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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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시간 여행 by glasmoon


수많은 사람들의 피땀어린 노력 끝에 사정이 나아진 끄트머리 십여 년을 제외한다면
대한민국의 20세기는 암흑기 그 자체였기에 제가 좀 더 빨리 태어났다면 따위의 생각은
99% 해본 적이 없지만, 나머지 1%이자 단 하나의 예외라면 1969년 7월의 '그 사건'을
실황으로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당시의 자료와 나사가 짱박아두고 있었던 미공개 필름을 모아
토드 더글러스 밀러 연출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폴로 11"로 만들어져 개봉되었습니다.
국내에도 개봉을 해달라고 해달라고 달을 향해 그렇게 빌었건만 역시나 그런 일은 없었고
언젠가 블루레이 소프트라도 발매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며칠전 넷플릭스에서 무언가를 검색하던 중 관련 콘텐츠로 이게 뜨더라구요?
세상에 그렇게 기다리던 이게 넷플릭스에 있었다고?? 찾아보니 올 2월에 등록되었고
몇몇 언론에서 리뷰 기사도 났으며 몇몇 게시판에서 회자되기도 했구만 왜 여태 몰랐지??
땅을 치며 후회...는 나중으로 미루고, 좋은 때를 잡아 의식을 가다듬고 감상하였습니다.


이 "아폴로 11"은 다큐멘터리 중에서도 연출자의 개입이 거의 없는 극단적인 쪽에 속합니다.
감격에 벅찬 나레이션도 없고, 당시 인물들의 인터뷰도 없으며, 과학적 사회적 해설도 없죠.
CGI의 발전과 함께 이런 류의 우주 과학 다큐멘터리에 으레 붙는 화려한 재연 화면도 없이
오로지 당시의 자료만을 가지고 90분을 꽉 채워나갑니다. 더해진 것은 편집과 음악 뿐.

그런데 요즈음 보기 드문 이런 방식이 오히려 극적인 현장감을 불러일으키니,
준비 태세로부터 발사 과정을 지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 달에 도착하고 지구로 다시 돌아오는
일련의 연속된 사건들을 그때 그 시절의 촬영분과 방송분으로 지켜보면서 마치 내가 1969년
7월의 그날로 돌아가 그 순간을 전 세계와 함께하고 있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겁니다.
물론 이게 가능한 건 그 많은 과정을 고화질로 촬영하여 보관하고 있던 나사의 아카이브와
그걸 다시 복원하고 후처리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 덕분이겠지요.

90분간의 달 여행이 끝난 뒤, 69년의 이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가셨다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쪽으로 관심있는 분이라면 이미 보셨겠지만, 혹 저처럼 놓쳤다면 당장 N...을 켜세요!

덧글

  • 두드리자 2020/03/25 20:56 # 삭제 답글

    나왔군요!
  • glasmoon 2020/03/26 18:33 #

    떴습니다!!
  • 자유로운 2020/03/25 23:20 # 답글

    우주를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군요.
  • glasmoon 2020/03/26 18:34 #

    재료가 좋다면 잔기교 따윈 필요없다는걸 증명했네요. ㅠㅠ
  • 나인테일 2020/03/26 06:22 # 답글

    조만간 50년여만에 다시 달착륙을 하고 화성에 최초로 착륙 하는걸 라이브로 보실 수 있으실겁니다.

    https://youtu.be/t5SlgULv30Y
    https://youtu.be/jeplhWnwyMI

    이렇게 말이죠.
  • glasmoon 2020/03/26 18:34 #

    69년의 그것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조만간 꼭 보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아이리스 2020/03/26 14:14 # 답글

    그 장면을 라이브로 본 세대만이 느꼈을 감동의 순간을 다시 볼 수 있다니 다행이네요 ^^

    (달 착륙은 태어나기도 전이라 듣기만 했고, 챌린저호 폭발사고는 방송에서 긴급속보로 보았던 1인)
  • glasmoon 2020/03/26 18:37 #

    이제 우주로 나갈 때 사람이 죽는 일은 없겠구나 싶은 타이밍이라, 챌린저호의 사고는 정말 엄청난 충격이었죠.
    물론 그 뒤로도 줄줄이..ㅠㅠ
  • 노타입 2020/04/06 09:28 #

    컬럼비아호 발사는 우주왕복선 완구를 품에 안고 기다려서 새벽에 생중계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챌런저호는... 방학중 서울 친척집에 놀러갔다 집에가는 기차에 비치된 신문 전면에 갈라진 두개의 연기구름 사진과 함께 폭발사고에 대한 기사를 보고 알게되었는데 그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네요.
  • 노타입 2020/04/06 09:26 # 답글

    오레곤 포트랜드에 놀러가서 아이들과 과학관에 갔다가 우연히 극장에서 보게 되었는데 그 감동이란 대단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레이션과 인터뷰가 좀 자세히 나와서 아이들에게 설명이 되면 좋겠다 느꼈는데 곧 그 상황속에 녹아들게 만들더군요. 오스카 다큐상을 받았어야했는데 후보에도 못들다니 기생충 아니었으면 아카데미를 용서하기 힘들었을겁니다.
  • glasmoon 2020/04/06 17:32 #

    그쵸? 처음엔 뭥미 하다가 어느새 69년으로 타임 슬립! 그나저나 이걸 극장에서 보셨다니 마냥 부럽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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