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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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의 지배자 by glasmoon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페루의 이카 지방 여행, 와카치나의 사막에서 밤을 보낸 뒤 파라카스(Paracas)로 갑니다.



이카에서 대략 70여 킬로미터, 자동차로 약 한 시간 정도의 거리가 되는군요.
파라카스에는 숙박 시설이 많지 않은 관계로 보통 이카에서 왕복하는 패키지를 이용합니다.



페루에서 칠레까지 남미 대륙의 서안은 대체로 곧게 쭉 뻗어있는 가운데 망치 모양의
파라카스 반도는 몇 안되는 돌출부입니다. 출토된 유물에 의하면 BC 500년 전후로 문명이
있었던 걸로 추정되고, 현재는 독특한 지질과 자연 경관 그리고 다양한 생물 분포에 따라
페루의 국가보호구역 및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지요.



국가보호구역 및 세계문화유산이라고는 해도 첫 인상은 황량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앞서 나스카에서 말씀드렸지만 페루 이카 지역은 조금 더 아래의 칠레 아타카마 사막과 함께
연중 강수량이 거의 없는, 전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지라;;



입구를 통과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플라밍고 관찰 구역이지만 실제 서식지로부터는
아주 멀~찍이 떨어져 있다보니 대포급 렌즈라도 가져오지 않는 이상에는 촬영에 의미 없음.
이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빌려왔습니다. -,.-



파라카스 반도의 해안선은 대체로 파도가 침식한 해안 절벽이라 경치가 대단합니다.



그리고 해안 절벽의 많은 기암괴석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대성당(La Catedral)인데...
어째 직접 보니 익히 보아온 사진과 생김새가 많이 다르네요?



원래 모습은 이러했는데... 2007년 진도 8.0을 기록했던 페루 지진의 진원지가 바로 여기
이카 앞바다였기에 지진의 여파로 무너져내렸다 합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지진으로 희생된
수많은 인명에 비할 바는 아니고, 또 이런 일들이 지구의 작품 창조 활동이기도 하니.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니 '황량'이라는 단어를 넘어버린 초현실적인 풍경이 나타나는군요.
여기... 화성인가? 화성이 페루에 있었나??
곧은 해안의 돌출부라는 것과 맞물려 옛 사람들은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듯.



등 뒤에 펼쳐진 바다를 보면, 화성에서 물이 말라버린지는 오래니까 확실히 아니긴 한데.
날씨가 좋으면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못지않은 절경에 멋진 풍경이 나온다 하지만
구름과 안개로 덮이니 아예 이세상 모습이 아니라 우주 멀리 어딘가의 외계 행성 같습니다.



스틸 사진으로는 도무지 느낌이 전해질것 같지 않으니 한 바퀴 패닝!



몇 군데를 돌아보다 식사 때가 되어 작은 마을(?)에 들렀습니다. 옛날에는 작은 어촌이었던
모양인데 이제는 보호구역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 군락이 되었군요.



바닷속에는 뭐가 있으니 물새도 날고 어업도 하고 했겠지만 뭍에는 생명의 흔적이 없습니다.



결을 그대로 드러낸 지면의 흔적들은 경이롭지만 정말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안보이는;;;



자체로 장관이지만 생명체가 보이지 않는 이 경치는 역설적으로 대단히 드라마틱하다보니
"인터스텔라" 같은 외우주 탐사의 배경으로도 어울려 보입니다. 이미 어디선가 찍었으려나?
명물 붉은 해변(red beach)을 마지막으로 파라카스 투어를 끝내고...



파라카스 항으로 나와 배를 탑니다.



가족 팀에 양보하다보니 맨 뒷자리가 되었네요.
하지만 이때는 몰랐죠. 뒷자리와 바람 방향이 겹쳐 엄청난 물보라를 뒤집어쓰게 될 줄은. ㅠㅠ



이렇게 배를 타고 찾아가는 곳은 역시 보호구역 내에 위치한 바예스타 섬(Islas Ballestas).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세 개의 작은 섬입니다.



선착장에서부터 많이 보인다 싶더니, 항구 주변에 펠리컨들이 아예 집단을 이루고 있군요.



수십 마리가 열을 맞추어 수면을 스치듯 무리 비행을 하는 모습이 아주 장관입니다.
이걸 동영상으로 찍었어야 했는데!! orz



근데 이 펠리컨이라는게 꽤 대형 조류인지라, 넓은 날개와 긴 부리에서 얼핏 익룡의 그림자가?



그리고 절벽의 뒤로 거대한 촛대, 칸델라브라(Candelabra de Paracas)가 보이는군요.
나스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지상화로 지리적으로나 시기적으로나 연관성이 있어보이나
역시 누가 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는~



그리고 잠시 혹은 한참을 달려 바예스타 섬에 도착한 시점에서 전 이미 물에 빠진 생쥐.
혹시라도 이럴 일이 있을까봐 카메라 대신 방수폰을 가져온걸 그나마 위안으로;;



섬이라기보다 암초 군락에 가까운 이곳에도 사람이 머물렀던 흔적이 남아있긴 하지만
지금은 보호구역이자 무인도가 되었고 그 자리를 각종 조류와 바다 사자들이 채웠습니다.



