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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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지평선 by glasmoon

별의 바다 위에서


부지런히 올렸던 남미 여행기도 이제 막바지로군요. 드디어 하이라이트, 우유니 사막입니다.



볼리비아는 페루보다도 도로 상황이 열악하기에 우유니까지는 보통 비행기로 이동하는데...
현재 볼리비아의 대선 개표 조작 논란이 점점 커져서 결국 모랄레스 대통령이 망명하고
내전 위기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제가 갔던 9월에도 일촉즉발의 상황이어서 혼란했는데
우유니의 현지 여행사와 교통편들이 파업을 한다는 소식이 있어 매우 불안불안~~;;;;



고작 하루 있었지만 매우 버라이어티했던 라파스와 엘 알토 안녕~
모처럼 창가에 앉아 우유니 사막을 하늘에서 내려보고싶었구만 잠깐 조는 사이 착륙해버렸;;



우유니 사막, Salar de Uyuni는 볼리비아 알티플라노 고원에 자리한 거대한 소금 사막입니다.
전체 면적이 대략 11만 제곱킬로미터쯤 된다니까 서울시와 경기도를 합친 것과 비슷하겠네요.
고원의 생성과 함께 만들어진 거대한 염수호가 건조한 기후로 증발하면서 소금 결정만 남아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단 우유니 시내(?)로 들어섰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곳이 가장 번화한 곳이죠.
아마도 우유니에서 가장 높은 건물(...)과 가장 화려한 상점(...)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우유니(Uyuni)는 칠레로 통하는 관문 역할도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산업은 사막 관광이어서
2012년 기준으로 약 3만 명이 되는 인구 중 상당수가 관광업과 관련된 걸로 여겨집니다.



정말 무미건조하고 고만고만한 건물들 사이에서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시계탑.
우유니는 수도 라파스와 포토시, 칠레, 아르헨티나로 철도가 연결되는 요충지이기도 하다고.
그 철도망을 살려 고원 산악 지대의 광물을 태평양 연안으로 수송하는 허브 역할을 했는데
20세기 중반 광물 고갈과 함께 철도는 몰락해버렸습니다.

어렵사리 여기까지 와서 사막에 들어가지 못하면 낭패이므로 현지 여행사부터 찾아갔더니
파업은 모레부터라고, 제가 우유니에 머무는 내일까지는 정상 영업한다고. 다행이야..ㅠㅠ



일단 급한걸 해결하고 났더니 해가 중천에 걸리도록 밥을 못먹은게 이제야 생각나네요.
동네 규모상 대단한 맛집은 없고 나름 유명하다는 피자집을 찾아갔지만 저녁 장사만 한다기에
문 연 식당을 찾아 헤매다 태극기가 걸린 곳이 있어 호기심 반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최근 남미를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늘어나서 환영의 의미로 걸어둔게 아니라
정말 메뉴에 불고기같은 한식이 있어요?? 그렇다고 왠지 모험을 하기엔 미심쩍어서
이름이 기억나지않는 현지식 하나와 실패 가능성이 낮은 김치볶음밥(...)을 주문했습니다.
의외로 그럴싸한 비주얼에 비해 너무 매운;;; 한국인 매운 음식 좋아한다고 과대평가했나??

주방에 한국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한국 음식을 만들어 팔게 되었는지, 혹시라도
조상 중에 한국계가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번역기를 통하기엔 너무 복잡한 문장이라 포기.



엄청난 면적에 가혹한 환경의 우유니 사막을 여행객 혼자서 돌아다니는건 지극히 곤란하므로
필연적으로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를 통하게 됩니다. 저는 첫날 오후에서 밤까지 도는 코스와
다음날 오전 오후를 아우르는 코스를 돌았는데 직관적인 편의상 순서를 바꾸어 소개합니다.
보통 관광 코스가 출발하면서 가장 먼저 들리는 곳이 열차 무덤(Cementerio de trenes)이죠.



앞에 언급했던 것처럼 19세기 후반 우유니를 중심으로 대규모의 철도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짧은 호황기를 보내고 20세기 중반에 들어 수송할 광물이 고갈되기 시작하면서 몰락하여
많은 차량들이 선로 근처에 버려졌고, 그것이 지금은 관광 명소가 되었죠.
소금기 많은 땅, 작렬하는 태양, 주기적인 강우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져 제대로 녹슬었네요.



