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코로나19의 여파로 미사 집전을 중단한 각 성당들이 언제 정상화될런지 모르겠네요.
띄엄띄엄 이어지는, 작년 두 차례에 걸여 도전한 전라 지역 성당 원정기 그 네 번째는
전남의 함평 성당입니다.

영광 성당도 그렇고 각 군의 중심 성당들은 찾아가기 편해서 좋군요.
군청에서 남쪽으로 300미터 쯤 내려가다보면 길 바로 오른편에 붙어있는 성당이 보입니다.

나주 본당의 관할 아래 있던 함평 공소가 본당으로 승격한 것은 해방을 맞던 1945년입니다.
함평 본당은 1949년 성당 신축 공사를 시작하였으나 거의 완성된 시점에서 한국전쟁이 발발,
전화에 휩쓸렸다가 남하했던 북한군이 후퇴하면서 방화하여 소실되었습니다.
이후 1951년 함평을 찾은 바티칸의 교황 사절단이 지원을 약속하면서 이듬해 개축된 것이
현재 남아있는 함평의 구 성당 건물입니다...마는, 이것도 성당 앞 도로의 확장 공사를 하며
성당 전면부가 잘려나가는 일을 겪었다가 다시 보완 공사를 거친 모습이죠.

전국의 그 많은 성당들 중에서 함평 성당을 한 눈에 차별화하는 요소는 전면의 기둥들과
그 위에 올려진 2층의 테라스(?)입니다.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양식이고 한편으로는
중국의 근대 건물들을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위에 언급한 것처럼 한 번 제거되었다가
가설물을 거쳐 다시 만들어진 것이라 원래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고 싶은데 찾질 못했네요.

건물의 1층은 마치 옛날의 학교처럼 복도와 방들이 만들어져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던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어...

아까 보았던 성당 전면의 그 멋드러진 계단을 통해야 합니다.
봄에 왔을 때는 계단 입구가 잠겨있었는데 가을에 다시 갔을 때는 다행히 열려있더군요.

2층 테라스에서 올려본 함평 성당의 상징 팔각 종탑.
저 뒤로 보이는 또 하나의 종탑은 잠시 뒤에~

안타깝게도 제가 찾았을 때 2층 내부는 아무것도 없이 비워져 있었습니다.
성전은 신축 성당으로 옮겨갔지만 역사적인 건물인만큼 뭔가 의미를 부여하면 좋을텐데요.

그래도 봄에 왔을 때는 아예 2층으로 접근을 못했으니 가을에 다시 온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옆에서 보면 마치 다른 나라 어딘가의 옛 학교 건물같기도 하구요.
이 구 성당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가는, 현대 성당 건축에서의 중요한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제로 지정되었습니다.

건물 옆으로 너른 잔디 광장과 성모상이 있고...

그 아래 2000년 세워진 신축 성당이 있습니다.
이 신 성당도 원래 1998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IMF 사태의 여파로 많이 늦춰졌다고.
성당을 세울 때마다 풍파를 겪고 연기되는게 함평의 전통인 모양입니다?

신 성당은 건물이 사각형이 아닌 육각형이어서 내부 공간에 다소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가을의 볓이 좋아 입구에 장식된 색유리화로 들어오는 빛이 좋네요.
사진 찍는데 실패했지만 나른한 햇살에 동네 고양이들도 많이 오가구요.

계단 입구의 예수 성심상이 내려다보는 신구 두 성당.
총 여덟 곳 중 반환점을 돈 성당 답사는 이제 목포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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