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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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바다 위에서 by glasmoon

달에서는 문 워크를


달 탐사를 마치고 라파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시내 구경을 합니다.



볼리비아의 수도 라파스(La Paz)는 페루 쿠스코의 확대판이랄까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똑같이 고원 지대의 분지에 들어선 도시인데 라파스가 더 크고(472km²), 더 높죠(3,640m).
시내는 완전히 포화 상태인지라 서쪽 고지대의 엘 알토(El Alto)에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고
보다시피 공항도 그쪽에 있습니다.



달의 계곡을 갈때도 언급했지만 라파스의 시내 교통 상황은 지옥 그 자체~
차는 거의 서있다시피하고 그 사이로 사람들과 오토바이들이 거리낌없이 지나다닙니다.
아침에 갈때도 꽤 막힌다 생각했구만 오후에 비하면 그건 아주 원활한 거였어;;;



버스를 타고 내린 라파스 시가지의 중심 산 프란시스코 광장입니다.
물론 광장 한쪽에는 산 프란시스코 성당(Basílica de San Francisco)이 있죠.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름을 알 만큼 유명한 성인임에도
유럽에서는 이름을 딴 성당을 보기가 쉽지는 않은데, 남미에 와서는 왕왕 보게 되네요.
가난한 자들의 성인이기 때문일까요? 교황명으로 사용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죠.



국제 뉴스에 밝은 분이라면 근래 볼리비아와 칠레 정국이 심상치 않다는걸 들으셨을텐데
볼리비아는 사회운동가 출신의 에보 모랄레스가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으나
어딘가의 누구처럼 헌법의 맹점을 뒤져가며 3선까지 이어가면서 반대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거기에 하락세의 경제 상황이 겹쳐 어딘가의 노동자들이 아예 도로를 텐트로 점거해버렸네요.
제가 갔던 9월이 대선 직전이라 분위기가 엄청 뜨거웠구만 아니나다를까 지난달의 선거에서
부정 개표로 충분히 의심될만한 상황이 발생했으니 지금은 훨씬 어마어마하겠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관광객은 밥집을 찾아갑니다. 우리는 놀러 왔으니까~
볼리비아 현지식 중에서 고른 것은 쇠고기를 얇게 튀긴 왼쪽의 실판초(silpancho)와
볼리비아식 찹스테이크라 할만한 오른쪽의 피케 마초(pique macho).
맛은 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남겼;; 아깝;;;



배를 채워넣으니 거리가 좀 보이기 시작하네요.
현대적인 고층 빌딩, 커다란 옛 성당, 오래된 상가 건물, 길을 가득 채운 자동차들...
라파스에서 제가 받은 인상이 이 사진 한 장에 다 들었네?



그 성당 뒷편이 무리요 광장(Plaza de Armas Murillo)입니다.



볼리비아의 독립운동가 중 한 명이었던 페드로 도밍고 무리요(Pedro Domingo Murillo).
그가 라파스에서 궐기한 7월 16일에는 지금도 큰 행사와 퍼레이드가 벌어진다고.
아 근데 이 비둘기들 어쩔;; 여기 사람들은 모이를 막 줘요;; 무리요가 비둘기를 좋아했나??



광장 한 켠에는 평화의 성모 성당(Catedral Basílica de Nuestra Señora de La Paz)이
있습니다. 라파스의 중요한 성당 중 한 곳으로 원래 있던 17세기의 건물이 노후화되어
붕괴 위험이 높아지자 19세기 중반에 철거와 재건축을 시작하여 90여년간의 공사 끝에
볼리비아 독립 100주년인 1925년 완성되었습니다.



아까의 성 프란시스코 성당도 그렇고 남미의 성당들은 화려한 의상을 입힌 온갖 성상들과
그들을 비추는 반짝이는 조명들, 그리고 금박 장식들이 겹쳐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 성당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졌기 때문인지 정서적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네요.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의 성당들이 이런 느낌이었죠. 웅장한 바로크에 장식은 절제된.
마드리드건 라파스건 절제한게 아니라 돈이 떨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



남미에 와서 사진 촬영 금지 팻말이 없는 성당은 처음이라 좋다고 몇 장 찍었는데
나가면서 보니 역시나 있었네요. 하얗게 빛이 바래서 못봤;; 죄송합니다~



이제 성당을 뒤로하고 광장을 건너 북쪽으로 올라가봅시다.



