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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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이냐 이빨이냐 by glasmoon


에 그러니까 BMW의 그릴 변화에 대한 이야기의 3년 만의 뒷소식이로군요.



그때가 아마 현행 5 시리즈, 코드명 G30이 데뷔할 무렵이었을 겁니다.
BMW를 상징하는 콧구멍 키드니 그릴이 한계를 모르고 커져간다며 불만이 많았거든요.
사실 대형 흡기 그릴은 고성능 차량의 상징이기에, 고성능 차량(처럼 보이는 것)을 표방하는
각 자동차 회사들은 -흡기가 필요없는 전기차가 아닌 이상- 그릴을 키우는 것이 꾸준한 추세죠.

그런데 사람은 사물(이 경우 자동차)의 인상에 인간의 얼굴을 투영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어서
자동차에서는 헤드 램프를 눈, 프론트 그릴을 코 또는 입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BMW는 그릴이 좌우 둘로 나뉘어 있다보니 코도 아니고 콧구멍(...)이 된다는게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계속 커지면서 BMW는 하늘을 향해 열린 들창코를 자랑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문제를 BMW라고 모르지는 않았을 터, 전면부 디자인에 전례없는 변화를 부여한 것이
6 시리즈 쿠페의 후속으로 다시 호출된 8 시리즈의 콘셉트 모델이었습니다.
그릴은 더욱 거대해졌지만 위치를 낮추고 좌우를 붙여버리면서 코에서 입이 되고자 한 거죠.
그릴 안에 세로로 세워진 핀들의 상단에는 아예 이빨처럼 보이는 디테일까지~



저는 이 콘셉트가 무척 마음에 들었지만, 밖에서는 BMW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고
그런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 실제로 양산된 8 시리즈는 보다 절충된 프론트를 갖게 되었습니다.
콘셉트에서의 강렬함은 옅어졌지만 이 정도면 준수하죠? 현재 BMW의 얼굴 마담이기도 하구요.



세계의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 중에서도 BMW가 특히 디자인 변화에 가장 더딘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8 시리즈의 시도 이후 키드니 그릴의 좌우를 붙인다는 방향성은 계속 유지되었습니다.
라인업의 핵심인 3 시리즈(G20)도, 5 시리즈의 페이스 리프트(LCI)도 이렇게 진행되었죠.
하지만 전반적인 기조는 F 바디 시절과 별반 달라지지않아 적잖이 밍숭맹숭한 편이었는데...



328 오마주를 비롯하여 꽤 오래 전부터 이런저런 콘셉트 카에 60년대 이전 헤리티지 모델들의
좌우로 좁고 상하로 높은 그릴을 실험해오던 BMW는 작년 새로운 4 시리즈의 콘셉트 모델에
그러한 타입의 그릴을 실제로 적용하여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어제 정식 데뷔한 4 시리즈 쿠페, 코드명 G22가 큰 수정 없이 양산됨이 공개되었죠.
각 자동차 동호회나 모임들은 물론 남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화제가 되었으니
뭐 일단은 성공한 셈이긴 한데, 절대 다수는 호감보다는 불호감을 표시한다는게 문제~ ^^;;



일단 1차적인 이유는 90년대 이후 BMW의 키드니 그릴이 너무나 오랫동안 '콧구멍'으로
각인되었기 때문일 터이나, 2차적인 이유라면 위에 언급된 모든 양산차에서 그랬던 것처럼
키드니 아래쪽에 들어가는 하부 그릴의 외곽 라인이 입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일 겝니다.
BMW 입장에서는 어느 한도 이상 커지면 콧구멍으로 인식하지 않을거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인즉 많은 사람들이 입 안의 이빨(설치류의 커다란 앞니)로 인식해버렸다는 거.



깔끔하게 정돈된 걸 좋아하는 제 기준에는 선이 지나치게 많은 느낌이긴 한데 그걸 제외하면
인상 자체는 간만에 신선하면서 쿠페의 공격적인 성격을 잘 드러냈다고 보는 편이고,
굳이 사람의 얼굴에 대입해야겠다면 키드니 좌우를 합쳐 입으로 본다면 해결되긴 합니다.
사람이 머릿속으로 한 번 받아들인 인상을 바꾸는게 쉽지 않기는 하지만요. ^^



비슷한 예로 알파 로메오의 줄리아가 있죠? 알파가 돌아왔다며 호평받는 성능은 미뤄두고
인상으로 쳐도 충분히 좋은 디자인이라 보건만 저걸 굳이 사람의 얼굴과 매칭하겠다고 하면
이상하게 웃고 있는 엽기적인 마스크가 되니까요.



어쩌면 8 시리즈 콘셉트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답은 이미 나와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키드니 그릴을 입이 아닌 콧구멍이나 이빨로 생각하는게 탈이라면
키드니 대신 입으로 받아들여지는 하부 그릴의 크기와 존재감을 떨어뜨리면 되는 거죠.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디자인 코드를 이미 재규어가 선점하고 있다는 거~
양산차 레벨에서 괜히 재규어의 디자인이 칭송(?)받는게 아니라니까요~



어쩌면 BMW도 궁극적으로는 재규어와 비슷한 프론트의 구성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르고
지금의 모습은 -대중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그로 나아가는 과도기적인 단계인지도 모르지만
이안 칼럼과 재규어의 디자인을 좋아하고 알파도 좋아라(아 줄리에타 빼고)하는 저로서는
어쨌거나 꽤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를 쓸데없이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그란 쿠페가 나오는 거야 기정 사실, 과연 M440i가 국내에 들어오느냐가 문제인데... (야야)


코에서 입으로?

덧글

  • 두드리자 2020/06/04 23:17 # 삭제 답글

    3년이 지나도 여전히 콧구멍이군요. (클래스는 영원하다)
  • glasmoon 2020/06/05 18:59 #

    흡기와 냉각이 필요없는 전기차의 시대가 오면 어찌될런지~
  • Ryunan 2020/06/05 11:12 # 답글

    개인적으로 스핀들도 별론데 이번 키드니는 완전 별로에요 ㅎㅎ
    옆트임부터 이래저래 애는 쓰는데 쉽지 않은 모양이네요.
  • glasmoon 2020/06/05 19:00 #

    다른 차들은 다 하나로 쓰는걸 둘로 만들라니, 한눈에 구분되는 특징이긴 하지만 제약도 심하죠. ^^
  • ChristopherK 2020/06/05 15:19 # 답글

    1. 번호판을 옮겨달면 모양이 살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더 괴이해질 것 같기도 하고

    2. 그나저나 저런 차는 정면을 조금만 눌러도 수리비가 왕창 깨질 것 같아요.
  • glasmoon 2020/06/05 19:03 #

    1. 현재 번호판 위치는 하단 그릴 상단 라인에 일부러 맞췄을 겁니다. 미국식 짧은 번호판 붙였더니 좀 더 깨더군요;

    2. 이제는 범퍼 시늉도 없고 맨 앞으로 돌출된게 그릴이라 접촉하는 순간 범퍼 도장 + 그릴 교체 비용이 기본이겠네요. 허허~
  • dex 2020/06/07 08:20 # 삭제 답글

    고우영 수호지에 나오는 무대가 떠올랐네요.
  • glasmoon 2020/06/08 16:24 #

    차체가 작은 1이나 2시리즈에 저 그릴 적용하면!?
  • 노이에건담 2020/06/08 03:28 # 답글

    BMW 디자인의 향후 방향이 저 키드니 그릴의 대형화라죠.
  • glasmoon 2020/06/08 16:25 #

    지금까지 커져왔고 앞으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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