이제 본격적으로 사막에 들어갑니다. 한동안은 이렇게 길을 달리다가...



드디어 길을 벗어나 허허벌판으로 들어가고...



점점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며 하얘지더니...



정말 소금밭(!!)이 되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우유니의 거대한 소금 사막, 믿기지 않지만 제가 왔네요.



저 멀리 지평선까지 온통 하얀, 그것도 눈이 아니라 소금으로 하얀 세상이라니.
강력한 태양빛을 지면이 다시 반사하므로 선글라스 없이는 눈을 뜰 수 없습니다.



우기에 들어찼던 물이 건기에 마르면서 육각형의 패턴을 지면에 남겼네요.
깊이가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에 이르는 이 소금은 매년 물이 차고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고도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평탄화되었습니다. 인공위성의 고도 보정에도 이용된다고.



다시 차를 타고 잠시 달리니 소금 벽돌을 쌓아 만든 이런 구조물이 세워져 있네요.
2009년부터 다카르 랠리의 코스가 남미로 옮겨가면서... 그렇군요. 여길 지나칠 수는 없겠죠.
와, 여길 모터사이클로 주파하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요??



다카르 기념비 뒤로는 세계 각국의 국기들이 계양되어 거센 바람에 나부낍니다.
집에서 멀리 떠나올수록 고국의 깃발에 마음이 흔들리는건 당연지사.



이제 이런 순간에 동영상이 빠지면 섭섭하죠^^;?



만국기가 꽂힌 곳은 이 건물 앞입니다. 소금 벽돌로 만들어져 소금 호텔로 통하는 이 건물이
실제로 다카르 랠리에서 참가자 및 관계자들의 쉼터로 이용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의 중간 기착지 겸 식사 장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우유니 사막이라면 재미있는 연출 사진을 여기저기에서 보셨을텐데, 가이드가 정말 찍습니다.
별별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데, 시큰둥해놓고 정작 민폐는 싫다며 열심히 포즈 잡은건 비밀. -,.-
아닌게아니라 온통 소금 세상이라는게 엄청난 비주얼이긴 하지만 딱히 변화가 없다보니
시간 때우려고, 관광객들 심심하지 말라고, 서비스 어필하려고 하는거 같긴 하더라구요.



한참 사진을 찍고 한참 달리다보니 하얀 세상에 선인장으로 뒤덮인 육지가 나타납니다.
잉카와시 섬(Isla Incahuasi; 잉카의 집)으로 고대 화산의 정상부가 주변이 거대 호수가 되고
다시 소금 사막이 되도록 남은 것이라네요.



온통 소금이다보니 생명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는 우유니 사막 속 주위 사방 수 십 킬로미터
이내에서 유일하게 의미있는 육지입니다. 물론 특유의 소금기를 제외하더라도 건조한 기후와
낮은 강수량은 여전하므로 생존이 가능한건 선인장 정도지만요.



사유지라고 입장료를 내라기에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 밖으로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그린것 같은 대형 선인장을 눈앞에서 보는 것도 처음이네요.



다시 차를 타고 이번에는 물이 남아있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저는 건기에 갔으므로 물을 기대하진 않았는데, 건기라고 완전히 마르는건 아니었군요!



찰랑찰랑하는 물 속으로 슬러시 모양이 된 소금이 보이고 일부는 물 밖으로 드러나 있네요.
아까는 하얀 모래인지 뭔지 별로 실감이 안났지만 이렇게 보니 확실히 소금입니다.



우기처럼 물이 가득 차서 완전한 거울이 되는건 아니어도 하늘을 반사시키는데는 충분~



그리고 또다시 포토 타임! 이번에는 반사를 이용한 트릭이 주종이 되더군요. =ㅁ=



한참 사진을 찍다보니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두 개의 하늘, 두 개의 태양이 서로 맞닿는 광경! 근데 해 아래로 구름이 걸려 어쩌나...



...했더니 구름을 뚫고 내려왔네요. 마치 서해안의 물빠진 갯벌같기도 하고.



두 태양은 서로 점점 더 가까워져...



결국 지평선에서 만나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구름이 살짝 비켜줬네요.
이 일몰은 평생 기억하겠죠. 살면서 수평선이 아닌 지평선으로 지는 태양은 처음이기도 했고.