하엔 골목(Calle Jaen)이라고 이쁘장하게 치장한 핫플레이스라는데 조용하네요?



아직 이른 시간이었나? 아니면 유행이 지나갔나? 사진 찍는 사람들은 몇 보이더랍니다만~



그리고 오늘의 중요한 코스~ 라파스의 명물 케이블카 타기!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라파스는 교통 상황이 엉망인데 도로 확장의 여지는 없고 그 와중에
엘 알토 등 주변 주거 도시들과의 고저차가 상당하다보니 텔레페리코(Teleférico)라 부르는
케이블카가 중요한 대중 교통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노선이 무려 열 한개!?



라파스 도심 바깥쪽에 용무가 있을 리는 만무하지만 놀이공원의 대관람차(...)처럼
도시 구경삼아 타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저는 붉은색 라인의 Taypi Uta에서 출발하여
Jach'a Qhathu에서 은색 라인으로, Tiquira에서 보라색 라인으로 갈아탄 뒤
Utjawi로 돌아오는 코스로 타보기로 했습니다.



분지라서 해 지는게 빠르군요. 일몰을 보기위해 서둘러 출발!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볼리비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는 일리마니(Illimani) 산? 오오~
오른쪽 아래편에 보이는건 대형 주차장 아닙니다. 라파스의 대로의 흔한 풍경입니다.
근데 가만, 저 산이 보인다는건, 그림자가 앞으로 진다는건 지금 동쪽으로 가고있단 얘긴데?



급한 마음에 노선을 잘못 탔네요. 어리버리하는 사이 이미 해는 다 졌네. ㅠㅠ



이제 제대로 서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파른 비탈을 빈틈없이 매우고 있는 집들도
라파스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겠죠. 이 집들은 대부분 크고 붉은 벽돌로 지어졌는데...



커다란 바위 아래 동네만은 알록달록 칠을 해놨네요. 부산에서 비슷한걸 본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엘 알토에 도착했습니다. 보다시피 해발 4,095 미터! 산이 아니라 도시입니다!
관광객들에게는 조금 위험한 지역이긴 한데, 뭐 돌아다니지 않고 케이블카만 타니까 안심?



고저차가 크고 경사도 급하니 자동차로는 빙 돌아갈 수밖에 없고, 지하철을 팔 수도 없고,
이런 상황이라면 트램(산악열차)을 놓는게 보통인데 이렇게 케이블카도 방법이 되는군요.
건설 비용이나 수송 효율같은건 어떻게 될까요?



은색 라인으로 갈아타고 라파스를 내려다보며 남쪽으로 내려갑니다.
저 뒤엔 아까의 일리마니 산 왼편으로 무루라타(Mururata) 산까지 보이네요. 해발 5,871 미터.



거리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금새 별의 바다가~



남미의 도시라면 전망좋은 곳에 꼭 있는 커다란 예수상! 라파스라고 예외는 아니죠.
어둡고 흔들려서 잘 안보이지만 예의 팔 벌린 포즈로 서 계신 그분 맞습니다. ^^;



그리고 다시 시내를 향해 내려오면서 대관람차.. 아니 케이블카 타기도 끝났습니다.
그런데 내리면서 보니 엘 알토로 올라가는 퇴근 행렬이 어마어마하게 길더라구요.
행여나 언젠가 타게 되시거든 꼭 퇴근 시간 전에 미리 올라가시는 걸로!



아무래도 놀이기구(...) 체험 후기는 사진만 가지고는 약하죠? 짤막한 동영상도 있어요~



뭔가 바빴던 라파스에서의 하루의 마무리는 볼리비아 현지의 맥주로 대신합니다.
나름 알려진 후아리(Huari)가 두 종류 있길래 둘 다 사와봤는데...
왼쪽의 꿀(miel) 들어간 건 제입에는 안맞네요. 너무 달아~


선 넘고 물 건너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달에서는 문 워크를

덧글

  • 두드리자 2019/11/07 22:42 # 삭제 답글

    실판초와 피케 마초를 남기셨다고요? 도대체 얼마나 많기에? (먹산 팬들이 탄식하실 듯)
  • glasmoon 2019/11/08 10:35 #

    한 접시가 1.5~2인분은 되더라구요. 아 정말 맥주 안주로 최고였는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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