경관은 참으로 엄청나긴 하네요. 그리고 거기에 빼곡히 붙어있는 무수한 수의 새들,
또 자갈밭 위에서 홀로 고독을 씹고 있는 덩치 커다란 바다 사자.



이곳에 서식하는 새들을 제가 멀리서 분간할 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훔볼트 펭귄은 한 눈에 땋!



바다와 가까운 바위 위에는 어디에나 바다 사자들이 드글드글~



그리고 섬을 돌아 빠져나가는 찰나, 저는 차마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보아버리고 말았습니다.
섬의 중심부에 가득한 '그것'들을 말이죠. 그닥 새나 조류에 거부감은 없이 살았건만
이건 정말 세상 끝 지배자들이랄까, 히치콕이 "새"에 담으려고 했던 것을 온몸으로 느낀;;;;
아아 안돼, 나는 이 공포스러운 행성(planet of the BIRDS)에서 나가야겠어!!!



역시나 현장감 넘치는(...) 동영상 클립을 남기며 이카 지방의 여행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광활한 대자연을 뒤로 하고 저는 잉카의 고도 쿠스코로 향합니다!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핑백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늙은 봉우리 2019-10-04 20:21:30 #

    ... ac)입니다. 뒤로 천주교 성당이 보이는게 살짝 아이러니하네요. 이제 철로로 내려와 기차를 타고 다시 쿠스코로 돌아갑니다.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무지개의 산 2019-10-07 16:56:40 #

    ... 램의 카메라맨이라도 된 기분이네요. 잠깐(?)의 산행을 위해 귀중한 하루를 보람있게 쓰고, 다음은 정말(!) 쿠스코입니다.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늙은 봉우리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황금의 거리 2019-10-11 21:28:58 #

    ... , 센스가 좋네요. 이렇게 마지막 밤이 오고, 페루 여행도 이렇게 끝났습니다. 끝났다구요. ...에에이, 또 이어집니닷!!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늙은 봉우리 무지개의 산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선 넘고 물 건너 2019-10-17 20:10:57 #

    ... 볼리바르 동상을 지나길래 찍었구만 정작 받침만 보이고 동상은 안보이네. -,.- 아무튼 이제부터는 볼리비아 여행기입니닷!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늙은 봉우리 무지개의 산 황금의 거리 신전 위의 성당들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달에서는 문 워크를 2019-11-01 19:13:54 #

    ... 것치고는 의외로 느낌이 좋았던 라파스의 달의 계곡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라파스 주위에는 딱히 알려진 관광지가 없어요~ ^^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늙은 봉우리 무지개의 산 황금의 거리 신전 위의 성당들 선 넘고 물 건너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 more

  • Dark Ride of the Glasmoon : 정복자의 도시 2019-12-14 15:51:44 #

    ... 다녀오는 관계로 블로그 업데이트를 쉽니다. 여름에 너무 멀고 비싼 곳을 찍어버렸기에 이번 겨울은 가까운 곳을 짧게..^^;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늙은 봉우리 무지개의 산 황금의 거리 신전 위의 성당들 선 넘고 물 건너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달에서는 문 워크를 별의 바다 위에서 하얀 지평선 ... more

덧글

  • 두드리자 2019/09/25 20:20 # 삭제 답글

    5억년 전의 육지를 구경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네요. 그땐 땅 위에 벌레 한 마리도 없었으니까요.
  • glasmoon 2019/09/26 15:45 #

    아닌게아니라 저기 가면 누구나 그런 기분이 들겠더라구요. 생명 탄생 이전의 행성...
  • 이요 2019/09/26 09:10 # 답글

    와...이건. 지금 봐도 세상의 끝 같아요. 여행지 리스트에 페루 추가합니다.
  • glasmoon 2019/09/26 15:45 #

    페루가 괜히 남미 여행 1번지가 아니라는걸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꼭 가보세욧!!
  • 자그니 2019/09/26 11:26 # 답글

    세상에...
  • glasmoon 2019/09/26 15:45 #

    마상에...
  • 좀좀이 2019/09/26 17:49 # 삭제 답글

    황량한 들판 사진 다음에 있는 플라멩고 많은 호수 보고 매우 신기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사진 찍으려면 엄청 땡겨서 찍어야하는군요 ㅎㅎ 대성당 바위는 지진으로 무너져버렸군요. 대성당이 첨탑이 되어버렸네요;;
  • glasmoon 2019/09/27 19:47 #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절벽 위에 성당 건물이 있었는데 무너졌다~ 는 건줄 알았습니다. ^^;
  • 이글루스 알리미 2019/11/28 08:05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1월 28일 줌(http://zum.com) 메인의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여행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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