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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096 안성 미리내성지성당 by glasmoon



뒤늦게 올려보는 코로나 이전 작년 가을의 성당 여행, 안성의 미리내 성지입니다.



행정구역상 안성이지만 여타 성지와 마찬가지로 타 시군과의 경계지역 산골짜기에 있다보니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려면 용인시를 통해 접근하게 됩니다. 구불구불한 지방도는 필수죠.



미리내 성지는 1846년 순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처형 후 감시되던 그의 시신을 몰래
빼내어 이곳 미리내까지 옮긴 이민식 빈첸시오, 김대건 신부에게 사제품을 준 조선 교구장
페레올 주교, 아들을 잃고 어렵게 살다 숨을 거둔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묘가 있는 곳입니다.
대한민국 천주교에서 김대건 안드레아가 가지는 중요성 및 상징성과 함께 가장 알려진 성지
중 한 곳이건만, 아무리 냉담이라 하더라도 영세 후 30년이 지나서야 찾게 되었네요.



미리내 성지의 성역화 작업은 1970년대 이후 계속 진행되어 수많은 기념물들로 채워졌습니다.
입구의 커다란 석조 부조 옆에는 성모상과 함께 성체조배실도 별도의 전각으로 만들어졌네요.



입구 오른편에 보이는 것은 성역화 작업 이전부터 이곳을 지켰던 미리내 성당입니다.
공소 설립이 1883년, 본당 승격이 1896년이니 과연 성지의 지킴이에 어울리는군요.



옆에는 1905년 성당 신축과 생활 용수를 위해 팠던 우물이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성당 외벽은 적벽돌이나 시멘트벽돌이 아닌 자연석을 쌓았다는게 특이한 점이로군요.
수십 곳의 성당을 보고다녔지만 화강암도 아닌 자연석으로 쌓은 건 처음 보는것 같은..?



전부 목재로 마감된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된 가운데에서도 옛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구요.



입구 옆에 놓인 주보성인 성 요셉의 상.



이 성당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곳일텐데 근래 성지가 엄청나게 확장되면서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밀려난 것 같아 왠지 안타깝습니다.



미리내 성당에서 내려와 성지 안으로 들어갑니다.



먼저 십자고상이 세워진 계단 뒤로 순교자 묘역이 있구요.



숲 사이로 난 너른 길을 따라 걸어올라가면



저 멀리 높은 대성당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대성당으로 가는 여러 길 중 오솔길이 십자가의 길이로군요.



그리고 이제야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대성당.



성당의 정확한 이름은 미리내한국순교자백삼위시성기념성당 입니다.
이름대로 1984년 한국 천주교 200년주년을 맞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순교복자 103위가
시성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박호견(당건축) 설계로 만들어져 1991년 봉헌되었습니다.



제가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설계자는 성당 건물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기념물로 세우고자
했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성당 외벽은 누가 보아도 거대한 피라미드이고...



종탑은 높다란 오벨리스크 그 자체니까요. 순교자들의 피와 눈물로 점철된 200년의 역사와
김대건 안드레아 외 103위 성인이라는 어마어마한 의미를 생각하면 납득할 수밖에 없군요.



그런데 지극히 단순화된 외양과 달리 내부는 철저한 고딕 양식으로 채워졌다는게 놀랍죠?



성 김대건 안드레아를 중심으로 103위 성인이 빼곡하게 그려진 색유리화가 눈부십니다.
제대 아래에는 신부의 유해 중 일부(종아리뼈)가 모셔져 있습니다.



국내에 이런 대규모의 성당이 많지 않은데다 있더라도 최근의 양식을 따르고 있다보니
이런 고딕 아치들과 장식들은 적잖이 놀랍네요.



돌아나가는 길에 이제서야 눈에 뜨인, 입구 위에 걸린 103위 성인의 그림.
103위 성인이라면 혜화동 성당의 그림이 가장 대표적이지만 이것 또한 훌륭합니다.



기념 성당을 나와 성지 깊숙히 더 들어갑니다.
오른편의 건물은 성모당인데 나갈때 들린다는걸 잊어버렸;;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요.



안쪽으로 들어가니 예수성심상과 야외 집회를 위한 제대가 있고...



성지 안쪽 끝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의 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왼편 위에 자리한 작은 경당이 하나.



시성으로부터 59년 전인 1925년, 김대건 안드레아를 비롯한 순교자 79위(후에 24위 추가)의
시복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당입니다.



그리고 성인의 묘. 왼쪽부터 강도영 신부, 김대건 신부, 페레올 주교, 최문식 신부입니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전국 각지로 보내져 이곳에는 목관과 함께 일부만 남아있습니다.



경당 왼편에는 신부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묘가 나란히 있구요.



지난해 성당 여행의 테마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로 정하고 자취가 남은 곳을 찾아가다가
늦은 가을 묻힌 곳으로 마무리했었는데 포스팅이 한참이나 늦어버렸네요.

어려서는 당연스레 생각했건만 어째 나이를 조금씩 더 먹어갈수록
존경받는 분들의 삶과 죽음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지는 느낌입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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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워드나 2020/07/12 14:07 # 답글

    건축물과 터의 아름다움도 기가 막힙니다만 관리하는 분들의 정성이 사진을 통해서도 생생하게 전해지네요.
  • glasmoon 2020/07/13 15:56 #

    어느 성지가 안그렇겠습니까마는 이름도 의미도 워낙 그러한데다 연중 방문객도 많다보니 손질 상태가 아주 눈이 부시더라구요.
  • 위장효과 2020/07/17 14:04 # 답글

    겉모습만 보고서 "공구리질을 저렇게 해 버리면 어쩔 건데???" 싶더만 내부는 정통 고딕식...꽤나 생각을 많이 하고 설계하셨었네요.
  • glasmoon 2020/07/18 17:53 #

    비록 하중의 지지와 관계없는 모양일 뿐이지만, 이보다 크고 제대로된 고딕 양식은 명동 성당밖에 없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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