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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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사랑을 담아 by glasmoon



시리즈를 통틀어 제가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인, 1963년작 "007 위기일발"의 원제가 이랬었죠?
시절이 시절인지라 '러시아'도 '사랑'도 지금과는 의미가 다분히 달랐겠지만서도. ^^



참으로 오랫동안 질질 끌었던 작년의 핀란드-러시아 여행기도 이번이 마지막이 됩니다마는
별다른 내용 없이 잡다한 사진 몇 장 뿐인 포스팅에 저런 달달한(?) 제목이 생각난 까닭은
아마도 모스크바 어느 길에서 보았던, "안나 카레니나"를 걸고 있었던 극장 때문일 겝니다.



그 시대를 직접 저 도시에서 보냈던 사람들은 느끼고 생각하는 바가 많이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모스크바' 하면 붉은 제국의 심장부이자 강철의 요새같은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저에게 있어서 딱히 의식하지 않으면 유럽의 '사랑스러운'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도시의 어디를 가나 '칠공주' 중 누군가가 감시탑처럼 내려다보고 있다는걸 제외하면 말이죠.
사진 저 멀리 보이는 높고 하얀 언니는 필시 코텔니체스카야 제방 빌딩이겠군요.



오래된 석조 건물들 위주에 성상이나 위인들의 동상이 군데군데 놓여이쓴 것도 같구요.
차이라면 가톨릭이 아닌 정교회 분위기라는 것과 기본적인 사이즈가 두세 배는 된다는 거?
과연 대륙의 형아들이랄까..;;



약 3천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국립 도서관 앞에는 도스토옙스키가 감시자(?)를 자처합니다.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의 소설 "메트로 2033"에도 중요한 장소로 등장했었죠 아마.



그런 와중에 도통 이 동네와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생뚱맞은 건물이 있길래 한 장.
알아보니 백만장자였던 모로조프라는 양반이 무어풍으로 지은 저택이라나요.
지금은 나름 명물이 됐지만 당시엔 엄청난 소리들을 들었던 모양입니다. ^^



물론 저야 관광객이니 거의 구도심에 머물러서 그렇고, 바깥쪽으로 조금만 나가도 예의
'붉은 시절'의 건물들이 보이긴 합니다. 신 아르바트 대로 한쪽으로 책을 펼쳐놓은 것 같은
똑같은 대형 빌딩이 넷이나 줄지어 서있는건 꽤나 놀라웠죠. 저걸 뭐라 부르는지 모르겠네.
혹자가 우리나라의 복붙형 아파트를 보고 모스크바풍이라 한다는 이야기도 납득이 되구요.



그 안쪽,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구 아르바트 거리.



그 가운데 쯤의 골목에 이렇게 치장된 벽이 있습니다.



빅토르 최의 음악에서 상당한 지분을 은유적인 의미를 담은 가사가 차지하고 있다보니
그의 앨범을 들어보아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지만서도, 과연 명성은 대단했던 듯.



거리 한 켠에는 알렉산드르 푸시킨이 살던 집과 그 부부의 동상도 있습니다.
...마는 어째 푸시킨보다 그 부인 나탈리야가 주인공인 것 같군요. 당대에 엄청난 미인으로
염문을 일으켜 푸시킨의 죽음에 일조했다는거야 사실이지만 이 상 대로라면 거의 외계인 급?



그리고 아르바트 거리의 시민들을 감시하는 칠공주 중 러시아 외무성 건물.



모스크바 강에는 줄지은 분수들이 물을 뿜고~



구세주 그리스도 대성당이 보이는 다리 아래로 유람선도 지나고~



전망이 좋다는 백화점 옥상에 오르니 종탑들이 눈에 띕니다. 맨 왼쪽이 성 바실리 성당,
그 다음이 크렘린 시계탑이고, 가운데가 이반 대제 종탑, 오른쪽은 역사 박물관이겠네요.



해질 무렵이면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게 완전 축제 분위기였는데... 아 저때 월드컵이었지. -,.-



대륙의 제국이었던 나라, 낭만과 예술의 나라, 혁명과 전쟁의 나라, 냉전과 장벽의 나라...
지금은 자본주의와 푸짜르의 나라인가요? 입혀진 층들의 색깔이 이렇게 천차만별인 나라도
정말 드물 듯. 출발할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구만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여행이었습니다.



참 여행 내내 날씨도 좋은 편이었는데, 모든 일정이 끝나고 공항행 열차를 타니 비가!?
이번 여행에도 좋은 운들이 함께 하기를!!


백야와 좀비의 헬싱키
스베아보리, 비아포리, 그리고 수오멘린나
이것이 북유럽 감성!? 알바르 알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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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주의 로마노프들 (下)
오로라와 크루즈를
대륙의 분수 궁전, 페테르고프
페테르부르크의 도스토옙스키
모스크바의 칠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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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대미궁 탐험
레핀과 브루벨

헬싱키 대성당과 우스펜스키 대성당
침묵의 교회와 암석의 교회
피의 구원 성당과 카잔 대성당
성 이사악 대성당과 페트로파블롭스키 성당
테트리스의 그곳, 성 바실리 성당
최고(最高)의 성당과 백조의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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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러시아에서 사랑을 담아 2020-11-07 17:28:48 #

    ... 언젠가 같은 제목을 붙였던 러시아 여행 포스팅이 하나 있었던 것 같은 기억도 있지만 그건 그만큼 이 제목(From Russia with Love)이 낭만적이고 이 영화가 인상깊었기 때문일 터. 지금 보면 ... more

덧글

  • 두드리자 2019/08/22 20:26 # 삭제 답글

    그리고 월드컵은 생략되었군요. 러시아에서 본 월드컵은 어떠했을지 기대했는데...
  • glasmoon 2019/08/23 10:58 #

    제가 축구에 큰 관심은 없다보니^^; 그래도 독일전을 현지 거리에서 봤다면 엄청난 경험이었을텐데, 하필 그날이 이동일이라. orz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사람들과 경기 같이 구경했던건 다른 포스팅에 살짝 언급했었습니다. ^^
    http://glasmoon.egloos.com/6374917
  • 무지개빛 미카 2019/08/23 01:20 # 답글

    언젠가 여유가 된다면 볼고그라드를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 glasmoon 2019/08/23 10:58 #

    오오 스탈린그라드 오오~ 저도 가보고싶지만... 과연 기회가 있을까;;;
  • 노이에건담 2019/08/23 02:46 # 답글

    모스크바하면 크렘린 궁보다도 붉은 광장이 먼저 떠오르는군요.(OTL 이것이 늙음인가?)
  • glasmoon 2019/08/23 10:59 #

    붉은 광장 하면 생각나는 그 붉은 벽이 크렘린의 벽이니 둘은 결국 하나입니다??
  • 이요 2019/08/23 11:21 # 답글

    나탈리야 동상 보면서 무슨 황녀인가 했네요. 덕분에 푸시킨의 죽음에 대해 알고 갑니다. 38세에 죽었다니...아깝네요.
  • 이글루스 알리미 2019/09/05 08:02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09월 05일 줌(http://zum.com) 메인의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여행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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