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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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4; 남원에선 모카 한 잔을 by glasmoon



4월의 제주 올레 걷기, 지난번 3 코스에 이어 이번에는 4 코스의 차례입니다.
전날 썰물에 바닥이 드러나 걸어서 건너온 표선 해변이 다음날 아침에는 바다로 돌아와 있네요.
지나서 생각해보니 건너다 물 들어오기 시작하면 어쩌려고 그랬나 조금 아찔해집니다 아하하;;



어쨌든 4코스 출발!



제주 올레 4 코스는 표선에서 남원까지 해변을 따라가는 평이한 경로.



...인줄 알았는데 표지를 따라가보니 이런 해변 자갈밭으로 들어가라네요?



'표선 당케포구'라는 푯말이 박힌, 정말 제주 외엔 국내 어디에도 없을 독특한 길이죠.
당캐(혹은 당케)가 무슨 말인가 찾아봤더니, 물론 독일의 누가 와서 인사하고 갔다는건 아니고,
'신당(神堂)이 있는 바닷가' 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부근에 설문대할망당이라는 신당이 있다고.



제주의 해안을 만끽하다 걷다보니 밥 때가 되어 점심을 먹으러 들어갑니다.



보말국수와 탕수육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이었는데, 맛이 나쁘진 않았지만 딱히 추천하기엔 좀?
요즘은 제주의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관광객을 상대하는 곳은 가격이 워낙 높아놔서;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하니 깨끗하게 정비되어 아름다운 토산산책로로 이어집니다.
이 바로 안쪽이 대명 리조트여서 그쪽에서 같이 관리하는 듯.



발소리를 듣고 달려나온 부근 카페의 강아지와도 잠시 놀아주구요.



올레 길이 토산2리 사무소를 지나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여느 마을처럼 주민의 묘가 아니라
아마도 이 마을 출신인 듯한 재일 교포들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오른편에 빼곡한 글자가 박힌 4.3 유적지 표지. 48년 당시 이 마을의 청장년 전부와
몇몇 처녀들이 끌려가 3 코스 말미에서 본 표선 해변에서 처형되고 처녀 한 명만이 살아왔다고.



길은 작지만 오래된 숲 속으로 잠시 이어집니다. 이 나무들은 그 일을 보았겠군요.



신흥리에서 다시 바다쪽으로 나와 걷다가 간만에 카페가 나타나기에 잠시 쉴 겸 들어갔습니다.
음... 그런데 이 카페 왠지 낯이 익은데..??



아하, 몇 해 전 모 커피 브랜드의 광고에 등장했던 곳이로군요.
광고에 출연했던 김우빈은 한참 뜨던 타이밍에 병을 얻었던 걸로 아는데 좋아지는지 어떤지.



내부는 (자세히 기억하고있진 않지만) 광고 때의 이미지와 달리 완전 복고 분위기입니다.
용케 구했네 싶은 골동품들이 가득하네요. '마음이 시키는 일만 하기로 했다'는 네온이 인상적.



가게 한 켠에 놓인, 주인장이 펴내셨다는 책을 열어보니 대강의 사연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주가 재발견되던 시기에 카페를 낸 게 눈에 띄어 광고에도 나오고 지금가지 이어져온 듯.



이렇게 물 좋고 볕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많은 분들이 제주살이에 도전하셨죠. 물론 어딜가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모양입니다마는.



아무튼 예정에 없던 네임드(?) 카페에서 충분히 쉰 뒤 목적지인 남원 읍내를 향합니다.
그런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바람도 심상치 않네요. 일기예보에 비가 있다더니 역시나.



그래도 비가 내리기 직전에 코스의 종착지에 도착했습니다.
딱 4년 전, 엉겁결에 제주 올레를 처음 시작했던 바로 그곳이로군요. 그 새 많이도 왔구나.



숙소에서 씻고 쉬다 비도 그치고 밥 때도 됐길래 제주에서 빠질 수 없는 고기를 먹으러 갑니다.
경험상 관광객 상대의 거창한 곳들은 별로라 현지인이 추천한 숙소 근처의 곳으로 고고~



역시 경험상, 제 둔감한 혀로는 흑돼지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기에 그냥 백돼지를 시켰죠.
오 근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거봐 역시 흑돼지나 백돼지나 사육 환경이 중요한 거라니까??
하며 쓱싹 먹어치우고 의기양양하게 계산대에 가니 주문이 잘못 들어가 흑돼지가 나왔다고;;;
흑돼지와 백돼지에 맛의 차이가 있는지는 다음 번에 마저 알아보기로 합시다. -,.-



이틀 걸었다고 숙소에서 널부러져있다 뭔가 살짝 아쉬워 과자와 맥주를 사왔습니다.
제가 제주에 발이 뜸한 수제 맥주 회사가 생겼다고 듣긴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네요. *ㅁ*
백록담이라는 맥주도 있던데... 음 그건 흑/백돼지와 함께 역시 다음 번에 마저 알아보기로~

언젠가는 계절마다 한 번씩 제주에 네 번 갔던 해도 있었건만 근래 제가 너무 홀대했네요.
이제 제주 붐도 예전같지 않다고들 합니다만 그래도 제주 걷기는 언제나 옳습니다. ^^


제주 올레 #3; 걸어서 건너는 바다
제주 올레 #6 #7; 먹고 죽자
제주 올레 #1 #2; 성산일출봉 스페셜
제주 올레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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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8
제주 올레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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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요 2019/04/25 08:02 # 답글

    ㅋㅋㅋ 백돼지 흑돼지 부분 읽다 빵터졌습니다.
  • glasmoon 2019/04/25 15:36 #

    결과적으로는 흑돼지를 싸게 먹은 셈이 되긴 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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