지금까지는 태양의 화려한 쇼를 보았지만 이제부터는 태양의 흔적이 없어지기를 기다립니다.
차 안에 앉아 완전한 어둠이 오기까지 기다리기를 몇 시간...



태양이 사라진 우유니의 밤 하늘에 별의 강이 흐릅니다.



똑딱이로도 이렇게나 많은 별이 담기는군요.
하긴 다른건 제쳐두고 이거 한 장은 찍겠다고 무거운(...) RX100을 지구 반대편까지 들고갔죠.
달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화면 오른편에서 빛나고 있어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했지만
그래도 구름의 방해 없이 남반구의 은하수를 보는게 어딘가요~~ ㅠㅠ

은하수의 가운데 십자 표시를 한 것이 남십자성, 십자가의 짧은 변을 두 배쯤 올라간 곳의
밝은 별이 하다르(아제나), 그 왼쪽 위에 가장 크고 밝은 별이 알파 센타우리입니다.



그리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건진 인생샷. 상반신이 조금 흔들리긴 했어도 뭐.

좀처럼 보기 힘든 남반구의 별잔치를 육안으로 바라보는건 정말 황홀했지만
고도(해발 3,600 미터) + 사막 + 겨울 + 밤 + 바람의 5단 콤보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
아까워 아까워 하면서도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숙소에 들어가면서 혹시나 하고 들렀더니 낮에 열지 않았던 피자집이 막 마감하려 하길래
스톱을 외치고 주문 성공!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평생 기억에 남을 기막힌 피자였어요.
맥주도 라파스에서 먹었던 것과 같은 상표의 것이구만 얼마나 맛있는지! ㅠㅠ

지나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제가 우유니로 들어가기 며칠 전까지 파업으로 관광 불가,
제가 나온 다음날 다시 파업으로 관광 불가, 그 며칠 뒤에는 국경까지 파업에 동참하여
페루에서 들어가는 입국 자체가 불가... 정말 대형 폭탄들 사이를 피해간 묘기 일정이었던;;;
지금은 볼리비아의 상황이 막장화되어 언제 다시 안정될런지 기약이 없겠군요.
그리고 저의 남미 여행 행선지도 이제 마지막 한 곳 만을 남기고 있습니다.


선 넘고 물 건너
코파카바나의 검은 성모
달에서는 문 워크를
별의 바다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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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두드리자 2019/11/20 20:25 # 삭제 답글

    사막 한 가운데에 왠 사유지가 있는 겁니까? 뭔가 자원이라도 있는 건가요?
  • glasmoon 2019/11/21 12:59 #

    높진 않아도 사막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위치 자원은 있지요(...)
  • 지나가다 2019/11/20 21:42 # 삭제 답글

    비슷한 광경을 대단한 장비로 대단히 잘 찍은 사진들도 많고 많지만, 마지막에서 두번째 사진은 날것의 느낌이 살아있어 너무 좋네요.
  • glasmoon 2019/11/21 13:00 #

    감사합니다. 제 카메라도 지극히 일반적인 모델이고, 저에게 후보정 스킬은 없다보니~~ ^^;;
  • 노타입 2019/11/21 09:14 # 답글

    생생한 여행기 너무 잘 봤습니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곳인데 정말 멋지네요. 유리달님은 계속 제게 대리만족을 주시는군요 ㅎㅎ
  • glasmoon 2019/11/21 13:00 #

    정말 꼭 한 번 가볼만한 곳입니다. 장기 계획으로 기회를 노려보세요!!
  • 알트아이젠 2019/11/21 22:07 # 답글

    버킷 리스트 중 한 곳인데 정말 잘보고 갑니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드는 곳이네요.
  • glasmoon 2019/11/22 17:47 #

    조만간 꼭 실행 리스트로 옮겨지기를 기원합니다~
  • 이글루스 알리미 2019/12/02 08:03 # 답글

    안녕하세요, 이글루스입니다.

    회원님의 소중한 포스팅이 12월 02일 줌(http://zum.com) 메인의 [여행] 영역에 게재되었습니다.

    줌 메인 게재를 축하드리며, zum 메인 페이지 > 뉴스 하단의 여행탭에 게재된 회원님의 포스팅을 확인해 보세요.

    그럼 오늘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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