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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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고 물 건너 by glasmoon

신전 위의 성당들


쿠스코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다시 이동일이 되었습니다. 이번엔 정말 먼 여정이로군요.



볼리비아 홉(Bolivia Hop)이라는 볼리비아행 장거리 심야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길이 멀다보니 중간중간의 경유지에서 내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다음 버스를 타도 되는
시스템이긴 한데 굳이 숙박을 할 게 아니라면 그냥 이 버스로 쭉 가는게 편하겠죠.



볼리비아 홉은 쿠스코에서 푸노와 코파카바나를 거쳐 라파스까지 이어지는 국제선(?)이고,
국내선(?)으로 리마와 쿠스코를 잇는 페루 홉이라고 파라카스, 와카치나, 나스카 등등
지금까지 제가 거쳐왔던 유명 관광지들을 잇는 코스도 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고 며칠간의 장거리 버스도 버틸 체력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므로 버스 내부 시설은 좋은 편입니다. 물론 가격은.. -ㅁ-



비니쿤카에 갈때 이용했던 도로를 포함해서 6시간이 넘게 걸리는군요. 그저 자는 수밖에.



밤새 달린 버스는 통이 틀 무렵 푸노(Puno)에 도착했습니다.



버스 기사님이 시간은 참 기막히게 맞췄네~



큰 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발 3,800 미터의 티티카카 호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호수 안쪽에 인공 섬을 만들고 사는 사람들, 우로스(Uros 또는 Uru)입니다.



배로 옮겨타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출발~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여기가 바로 그 티티카카(Titicaca) 호수라는게 실감이 잘 안납니다.
뱃길 좌우로 빽빽히 들어찬 토토라 갈대들!
그러고보니 저희집 막내(자전거) 제품명이 티티카카인데 왜 이 호수의 이름이 붙었을까요?
바이키 사장님께 여쭤봐야하나??



긴 갈대숲을 빠져나왔다 싶더니... 오호라, 여기가 우로스의 떠다니는 섬(??)이로군요.
우로스는 티티카카 호수 주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남미의 소수 민족입니다.
과거부터 '호수와 물의 주인'이라고 칭할 만큼 물을 이용하며 생활하는데 익숙했던 모양이나
굳이 불편한 호수 위로 나오게 된 데는 아이마라나 잉카 등 강대한 세력으로부터의 방어,
혹은 도망(...)의 결과였던 걸로 추측됩니다.



섬의 구조는 먼저 호수 바닥 속에 엉킨 갈대의 가벼운 뿌리 부분을 잘라 엮어 부력을 얻고
그 위에 갈대 줄기를 층층이 덮어 바닥으로 삼습니다. 갈대는 습기에 썩고 말라 부서지므로
주기적으로 계속 추가 보수가 필요하다는군요. 각 섬의 크기는 보통 수 십 미터 안팎이고
제멋대로 떠내려가지 않도록 호수 바닥에 닻줄로 고정됩니다.



우로스 사람들의 삶은 티티카카 호에서 자생하는 토토라 갈대에 완전히 의존하는 것이어서
그걸로 섬을 만들고, 집도 짓고, 배도 만들고, 먹기도 하며, 거래의 수단으로 삼기도 했습니다.
역시 갈대로 만들어진 이 섬의 망루는 홍학을 본땄네요.



이렇게 스스로 만든 인공 섬에서 대대로 갈대와 어업을 통해 살아오던 우로스 사람들이지만
이제 가장 큰 수입원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일이라고. 토산품을 직접 만들어 팔기도 하구요.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여 TV와 라디오를 통해 바깥 세상의 일을 쉽게 접하는데다
교육을 위해 육지로 나가는 사람도 많고 그들 대부분은 돌아오지 않으니,
시골의 미래가 걱정스러운건 이 동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네요. 보통 시골은 아니지만서도.



이제는 배도 모터 보트를 이용하며 전통적인 갈대 보트는 오로지 관광객 체험용입니다.
그마저도 골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갈대는 덮기만 했다나~



푸노로 돌아왔지만 시내 구경같은 거 없이 바로 다시 출발!



다음 목적지는 국경 도시 융구요(Yunguyo)입니다.



법의 문제인지 버스 채 넘어갈 수는 없고 내려서 통과 후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는군요.
국경 통과는 항상 조금은 긴장되는 일이죠. 참 볼리비아는 남미에서 보기 드물게 비자가
필요한데다 그마저도 단수 비자이므로 여행 전에 미리 준비하고 경로를 짜는게 좋습니다.



