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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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의 불사조 by glasmoon


모든 스포츠 영웅들은 우승을 통해 챔피언에 오르지만 치열한 경쟁 스토리를 통해 전설이 된다.
F1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라이벌로 칭해지는 아일톤 세나와 알랭 프로스트가 맞붙기 십 수년 전,
철저한 분석과 냉철한 판단으로 승률을 끌어올리며 서킷의 신성으로 떠오른 니키 라우다와
시원찮은 성적에도 본능적인 드라이빙과 화끈한 승부로 주목을 끄는 제임스 헌트가 있었다.


최근 타이틀의 무게에 눌린 "솔로"의 기록적 폭망을 통해 무난했던 커리어에 흠집이 나긴 했지만
가장 할리우드다운 영화를 만드는, 특히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감독
론 하워드의 2013년작 "러시: 더 라이벌"은 70년대 중반 단어 그대로 '불꽃같은' 승부를 펼쳤던
니키 라우다와 제임스 헌트의 레이스를 현대의 관객들 눈 앞에 펼쳐놓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기에는 성적 관리 잘 하는 우등생보다는 바람처럼 나타나 한 해 미친듯한
질주를 내달린 끝에 챔피언이 된 후 다시 훌쩍 사라져버린 바람둥이가 더 어울리는 법인지라
카메라의 포커스는 다분히 제임스 헌트에게 맞춰져 있지만, 그래서 완벽에 가까운 외모와 달리
"토르" 시리즈 말고는 내세울만한 필모그래피가 없었던 크리스 헴스워스를 구원하기도 했지만
다소 불리한 조건에서도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가기로는 "굿바이 레닌"에서 일찌감치 싹수를 보인
다니엘 브륄이 분한 니키 라우다도 결코 처지지 않아 서킷 안팎으로 팽팽한 긴장이 이어진다.
엄청난 규모와 막대한 팬을 거느린 현대 모터 스포츠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영화가 없어
레니 할린의 "드리븐" 같은 아류작(?)으로 자위할 수밖에 없던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 속 단비!

이 둘은 이 무렵의 승부를 잊지 못해(??) 40년 뒤 히어로와 빌런으로 리턴 매치를 벌일 뻔 했으나
한 명의 집안(???) 사정으로 불발되었다나 뭐라나.


이제 막 포텐셜을 터뜨린 시점이기에 당시로서는 훗날의 커리어를 알 수 있었을 리 만무하지만
F1의 역사를 통틀어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라우다를 상대하면서 헌트가 어떠한 압박을 받았을지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기적이라는 뉘르부르크링의 충돌-화재 사고로부터
6주만에 돌아와 레이스에 복귀하는 귀신같은 모습을 보고는 진작에 감을 잡았던 것일까.
2016년 모든 것을 불태운 니코 로즈버그가 한창 나이에도 미련을 두지않고 서킷을 떠난걸 보면
1976년 우승 뒤 별다른 활약 없이 금새 은퇴한 제임스 헌트 또한 비슷한 심정이었는지도.

그리고 니키 라우다는 이듬해 챔피언 타이틀을 되찾아오며 부상으로부터 완전히 회복했고
페라리의 전성기를 이끌다 은퇴한 뒤 80년대에 다시 복귀하여 또 한번 챔피언에 오름으로써
명실상부 진정한 '불사조'가 된다.


사고로 인해 전신 화상과 폐손상 등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도 정상급 기량을 장기간 유지하였으며
스스로가 파일럿으로서 항공사를 운영하기도 하고 손녀뻘 부하 직원과 세 번째 결혼을 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이어나간 니키 라우다는 최근까지도 메르세데스 팀을 비상임 회장으로 이끌다
2019년 5월 20일 70세를 일기로 숨을 거두었다.

영원한 서킷의 불사조여, 참으로 멋지게 사시었소!!

덧글

  • 홍차도둑 2019/05/23 00:31 # 답글

    스포츠에 있어서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선수들 중 "불사조" 라고 불러도 무방한 분은 이분 한분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 glasmoon 2019/05/23 20:39 #

    실제로 불에 탄 뒤 부활하셨으니 다른 누가 같다댈 수준이 아니죠. =ㅁ=b
  • 잠본이 2019/05/23 01:56 # 답글

    토르와 제모의 치열한 대결(?)
  • glasmoon 2019/05/23 20:41 #

    안타깝게도(?) 연기력에서는 좀 격차가 납니다. 제모(...)는 특이한 억양과 행동, 표정까지 라우다옹 자체더라구요.
  • 잠본이 2019/05/26 22:13 #

    어차피 햄식이는 근육과 멀쩡한 얼굴로 얼마나 망가지나 뭐 그런거 때문에 보는 브랜드로 자리잡은지라 아무도 기대 안했을듯요(...)
  • glasmoon 2019/05/27 18:02 #

    아아, 부정할 수가 없... (햄식이 지못미;;)
  • 두드리자 2019/05/23 19:15 # 삭제 답글

    어벤져스는 당연히 토르를 응원할 것이고, 타노스 일당은 제모를 열렬히 응원하겠군요. 아무래도 자기 편을 응원하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 glasmoon 2019/05/23 20:42 #

    왠지 타노스는 별로 신경 안쓸지도? 어차피 핑거스냅 한 방이면 공평하게..;;
  • 잠본이 2019/05/26 22:13 #

    타노스 눈에는 그냥 다 같은 벌레들로 보일걸요(...)
  • 도그람 2019/05/23 21:34 # 삭제 답글

    영화도 재미있지만 러시의 백미는 ost죠.
  • glasmoon 2019/05/24 16:46 #

    믿고 듣는 짐머표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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