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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어떻게 퍼져가는가 by glasmoon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2011년 개봉 당시보다 더 많이 회자되고 있는 그 영화,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젼". 저도 한 번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우연히
모처에서 블루레이가 반짝 세일로 나온게 있는걸 발견하고 냅다 집어왔습니다.


개봉때 극장에서 본 기억이 남아있는데, 솔직히 그때는 당황스러운 구석이 없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염병이 전파되는 과정은 바이러스성 재난 영화, 즉 혹성탈출 시리즈라던가
현대적 좀비물 등에서 곁가지로 다루어지는데 이 영화는 그 과정만을 집중적으로 판데다
소더버그답게 다큐멘터리급 현실감으로 장르 영화와는 다른 으스스함을 주기 때문이었죠.
영화는 2003년의 사스(SARS)와 2009년의 신종 플루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그 두 질병이 살짝 언급되기도 하지만, 바로 이듬해 유행한 메르스(MERS)에 이어
올해 최악의 상황을 일으킨 코로나19(COVID-19)까지 이어질 줄은 미처 몰랐... 아니,
진지하게 예상하면서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당장 서플먼트의 초입에서 출연 배우 중 한 명인 주드 로가 이런 발언으로 시작하니까요.
소재가 소재여서인지 배우들은 전염병 대유행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로부터 교육을 받았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연구실 내 인력들은 최고 등급 방호복을 입거나 움직이는 것부터
기초적인 추출과 실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받았다고 합니다.


또한 소더버그답게(...) 서플먼트에 감독이 직접 등장하거나 의견을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작품을 위해 자문을 구했던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실제 상황을 가정하여 설명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이러스성 재난 영화와 이 작품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여기일 것입니다.
재난물 및 좀비물에서는 질병이 창궐하고 더이상 손쓸 수 없게 되면서 멸망이 도래하던가
아니면 주인공 일행의 영웅적 활약으로 치료약을 손에 넣는 식으로 전개되기 마련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WHO의 역학조사관들이 질병의 원인을 찾아 과정을 되짚어가기 시작하고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본부)는 사태를 수습하는 한편
백신을 만들기위해 지난한 노력을 기울이는, 국가 안팎의 시스템이 작동하는걸 보여줍니다.


물론 극으로서의 백미는 여기에 있겠죠. 대유행(판데믹) 상황을 맞아 패닉에 빠진 사람들이
사재기로부터 시작해서 각종 난동과 폭력 소요를 일으키고, 유사 언론은 가짜 뉴스를 퍼뜨려
그들을 부추기고 선동하며, 일부 기업들은 상황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전문가 한 명은 이러한 사람들 또한 바이러스와 같다는 표현을 쓰는데 머뭇거림이 없더군요.


서플먼트에 등장한 모든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유행 전염병의 발생을 막을 방법이 없으며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걸 전제로 최대한 빨리 완화 및 수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메르스는 왔으며 코로나19는 한창 진행 중...
그나마 우리나라는 메르스때 큰 피해를 본 반면교사인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러한 대유행 전염병이라는 것은 한 쪽만 잘 막는다고 막아지는 성질이 아니니까요.

모쪼록 전세계에 걸친 이 사태가 더이상 큰 피해 없이 잘 마무리되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작품성과는 별개로 다시 이렇게 소환되는 일이 없기를 또한 바랍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 . .

덧글

  • 두드리자 2020/03/18 18:35 # 삭제 답글

    1981년, 딘 쿤츠라는 미국 소설가가 The eyes of darkness라는 소설을 썼죠. 중국 우한시 외곽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우한-400'이라는 이름의 생물병기가 미국에 퍼져서 사람들을 죽이는...
  • glasmoon 2020/03/20 16:32 #

    허거덩~ 만약 바이러스 발생원이 일부 소문대로 우한의 연구소라는게 정말로 밝혀진다면..!!??
  • 까마귀옹 2020/03/18 21:30 # 답글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이 참 웃겼죠.

    '질병관리본부에서 소더버그에게 의뢰해 제작한 홍보 영화'
    '영화를 보고 나면 손을 씻고 싶어질 것이다'
  • glasmoon 2020/03/20 16:33 #

    뭔가 그 이상의 영화적(?) 전개에 익숙한 관객들은 어리둥절할 만도 했죠. ^^;
  • 무지개빛 미카 2020/03/18 21:38 # 답글

    이번 코로나 19 이후 국제사회가 그 어떤 국가나 집단, 기업의 영향을 절대 안 받는 보건조직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WHO는 글렀어요
  • glasmoon 2020/03/20 16:36 #

    그러나 어떠한 조직도 그 조직이 굴러갈 자금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게 함정;;
    이번 사태를 대하는 WHO 수뇌부는, 일선과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무색하게,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더군요.
  • 로그온티어 2020/03/18 22:23 # 답글

    바이러스를 다룬 걸 떠나서, 이 영화는 군상극과 드라이한 연출의 맛을 알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대부분 내용은 이미 직감하던 거라 크게 놀랍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들을 빠짐없이 그리면서 흥미있게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지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바이러스 사실적으로 다룬 영화라는 시사성에 묻혀서 영화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도 묻히는 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 glasmoon 2020/03/20 16:39 #

    분위기는 다르지만 이번에 돌아온 가이 리치도 군상극을 다루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죠. =ㅂ=
  • 보노보노 2020/03/20 14:35 # 삭제 답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할때 느꼈던점.
    1. 중궈 무섭다...
    2. 역병은 상의 잘못이니 흰옷입고 하늘에 용서를...
    이라는 중세적 믿음이 여전하구나.
    소금물 뿌리며 안전하길 바라는 걸 보고
    우리나라 고등교육에 허상을 보는듯 합니다...

    암튼 워킹데쓰 같은거 얼마든지 가능할듯 하네요...
  • glasmoon 2020/03/20 16:41 #

    저는 설마가 뭐 잡는다더니 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거,
    그리고 이른바 선진 세상이라는 북미와 서유럽도 별다른거 없더라는 거?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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