그동안 온갖 신기하고 멋진 것들을 보여준 페루 안녕~



그리고 다가올 볼리비아 웰컴~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의 국경이 어쩌다 이런 모양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볼리비아로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도시는 코파카바나(Copacabana)입니다.
해변으로 유명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남쪽의 동명지와는 다른 곳이므로 유의!



음 이곳도 멋진 해변이 있긴 해요. 아 해변이 아니라 호반이구나.



코파카바나 부근에는 유명한 태양의 섬(Isla del sol)과 달의 섬(Isla de la Luna)이 있죠.
잉카 신화에서 태양신과 달의 신이 태어났다는 곳으로 관련된 유적과 볼거리가 꽤 있어
이곳을 둘러보는게 관광 코스인데...
대한민국 외교부는 '여행 자제'를 지나 '철수 권고'를 발령한 상태여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작년 초 어떤 한국인 여성이 태양의 섬에서 부족장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정황상 부족에게 터부시되는 무언가를 건드린게 아닌가 싶은?



결국 다른 사람들은 다 배를 타고 떠나지만 우리는 코파카바나에 남아 쉬기로 했습니다.
장거리 버스 이동에 지치기도 했고 코파카바나에는 섬에 나가지 않아도 볼게 꽤 있거든요.



먼저 코파카바나 성모 성당(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 Copacabana)이 있는데...
역시 이건 따로 포스팅 해야겠죠?



근데 성당 앞에 늘어선 차들이 죄다 온갖 꽃장식과 황금 모자(??)를 붙이고 있습니다.
어느 성인의 축일인가? 아니면 일요일마다 이런 건가??



차 한 잔 하며 쉬다 다시 바다 쪽으로 나갑니다. 아 바다가 아니라 호수였지. 자꾸..;;



푸노는 갈대밭이라도 있어서 민물 티가 났지만 누가 이걸 호수로 보겠냐구요.
제가 오대호나 바이칼호에 가본 것도 아니고~



해변에 서있는 이 상은 필시 잉카의 태양신 인티(Inti)와 달의 여신 키야(Quilla)겠죠?
이런 피지컬의 신들끼리 부부 싸움을 했다간 세계 파멸이 올지도!?



밥때가 되어 호숫가에 늘어선 가게 중 한 곳에 들어가 티티카카 명물 송어 구이를 먹습니다.
사실 송어는 티티카카의 고유종이 아니고 북미에서 들여와 방류한 것인데 금새 증식하면서
토종 물고기를 멸종시키며 호수 생태계를 평정한 결과 이제는 어민들의 수입원과 관광객의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네요.



근데 유독 이 가게만 북적거린다 했더니, 단체 손님이었던 듯? 티셔츠도 맞춰 입었네?
근데x2 왜 문신 투성이 형아들이 이리 많지? 음... 마르케스 패밀리(Familia Marqueses)??
설마 이 패밀리가 그 패밀리는 아니겠지???



심지어 식당들을 돌던 악사의 기타를 빼앗고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의 뉘신지 모르겠지만 일단 재밌어서 찍어봤네요.



배도 부르고 등도 따시고, 이제 다시 갈 길 가야죠?



라파스까지는 다시 대략 150 킬로미터를 가야 하는데, 중간에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폭이 채 1 킬로미터가 안되는 티퀴나(Tiquina) 해협(?)에 다리가 없어요? 왜?? 어째서???
신안의 먼 섬들도 죄다 연륙교 놓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가 잘 안가지만 이게 남미 스타일?



티퀴나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해가 졌군요. 버스는 버스대로 바지선에 실어 보내고...



사람은 사람대로 따로 작은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넙니다. 재미는 있어요. 하하하~



그리고 밤이 되어 드디어 최종 목적지 라파스에 도착!
버스가 볼리바르 동상을 지나길래 찍었구만 정작 받침만 보이고 동상은 안보이네. -,.-
아무튼 이제부터는 볼리비아 여행기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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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좀좀이 2019/10/20 03:25 # 삭제 답글

    동남아와 달리 장시간 이동인데도 일반 좌석 버스로군요. 우로스의 떠다니는 섬 신기해요. 갈대로 만든 섬 바닥은 왠지 푹신거릴 거 같아요. ㅎㅎ
  • glasmoon 2019/10/21 19:40 #

    흙바닥이 아니라 갈대를 층층이 쌓아 만들었기에 발이 조금씩 빠지는 푹신한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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