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끝나지 않은 페루에서의 첫 날 일정, 오후는 사막 속의 와카치나(Huacachina)입니다.

나스카 지상화를 보는 비행기 투어를 마치자마자 간신히 버스를 타고 이카(Ica)로 향합니다.

이카는 지상화의 나스카와 술의 피스코 등을 포함한 이카 지방의 중심지인만큼 꽤 큰 규모의
도시입니다마는 일정 빠듯한 여행객에게 시내를 둘러볼 여유는 없고, 관심은 오직 시 외곽의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인 거죠.

이 일대가 황량한 것은 나스카에서부터 보아왔지만 이카 주변은 자갈이 아니라 고운 모래여서
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모래 사막이 됩니다. 와카치나라는 이름은 케추아어 wakachina qucha
(숨겨진 오아시스)에서 유래된 걸로 여겨진다고.

이카에서 와카치나까지는 괜히 한 번 타보고 싶어 모토택시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 택시의 페루 판이로군요.

여행을 준비하면서 와카치나의 사진을 보고 어느정도 연출과 보정이 들어갔다고 생각했건만
정말 높은 사구로 둘러싸인 그림같은 오아시스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근래 관광객이 늘면서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해 2015년부터는 외부에서 물을 끌어오기 시작했다 카더랍니다마는.

오아시스 주위를 빙 둘러싸고 지중해 휴양지마냥 호스텔과 식당들이 포위하듯 늘어서 있고...

서쪽 끝은 해변처럼 모래사장으로 남아 사람들이 보트를 타거나 물놀이를 하거나 합니다.
정말이지 신선 놀음이 따로 없군요.

서쪽 바깥으로 조금 올라와 내려보면 이런 전경입니다. 그야말로 그린 듯한 오아시스~

그리고 이 휴양지에는 누구나 거쳐가는 명물 투어가 있으니 바로 사막을 달리는 버기!

사람들을 태운 각양각색의 크고작은 버기들이 사구를 넘나들며 달리는데...
이건 동영상이 아니면 전달이 안되는데, 요동치는 차 안에서 도무지 찍을 수가 없더라구요.
롤러코스터마냥 점프하질 않나 사구를 타넘으며 급강하할 땐 온통 여성들의 비명 소리가-,.-

한바탕 달린 버기는 이카와 와카치나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멈춥니다.

사막이라면 예전에 미국의 라스베가스 근처에서 잠시 맛을 본 기억이 있긴 하지만
이곳은 사이즈 자체가 다릅니다. 사하라나 고비같은 세계구급 말고도 사막은 정말 많군요.
조금이라도 전달이 될까 싶어 한 바퀴 패닝!
그리고 이미 여러 방송 매체 등을 통해 유명해진 샌드 보드도 타봐야겠죠?
그저그래 보이지만 높이로나 경사로나 어지간한 스키장의 중급 슬로프 정도는 됩니다.
다만 모래에 발이 푹푹 빠지니 다시 올라오기란 여간 힘든 일이라 서너번 타면 기진맥진~

고운 모래를 잔뜩 뒤집어쓴 채로 끝없이 이어지는 사구의 능선을 걸어다니다...

사막의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일몰을 바라보며 첫 날의 일정이 겨우 끝나게 되었군요.

오아시스로 내려와 허겁지겁 주린 뱃속에 먹을걸 밀어넣고는 숙소로 돌아가긴 했는데
사막 아니랄까봐 해가 지니 기온이 한자릿수로 급강하;; 난방 없는 방에서 입 돌아가는줄;;;
오들오들 떨며 밤을 보내고, 다음날은 해안의 국립공원 파라카스로 갑니다!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