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기말, 혼란과 혼돈을 틈타 -잠시나마- 전세계를 장악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록 안에서는 얼터너티브의 역풍, 록 밖에서는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분출을 얻어맞고
역사의 한 페이지로 장렬히 스러져간 헤비메탈.
그러나 메탈의 태동기로부터 위대한 뮤지션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예언 속에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일 때 헤비메탈의 빛은 북쪽의 숲을 비추리라는 구절이 있으니
사람들은 그 곳을 약속된 메탈의 땅 수오미, 널리 알려진 단어로는 핀란드라고 하였다...

그 땅에서 불알 친구들과 함께 십 수 년째 메탈 밴드를 만들어 연습에 매진하고있는 투로.
카피 밴드였던 그들은 순록 도살(...) 작업 도중 힌트를 얻어 자작곡을 만드는데 성공하지만
들뜬 나머지 투로가 흠모하던 꽃집 처녀에게 록 페스티발에 초청받았다고 허풍을 쳐버리고
작은 마을에서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모든 주민들이 그들을 응원하고 나선다.
투로는 과연 이 소동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투로와 친구들은 정말 록 페스티발에 서는가?
아니 서고 말고는 둘째치고 록 페스티벌이 열리는 노르웨이까지 갈 수는 있는가??
길을 막아서는 공포의 순록! 정신병원을 탈출한 최악의 환자! 원리주의 테러리스트의 습격과
그들을 막아야만 하는 국경 수비대가 얽혀드는 가운데, 불타올라라 메탈 스피릿~~!!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이후 핀란드 영화를 본 건 처음인가?
대충 요약하고 보니 아이디어는 정말 기막히긴 한데, 솔직히 만듦새가 좋다고는 못하겠다.
각본도, 연기도, 연출도 어딘가 한 박자씩 어긋하는건 설마 핀란드식 유머의 일종이려나.
그러나 옛 할리우드 영화부터 일본 만화의 클리셰까지 늘어놓는 B급 서브컬처의 향연에다
무엇보다 수록된 자작곡의 퀄리티도, 멤버들의 연주도 제대로야! 오오 핀란드 오오~
싹수 보이는 신생 밴드 '임페일드 렉툼(꿰뚫린 X문)'의 정규 데뷔 음반을 기대하자!?
덧글
북미쪽은 힙합과 섞여 뉴메탈이라고 유행하던 것도 지나간지 오래, 왕년의 스래시 영감들이 호흡기로 숨쉬는 처지구요,
유럽에서는 여성 보컬과 관현악을 끌어들여 팝처럼 되던가, 아니면 반대로 익스트림 계열에서 분화를 하던가 그 정도네요.
사실상 유의미한 기조라고 한다면 핀란드를 중심으로 북유럽에나 쪼금 남아있습니다.
데스 메탈 위주...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일단 북유럽은 브루탈 창법을 전제하는 경우가 많다고 봐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