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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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 택시 드라이버 × 조커 by glasmoon


이글루스 영화 밸리를 포함해서 영화와 관련된 곳이라면 전부 "조커" 담론으로 뜨겁네요.
닥치고 추종하는 사람부터 이게 뭐냐고 불평하는 사람까지 이렇게 폭넓은 반응을 끌어내는
영화도 참으로 오랜만! 그러나 해외 비평을 통해 논란이 되는 지점을 미리 파악했음에도
정작 관람할 때는 호아킨 피닉스의 가공할 연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따라가기 바빴기에
조금 거리를 두고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2회차 관람이 필요한 저입니다만...
그 전에 영화 두 편을 다시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30여년만에 특정되면서
덩달아 다시 화제가 되었던 봉준호의 2003년도 출세작 "살인의 추억"과
이번 영화 "조커"에 영향을 미친 많은 레퍼런스들 중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는
마틴 스콜세지의 1976년도 초기 대표작 "택시 드라이버"를 다시 보았는데...

여러번 보아 이미 익히 아는 내용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최근에 본게 이미 꽤 지나서 그런지
그도 아니면 제가 이제 나이를 먹어버려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과는 아주 달라 보이더라구요.
"살인의 추억"을 처음 보았을 때는 미제 사건임을 알면서도 분노했었고, 그 다음에 볼 때는
남겨진 단서나 범인의 심리 등을 곱씹으며 저 나름대로 사건을 구성하려고 했던것 같은데
이제는 그 사건도 하나의 장치일 뿐 영화가 보여주려 했던건 80년대 한국의 모습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시절을 거쳐온 한 사람으로 그땐 당연하게 여기며 자연스레 살았지만
비정상과 부조리와 촌스러움이 뒤엉켜 이젠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그 모습 말이죠.
"조커"의 껍질이 스콜세지의 "코미디의 왕"이라면 알맹이가 "택시 드라이버"라는건 명확하기에
이 영화도 가급적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의 심리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그러나 이제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택시가 달리는 뉴욕의 거리였습니다.
정작 직접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수많은 영화들을 통해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나도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그 도시의, 더럽고 지저분하며 한편 추악하기까지
하지만 그 또한 지극히 자연스럽게 담겨진 70년대의 모습 말입니다.


사람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시간과 공간의 영향(어쩌면 지배)를 받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는,
특히 사회성을 드러내는 영화라면 그러한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배경 묘사에 공을 들입니다.
그러나 "조커"는 고담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배경인데다 카메라도 주인공을 가까이 당겨올 뿐
나머지는 왕왕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아예 원작의 그늘에 떠넘겨버리는 행태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포함한 많은 관객들이 아서의 언행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면, 그건 어쩌면 저마다의 불편한 현실을 영화에 대입했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엄... 처음에는 이런 얘기가 아니었는데 또 의식의 흐름이 이상한 쪽으로--;;
그래서 2회차는 언제 본다냐~

덧글

  • 두드리자 2019/10/08 21:44 # 삭제 답글

    DC도 할 수 있군요. 슈퍼맨도 배트맨도 아니고 조커가 해냈다는 게 당황스럽지만.
  • glasmoon 2019/10/09 21:20 #

    애초부터 마블 따라가기에 급급했던게 가장 큰 패인이라 보지만, 조커라는 캐릭터 자체의 역량도 워낙 대단하신지라~
  • 지나가는 2019/10/08 23:22 # 삭제 답글

    요 근래 봤던 영화들 중 최고였습니다. 가끔은 뜨악 했지만, 전반적으로 깊이 감정이입 되어서 봤네요. 감정적 굴곡이 있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많은 이가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glasmoon 2019/10/09 21:30 #

    훌륭한 영화였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삶에 굴곡은 다 있으니까요. ^^
  • 보노보노 2019/10/09 08:03 # 삭제 답글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 보면 지금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이 있죠. 뭐, 제가 어렸을 땐 학교 소풍가면 선생 도시락은 반장이 싸온다는 불문률이 있었어요. 걍 사제간의 정이었을까요? 글쎄...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이 좀더 합리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데... 이제 보니 그 '합리'라는 것이 예를 들면 구조조정 같은 것과 맞물리는 군요. 없는 사람 살아가기엔 이거나 저거나 힘든거 같기도 하고... 그나마 인정이란 이름의 불합리가 존재하던 때가 나은가 싶기도 하고...

  • glasmoon 2019/10/09 21:36 #

    그쵸. 요즘은 지나치게 각박하고 인정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옛적 일들이 추억이라는 미화를 입었음에도 가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떠오르는걸 보면 지금 다시 그러면 돌아버릴 겁니다. 크~
  • 워드나 2019/10/16 22:03 # 답글

    정말 뜬금없습니다만 불현듯 레오스 까락스 영화가 땡기는군요
  • glasmoon 2019/10/18 13:55 #

    정말 뜬금없긴 한데 어째서인지 땡기는 이유도 알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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