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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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는 문 워크를 by glasmoon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La Paz)에서의 첫 행선지는 달의 계곡(Valle de la Luna)입니다.
사실 라파스는 변변하게 알려진게 없다보니 별다르게 갈 곳도 없다는건 비밀?



숙소에서 대로로 내려오니 전날 밤 어두워 안보였던 볼리바르 동상이 있던 그 자리로군요.
풀네임으로 Simón José Antonio de la Santísima Trinidad Bolívar Palacios y Blanco (헉헉)
이 되는 남미 독립의 아버지, 그란 콜롬비아의 종신 대통령, 그리고 몰락한 독재자.
끝은 좋지 못했지만 이름과 업적은 확실하기에 이렇게 그의 이름을 딴 나라도 있는 거겠죠?



대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산 프란시스코 성당(Basílica de San Francisco)과 광장입니다.
성당은 역시 따로 포스팅을 하게 될테니 일단 넘기고, 근처에서 간단한 요기와 환전을 한 뒤
이동을 해야 할텐데...



라파스 남쪽의 달의 계곡까지는 12 킬로미터 남짓 되는군요.
시내 중심가와 오가는 버스 노선이 두어 개 있으므로 그걸 타기로 합니다.



볼리비아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버스를 '콜렉티보'라고 부릅니다.
'vehículos de transporte colectivo(집단 운송 차량)'에서 따왔다니 영어로는 collective?
라파스 시내에서 돌아다니는 콜렉티보는 한 눈으로도 두 종류로 구분할 수 있으니
하나는 70년대 전후의 미국식 마이크로 버스(포드나 닷지)가 현역으로 돌아다니는 것들,
그리고 다른 하나는 80년대 이후의 일본식 승합차(주로 도요타 하이에이스)들이죠.



제가 탄 것은 전자였습니다. 박물관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물건이 정말 용케 굴러간다,
배기 가스 검사같은건 절대 통과 못할텐데 그런거 없나 등등 별 생각이 다 들더라구요.
돌아올때 탔던 하이에이스에 비하면 공간은 여유로운데 엔진이 힘겨워 속도가 안나니 쎔쎔?

그런데... 가겠다고 콜렉티보를 타기는 탔는데 라파스 시내 교통 상황이 완전 최악!
안좋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출근시간 지난 평일 오전인데도요.
게다가 불현듯 귓가를 울리는 익숙한 총성! 놀라서 거리를 쳐다보는데 다들 태평한걸 보니
최루탄 발포 소리였나봅니다. 게다가 저 태연함은 이런 일이 일상이란 얘긴데..;;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마무리하기로 하고, 버스는 인도를 관통하고(...) 길을 우회하여
길에 갇히면 어떻하나 걱정했던 것보다는 수월하게 달의 계곡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 지역은 본디 '영혼의 골짜기'로 칭해지던 곳이었는데 1969년 인류의 달 착륙 이후
닐 암스트롱이 라파스를 찾았을 때 이곳에 와보고 '달의 풍경과 닮았다'는 말을 남긴 뒤로
달의 계곡, Valle de la Luna로 불리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입구 옆에는 철판으로 만들어진 라마의 상이 있던데, 이곳과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요?



입장료를 내고 계곡에 들어갔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딱히 볼 거리가 없는 라파스 인근에
그나마 가볼만한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왔기에 기대치는 저 아래였습니다만...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늘어선 것이 의외로 그럴싸 합니다?



금강산에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에서 본 그 봉우리들의 축소판 같기도 하고...



석회암 동굴의 윗부분이 사라지고 아랫부분의 석순이 땅 위로 드러난것 같기도 하군요.



본디 이곳은 점토질로 이루어진 토산이었을 터이나 오랜 시간동안 빗물에 의해 씻겨나가고
다른 광물이 섞여 보다 단단한 부분들이 남아 이러한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에서 석순들의 끝에 달린 검붉은 부분들이 보다 단단하여 버틴 '이물질'로 보이네요.
하지만 검붉은 머리들이 버텨도 그 아래 기둥들은 점점 가늘어질테고, 결국 머리가 균형을
잃고 떨어지던가 기둥이 머리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던가 하겠죠?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무튼 썩 인상적인 풍경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아무래도 달의 표면과는 거리가 좀 있죠^^;?
"스타 워즈"와도 좀 다른것 같고, "스타 트렉"에서라면 어딘가의 배경으로 등장할 법 합니다만.

'달의 계곡'이라는 이름은 이색적인 풍경에 붙이는 걸로 남미에서 인기가 있는지
볼리비아에도 포토시에 한 곳 더 있고, 아르헨티나에도 두 곳이 있고, 칠레에도 한 곳 있습니다.
아마도 그중 가장 크고 유명한 곳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거기겠죠? 거긴 정말 달 비슷하던데~



그래도 일단은 달이니까~ 달에 갔으면 뭐다? 문 워크를 해야죠~ (마잭 형아의 그거 말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더니 골짜기 전경이 한 눈에 보입니다.
썩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작지도 않은, 한두 시간 둘러보기엔 딱 적당한 정도.
계곡 뒤의 마을은 마야사(Mallasa)라고 보통 저곳의 식당에 들러서 식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출구 쪽으로 돌아나오다보니 웬 조형물같은게 있던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요. 음음.



이름 안내판이 있는 바위도 있던데 정확히 어느걸 가리키는지 알기 어려워 설명이 곤란~
이곳도 다시금 오랜 세월이 지나면 모두 씻겨나가고 평범한 구릉지가 되겠죠?



시간 때우러(...) 들렀던 것치고는 의외로 느낌이 좋았던 라파스의 달의 계곡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라파스 주위에는 딱히 알려진 관광지가 없어요~ ^^


저 많은 낙서는 누가 그렸을까
사막에서 모래 장난을
세상 끝의 지배자
공중 도시를 찾아서
늙은 봉우리
무지개의 산
황금의 거리
신전 위의 성당들
선 넘고 물 건너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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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두드리자 2019/11/01 21:31 # 삭제 답글

    암스트롱이 "달의 풍경과 닮았다"고 했다면 이야기는 끝이죠. 달에 갔다 온 사람이 그렇다고 하는데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얌전히 달의 계곡이 되는 거죠.
  • glasmoon 2019/11/02 17:27 #

    그러니까요. 제가 '달의 모습은 저러치 아나!'라고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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