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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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전부는 아니야! by glasmoon



아마도 "포드 v 페라리"의 이 부분에서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이 동의하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물론 페라리의 330 P도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포드 GT40의 남성미가 딱히 꿀릴 건 뭐란 말이냐!
음, 5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330 P 보다 GT40이 대중적으로 훨씬 유명하고 알려진데다
그 자체가 헤리티지이자 디자인 코드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저 표현이 딱히 틀린 것도 아니었죠.

영화적 과장과 비약이 좀 섞여있긴 하지만 1960년대 포드와 페라리 간에 합병 협상이 있었고
그것이 결렬되면서 둘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게 된 것은 작품에 잘 묘사되었으로 아실 터이나
GT40의 지난한 개발 과정은 시간 관계상 많은 부분이 사실과 달리 생략 또는 압축되었습니다.



일단 레이싱에 뛰어들었으나 포드는 그쪽으로 경험이 전혀 없으므로 외부 수혈부터 시작하는데
그렇게 영입된 것이 애스턴 마틴 팀을 이끌던 존 와이어(John Wyer)와 롤라(Lola) 자동차였죠.
롤라가 선택된 것은 이미 롤라의 자동차가 포드의 엔진을 쓰는 제휴 상태이기 때문이기도 하여
1963년 계약에 따라 롤라 Mk.6가 포드의 신형 레이스카의 섀시 용도로 제공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듬해 완성된 포드의 자동차는 태생적으로 롤라의 원형을 닮을 수밖에 없었던 셈.
그러나 롤라는 원래 선도하는 회사가 아닌 중소 규모의 후발 회사였고 섀시가 제공된 시점에서
롤라 Mk.6는 이미 구형화되고 있었으므로 그를 이어받은 GT40 또한 뒤떨어진 모양새였습니다.
페라리로 치면 이미 곡면과 유선형이 극대화된 275와 330으로 발전된 시점에서 포드의 GT40은
한 세대 전 250 시리즈를 답습한 셈이었으니까요. 국산차로 치면 아반떼 HD와 AD 정도 되려나?

사실상 본명일 '포드 GT' 대신 'GT40'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차고가 40인치나 된다는 것을
비꼬는 의미에 가까웠고 (경쟁차인 페라리 330 P3는 약 38인치), 하여간 세련됨이나 우아함과는
거리가 있었던데다, 레이스에서의 성적도 신통치 못했으니 다시 한 번 판이 바뀌는데...



여기에서 우리가 아는 영화의 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존 와이어 휘하에서 미국인 최초로
르망 우승을 일궈냈던 캐롤 셸비(Carroll Shelby)로 팀의 수장이 바뀌고, 셸비는 드라이버로
켄 마일스(Ken Miles)를 영입한 거죠. 1965년 레이스에서 GT40의 가능성과 한계를 느낀 이들은
기존의 4.2리터 엔진 대신 7리터 엔진을 싣기로 결정하고 대대적인 수정과 개조를 거친 끝에
영화의 주인공 GT40 Mk.II가 태어났습니다. 사실 대형화된 엔진 때문에 덕지덕지 추가된 공기
흡입구가 아름답다고 보기는 힘들고, 뒤가 무거워졌으므로 전체 무게나 조종성이 악화되었지만
배기량에 따른 무지막지한 직빨, 팀과 드라이버들의 노력에 의해 1966년 르망에서 1-2-3 피니시!



하지만 Mk.II는 기본적으로 Mk.I 차체에 대형 엔진을 구겨넣은 마개조 차량에 가까웠으므로
포드 팀은 대형 엔진에 걸맞는 신형 섀시 개발에 착수하였으니 그 결과물이 GT40 Mk.IV입니다.
생긴 것만 보아도 기존의 GT40 보다는 오히려 70년대 초를 지배할 포르쉐 차량들을 닮았죠?
Mk.IV는 신형 섀시 위에 엔진을 최적화하고 형태를 정돈하고 1967년 뮬산 스트레이트 최고속
기록을 세우며 르망에서 우승합니다. 그러나 켄 마일스는 Mk.IV의 개발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1966년 8월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레이스웨이에서 사망하였습니다.



1968년이 되면서 포드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함인지 국제자동차연맹(FIA)에서는 프로토타입
클래스의 엔진 배기량을 무제한에서 3리터로 축소하였고, 그에 따라 GT40 Mk.II 및 Mk.IV는
출전 자격을 잃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포드 본사마저 레이싱 철수를 결정하면서 GT40의 활약은
이대로 끝나는가 싶었지만 이제 구형이 된, 그러나 50대 이상 생산 조건을 충족한 MK.I이
최대 배기량 5리터의 스포츠카 클래스에 출전하여 상위의 프로토타입 자동차들을 씹어먹으며
1968년과 1969년 르망 레이스를 석권하였고, 이로써 GT40은 이름 그대로 전설이 되었습니다.



타도 페라리를 외치던 포드는 페라리를 이긴 뒤 금새 레이스에 흥미를 잃고 철수해버렸지만
포드가 일구어낸 최대의 유산 중 하나가 GT40이라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2002년 회사의 100주년을 앞두고 GT40의 디자인을 계승한 콘셉트카를 발표 후 생산하였으니
이것은 차고가 44인치였기에 GT44의 이름으로 통용되다 최종적으로 '포드 GT'가 되었습니다.
1세대 포드 GT가 오리지널 GT40의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 현대화한 것에 가까웠다면
2017년의 2세대 모델은 최신 수퍼카에 어울리는 대담한 손질을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후아... 뭐 워낙 유명한 자동차인데다 영화를 통해 재조명을 받으면서 다들 들어보셨을 터이나
르망에서의 페라리 약력도 소개한 적이 있으니 형평성(?) 차원에서 간단히 끄적여보았습니다.
...만들다 팽개쳐둔 GT40 다시 손대기 싫어서 떼를 쓰고 있는건 결코 아닙니다!?


르망의 페라리

덧글

  • 자유로운 2020/09/11 09:01 # 답글

    유전자는 사라지지 않는군요.
  • glasmoon 2020/09/11 11:44 #

    저런 유산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하면 그건 그것대로 병x 인증인 걸로;;
  • Ryunan 2020/09/15 14:44 # 답글

    마지막 줄을 댓글로 써야겠다 싶었는데 선수를 치셨습니다? 다음 포스팅에 완성되나요? ㅎㅎ
  • glasmoon 2020/09/15 15:53 #

    이제 다시 꺼내서 먼지 터는 중인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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