 깔끔하고 단아한 천정의 조명과 장식이 인상적인데, 그 가운데에는 당시 소련의 발전상을
나타내는 타일화가 하나씩 들어가 있습니다. 사진에 찍힌건 날아오르는 수송기(폭격기).



다음에 들린 곳은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을 찾을때 거쳤던 베데엔하(ВДНХ) 역입니다.
국가 경제 성과 전람회(Выставка достижений народного хозяйства)의 약어로
80여개의 전시관에 러시아(과거 소련) 경제 거의 전 부문의 제품을 소개하는 거대한 공간이지만
다른건 됐고(...) 사진에서 보이듯 바로 옆에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이 있죠. 아아 좋았는데~



거창한 이름에 비하면 바깥의 역사나 아래의 플랫폼이나 비교적 소박하고 아담한 분위기이지만
이 역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위에 언급한 "메트로 2033"의 주인공 아르티옴의 고향 역이자
모든 여행의 시발점이 된 곳이라는 거죠. 소설의 팬들에게는 순례해야 할 성지..일까나??



얼굴만 동양인으로 바꾸면 딱 북한의 선전화가 될, 그러나 매우 잘 그린 벽화가 있는 이 곳은
키옙스카야(Киевская) 역입니다. 키예프가 있는 우크라이나와는 이제 앙숙이 된 참이지만
그래도 역명은 존속하고 있군요. ^^



대부분 섬 식인 플랫폼의 구조는 대동소이함에도 키옙스카야 역의 장식은 정말 화려합니다.
인민과 군을 대상으로 한 그림들의 배경에는 정교회 성화들처럼 금박 모자이크를 넣었네요.



붉은 광장 인근의 혁명 광장(Площадь Революции) 역은 한술 더 떠 동상으로 채웠더라구요.
아치 하나에 두 개씩, 레일을 따라 좌우로 두 열이니 대체 이게 전부 몇 개야;;
동상들 중 몇 개는 특정 부위가 손을 타 반질반질 빛나고 있는데 주로 행운을 가져온다던가
하는 식의 속설이겠지만, 이 동상의 무릎은 관절염에 효과가 있다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바깥으로 드나든 얼마 되지 않는 역들 중에서도 참 할 말이 없었던 1층 역사 출입구입니다.
세계 최강의 천조국과 자웅을 겨루었던 유일한 나라의 위상은 거저 오는게 아닌 듯. -,.-



처음으로 지상의 거리와 이름이 같은,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자를 상징하고 기린다는 뜻도 되는
마르크시스츠카야(Марксистская) 역은 도심 부근의 역으로는 특이하게 모던한 분위기네요.



특히 레일 위의 조명이 매우 인상적인데... 혁명 이상의 날카로운 순수함을 상징하는지는 몰라도
만에 하나 떨어지는 날에는 꼭 피를 볼 것 같습니다? 희생 없는 혁명은 없다는 건가?? ^^;;



대리석과 부조로 뒤덮인 노보쿠즈네츠카야(Новокузнецкая) 역은 제가 본 역들 중에서도
특히 어딘가의 궁전이나 미술관 같은 분위기였죠.



환승 통로 한 켠에 있던 벽화. 혁명의 기운이 끓어오릅니다?



설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죠? 간만에 길게 포스팅하려니 저도 힘드네요. =ㅁ=
마지막 타간스카야(Таганская) 역은 중세 성당 천장의 볼트처럼 교차하는 선들 안으로
병사들의 얼굴 부조를 넣었는데 파란 칠과 화려한 무늬 때문인지 얼핏 프랑스 느낌이~



제가 본 역은 여기까지였죠. 모스크바의 지하철 노선과 역은 지금도 계속 생겨나고 있고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역 또한 전통을 따라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특히 근래에 개통된 역들 중에는 조명 장치를 이용하여 인상을 주는 곳도 많다던데...
글쎄요. 제가 모스크바에 다시 갈 기회가 올지 어떨지??


모스크바의 칠공주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
붉은 광장의 얼굴들
가랏 크렘린! 차르 캐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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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러시아에서 사랑을 담아 2019-08-22 18:49:14 #

    ... 대륙의 분수 궁전, 페테르고프 페테르부르크의 도스토옙스키 오로라와 크루즈를 모스크바의 칠공주 쏘아랏! 모스크바 우주 박물관 붉은 광장의 얼굴들 가랏 크렘린! 차르 캐논!! 모스크바 대미궁 탐험 레핀과 브루벨 헬싱키 대성당과 우스펜스키 대성당 침묵의 교회와 암석의 교회 피의 구원 성당과 카잔 대성당 성 이사악 대성당과 페트로파블롭스키 성당 테트리스의 그곳, ... more

덧글

  • 두드리자 2019/03/15 22:57 # 삭제 답글

    러시아답게 너무 크군요. 지하철 한 번 타려면 엄청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정차할 곳은 마야콥스카야 궁입니다. 다음 정차할 곳은 트베르스카야 궁입니다.)
  • glasmoon 2019/03/18 13:39 #

    대개 1층 역사 개찰구부터 최하층 플랫폼까지 긴~ 에스컬레이터가 관통하고 있어서 걷는 거리는 의외로 얼마 안됩니다?
  • 알렉세이 2019/03/16 21:08 # 답글

    역 하나 하나가 예술이군요
  • glasmoon 2019/03/18 13:40 #

    모르긴 몰라도 지하철 역사 설계하고 장식하는 부서가 따로 크게 있을것 같습니다?
  • muhyang 2019/03/16 21:40 # 답글

    러시아가 워낙에 인명에서 따온 가로나 광장이 많아서 그런가 역명도 그런 게 많죠.
    만약 거리 이름에서 못 찾으셨다면 그 위에 광장이나 공원같은 게 있습니다. 키예프나 벨라루스는 철도역이고요.

    개인적으로 러시아 지하철의 하이라이트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크린도어였습니다. 페르시아 왕자 생각이 나더군요 (...)
  • 라비안로즈 2019/03/17 10:11 #

    페르시아 왕자가 생각난다면 얼마나 빨리 닫힌다는건지.. ㅡㅡ;;;;;
  • muhyang 2019/03/17 14:50 #

  • glasmoon 2019/03/18 13:44 #

    아하 철도역 생각을 못했네요! 그랬구나~
    페테르부르크에는 스크린도어도 있었군요? 전 딱 페테르고프 갈 때 딱 한 번 타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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