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 성당 여행 #076 당진 솔뫼성지성당

물이 찬 논들은 한창 모내기 철이로군요. 이번에 탁 트인 들을 달려달려 찾아간 곳은
김대건 신부의 탄생지로 잘 알려진 당진의 솔뫼 성지입니다.

지난번에 갔던 신평 아래쪽, 삽교천을 낀 예당 평야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따로 조성한 것이겠지만, 알아보기 쉬운 '솔뫼'라는 이름은
소나무가 많은 동산이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에서 김대건 신부가 갖는
상징성이 막대한만큼 1940년대에 이미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가 1976년부터 성역화 작업이
시작되어 꾸준히 진행되었습니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왼편으로 12 사도의 상을 열주에 세운 솔뫼 아레나가 먼저 눈에 띕니다.
이래저래 사용하기 좋은데다 솔뫼 성지의 지명도까지 더해져 각종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죠.
덕분에 조용한 답사를 원하는 저는 미리 알아보지 않고 왔다가 두 번이나 돌아갔던..^^;;

성지 중심을 관통하는 오솔길처럼 만들어진 십자가의 길.

하나하나 특색이는 소나무들이 보기 좋네요. 다만 요즘 소나무재선충병이 유행하는터라 관리에
애먹을지도. 당장 입구에서부터 약재가 뿌려져있으니 만지지 말라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십자가의 길 끝에는 아마도 성역화 초창기에 세워졌을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있고

가장자리를 따라 다시 내려오면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증조부 김진후부터 그리고 김대건 신부까지 4대가 살았고 또 순교했죠.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이곳을 방문하였던 것을 기념하는 상이 있습니다.
이곳 말고도 몇 군데 더 기념상이 있었는데... 솔직히 좀 과하다는 인상을 받았네요.

성지의 성격에 걸맞게 지극히 한국적으로 조형된 성모자상.

마지막으로 김대건 신부 기념관과 기념 성당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큰 암갈색 원통형인데...

가운데가 반으로 갈라져 왼쪽이 기념 성당, 오른쪽이 기념관이라는 재미있는 구성이죠.
검색해보니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글쎄요, 그건 아닌듯??

기념 성당은 원통의 절반이므로 자연스럽게 반원형의 내부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침 동쪽 창으로 들어오는 빛이 좋네요. 오른쪽에 김대건 신부 외 성인들의 유해가 보입니다.
김대건 신부 기념관은 수녀님께서 청소를 하시기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사실 제가 냉담자로서 신앙이 깊지 않아 다른 순례객들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보니, 또
천주교 신자라면 각종 행사나 피정으로 한 번쯤은 오셨을테고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기에 저까지 소개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작년 어쩌다 최양업 신부의 자취를 훑으며
인상을 받은 바 있어 올해는 일단 김대건 신부의 흔적을 좇기로 했습니다.
이 다음 차례가 될 익산의 나바위 성당은... 이미 오래 전에 다녀왔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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