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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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by glasmoon

선 넘고 물 건너

남미 여행과 성당 여행의 콜라보(...) 2탄, 볼리비아 코파카바나의 성모 성당입니다.



잉카 신화에서 태양신 인티(Inti)와 달의 여신 키야(Quilla)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티티카카 호수의 태양의 섬, 달의 섬과 가깝기에 코파카바나도 옛부터 중요 성지였습니다.
따라서 그 자리에 잉카 신앙을 지우려는 스페인 당국에 의해 가톨릭 성당이 덧씌워졌으니
이 코파카바나의 성모 성당(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 Copacabana)입니다.



크지 않은 코파카바나에서 중앙 광장과 붙어있으므로 찾지 않을래야 안찾을 수가 없죠.
대도시의 성당들은 건물만으로도 공간이 좁지만 시골(?)이라 그런지 여유로운 인상입니다.



현재의 성당 건물은 17세기 후반 스페인의 건축가 프란시스코 히메네스 데 시구엔사
(Francisco Jiménez de Siguenza)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유럽의 대성당들, 정확히는 스페인의 바로크 양식 건물을 모방한 성당들에 비해 도드라지는
매끈하고 흰 벽들이 우리가 영화나 매체를 통해 보아왔던 '남미 성당'의 모습에 가깝네요.



안뜰의 한가운데에는 골고다 언덕(Calvario)을 모방한 장소와 십자가가 있구요.



건물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그렇지 보이는 것처럼 낮지는 않다는걸 보여주는 종탑.



건물의 상단은 스페인 양식의 타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뒤에 보이는 돔의 위치에서 알 수 있듯 문으로 들어가면 제대는 오른편에 자리합니다.



한편 매우 아름답지만 다른 한편 평범해 보이기도 하는 이 성당이 매우 유명한 까닭은...



성당 곳곳에 장식된 나무 조각들 때문입니다. 으레 이런 조각이나 장식은 성경에 기록된
사건을 묘사하는게 보통인데, 이 부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모와 복장은 남미 고유의
것들인데다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를 태운 배는 우로스 섬과 태양의 섬 등 티티카카 호수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갈대로 엮어 만든 그것!?



성당 내부는 역시나 촬영 금지여서 구글신의 힘을 빌어 긁어왔습니다(...)
성당 자체의 규모에 비하면 전면 제대만큼은 대성당들 못지않은 화려함을 자랑하는군요.



그리고 그 중앙에, 유명한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Virgen Candelaria de Copacabana)
가 있습니다. 남미 원주민의 모습을 한 최초의 성모상 중 하나로 여러 기적을 통해 알려져
코파카바나를 남미의 주요 성지로 만들었으며 볼리비아의 수호 성인이기도 합니다.



성당의 문 옆에는 성모상을 조각한 조각가의 모습이 동상으로 만들어져 놓여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프란시스코 티토 유판키(Francisco Tito Yupanqui). 왠지 익숙한 이름이죠?
잉카 황제 우아이나 카팍(Huayna Capac)의 후손 중 한 명으로 가톨릭으로 개종했으나
고유 종교의 신념 또한 유지하고 있던 그는 성모에게서 남미 원주민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조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고유 신앙과 가톨릭이 결합하는 단초가 되었고
그 뒤 남미에서 가톨릭은... 음 그런 거였군요.
볼리비아 주교 회의에서는 볼리비아의 첫 성인으로 유판키의 성인 추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아무튼 볼리비아에서는 최고 성지 중 하나이다보니 순례객들도 많고 8월 초의 축일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축제도 벌어지고 한다는데... 여느 일요일에도 이렇게 자동차가 많은지,
또 자동차마다 위에 하나씩 올려놓은 황금 모자가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계획도 없었던 여행 코스에 유명한 성당들이 나타나는 것도 이쯤 되면 운명이랄까,
앞으로도 성당들이 기다리고 있는 남미 여행은 계속됩니다~


신전 위의 성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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