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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밀양 신석복 마르코 기념성당 (명례성지) by glasmoon



주말 다른 일로 창원 근처를 다녀오다 짬이 잠깐! 나길래 뭐가 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근처 밀양에 있는 명례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새 성당이 봉헌되었거든요.



명례 성지는 밀양시 하남읍의 남쪽 끝, 밀양과 창원과 김해가 맞닿은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낙동강 건너 남쪽으로 2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노무현 대통령 묘역과 봉하마을이 있죠.



이곳은 1897년 영남에서는 네 번째, 마산 교구에서는 첫 번째 본당이 들어선 곳이고
또한 김대건, 최양업에 이어 우리나라 세 번째 사제인 강성삼 신부가 돌아가신 곳이며
또한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신석복 마르코의 생가가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본당이 이전되면서 공소가 되어 한동안 방치되었으나 2008년부터 성역화 작업이 진행되었고
작년 5월 그 마지막으로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이 완성되어 봉헌식을 가졌습니다.



길을 따라 들어가니 성모 동산이 먼저 보이는군요. 낙동강을 낀 경치가 아주 그만입니다.



그 뒤로 사찰인지 암자인지 모를 건물이 있기에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드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성모상은 신체나 의복의 표현, 특히 곡선의 주름에서 불교의 관세음보살을 떠올리게 합니다.
성모 마리아와 관세음보살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여러 연구나 표현이 있어왔으나
국내에서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성모상은 처음 보는것 같네요. 인상적이면서도 아름답습니다.



낙동강의 반대편으로 야트막한 언덕 위에 위풍당당한 노목과 함께 명례 성지 성당이 보입니다.



원래 이곳 명례의 한식 기와 성당은 1928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1935년 태풍이 닥쳐
무너져버렸고, 1938년 본래의 성당을 축소하여 복원한 것이 현재의 건물입니다.



앞서 성모 동산의 것과 좋은 비교가 되는 성모상.



내부는 단촐하지만 성상과 성화를 중심으로 매우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미사도 드리구요.
옛 성당을 돌아보셨던 분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자리가 분리된 신자석을 눈치채실 듯.
이 옛 성당은 2011년 경상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옛 성당을 나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늘의 주인공, 신석복 마르코 기념 성당이 나타납니다.
성당이라기엔 그냥 탁 트인 공터에 조형물 몇 개 놓여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 맞은편에 신석복 마르코 생가터라는 표지와 함께 야외 미사 또는 행사를 위한 제대가 있으니



이 계단같은 구조물은 사람들이 앉기 위한 자리이기도 하겠죠.
신석복 마르코가 본디 소금 장수였고 이곳의 성역화 작업을 '녹는 소금 운동'이라 칭했던 만큼
계단 사이사이에 위치한 사각 기둥들은 당연히 소금 결정을 형상화한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성당의 본 모습은 이 모든 것들의 아래에 있습니다.



성당 건물을 낙동강변 언덕에 묻히게끔 낮게 만든 거죠. 즉 먼저 본 것은 야외이면서 옥상인 셈.
게다가 이 복잡한 공간 분할, 미로처럼 얽힌 동선, 수없이 오르내리는 계단... 어디서 봤지 싶죠?
네. 그 유명한 김수근의 제자이며 그의 후기 작업을 실제로 주도했던 승효상 씨의 설계입니다.



복잡한 구획들이 만나는 가운데 중정에는 큰 나무와 순교자의 두상이 강렬한 효과를 내는 것이
마치 최근 종영된 드라마 "왕좌의 게임" 속 신의 숲과도 같네요.



두상 아래에는 신석복 마르코가 남겼다는 마지막 말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미로같은 길들을 잠시 헤맨 뒤 이제 지상이면서 또한 지하인 성전 내부로 들어갑니다.
공간이 비정형적으로 분할되어 있는건 여전하네요.



천장의 채광창이 어디에서 왔을까 잠시 생각해보니, 밖에서 보았던 사각 기둥(소금 결정)이
바로 이것이었네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라는 성경 구절이 그대로 이루어진 셈?



최대한 자연 채광을 이용하여 효과를 내는 부분은 제대 뒤의 십자가도 마찬가지.



제대 오른편으로 기둥 뒤에 공간이 있어서(...) 역시 신자들을 위한 의자가 놓여 있는데
대성당의 일부이면서 마치 독립된 소성당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돌아가는 길에 언덕 아래, 낙동강 쪽에서 올려다본 성당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나는 김에 들렀다는 이유가 부끄러워질만큼 역사와 신성함, 건축미를 모두 갖춘 곳이었네요.
아울러 승효상 씨가 작업한 성당들도 모두 뽑아 방문 예정지 목록에 올릴 것 같은 예감이~?


성당 여행; 서울 불광동성당
성당 여행; 마산 양덕성당

덧글

  • 이요 2019/05/28 20:47 # 답글

    멋지네요..
  • glasmoon 2019/06/04 17:49 #

    서울 기준으로 멀긴 하지만 근처를 지날 일이 있다면 꼭! 방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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