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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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2; 먹으려고 간 건 아닌데 by glasmoon



이 시국에 무슨 짓인가 싶지만, 1박 2일이라는 환상적인(...) 일정으로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주부터 끝이 안보이는 살인적인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조금 무리해서 강행하였는데...
근데 올레 걸으러 간다는 사람이 왜 음식 사진을 맨 앞에 걸었냐구요? 음냐 그 이유인즉슨;;;



이번 제주행의 목표인 올레 12 코스와 13 코스 중 12 코스, 무릉-용수 올레부터 시작합니다.
이 둘은 제주의 서쪽 끝에 해당하는 지역인데, 이제 올레를 거의 다 완주해가는 경험으로 볼때
한림항 아래 모슬포항 위의 이 구간은 제주 해안 중에서도 가장 한적한 동네이지 싶어요.
그래서 사람을 피해야하는 이런 타이밍에 제격이라 고르게 되기도 했죠.



11 코스를 걸었던게 4년 전인데, 그때는 12 코스 시작점이 여기가 아니었던것 같은데,
그 와중에 무릉외갓집이라는 지역 찻집을 보았던 기억도 남아있는데, 지금은 합쳐졌네요. ^^;

그러나 한동안 걸어다니다보니 뒤늦게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가 들어있지 않다는걸 발견하고는
멘붕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신도저수지와 녹남봉의 사진은 없고, 이후의 사진도 모두 폰카..ㅠㅠ



이 지역은 마을이 크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식당 카페도 많지 않기에 계획을 잘 짜야 합니다.
물론 저는 녹남봉에서 내려와 만나는 신도리에서 나무식탁이라는 곳이 돈까스를 잘 한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자신있게 갔지요. 그러나 왠지 싸해보이는 이 분위기는..??



그렇군요. 매주 일-월요일은 쉰다는군요. 그랬지요. 원래는 토요일에 이곳에 올 예정이었지요.
일정이 줄어들면서 휴무일을 다시 확인하지 않은게 잘못이지만 이번은 시작부터 왜이래..ㅠㅠ



그래서 코스에서 벗어나 1 km 남짓 남쪽에 있는 무릉리의 제주 고로라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이곳은 11시 30분부터 시작하기에 조금 기다리라는군요.



뒷뜰에 키우는 고양이가 있기에 잠시 구경합니다. 미묘미묘!!



본의아니게 일찍 와서 기다렸으니 당연히 저희가 첫 번째 손님이었군요.



제주도의 일식점이라면 당연히 제주 특산 돼지고기를 이용한 돈까스부터 떠올리게 되지만
이곳은 특이하게도 덮밥과 우동 위주의 메뉴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주문한 것은
연어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덮밥과 크림과 해산물이 들어간 매콤한 우동이었는데...
맛있습니다. 제주에서 먹어본 일식 관련으로는 기억에 뚜렷히 남을만큼 맛있습니다. -ㅁ-b



사실 12코스 초반은 곶자왈에서 바다로 나가는 길이기에 뚜렷한 볼거리가 없는 것도 있어
신도리에서 바다쪽으로 무작정 걷다보니 멀리서부터 으리으리한 한옥 한 채가 보이더라구요.
가까이 가보니... 메야? 빵집이라고??



미쁜제과 라는 나름 알려진 대형 제과점인 모양입니다. 이날 본 사람들의 대부분을 여기에서
만났겠군요. 저는 빵에 별 관심이 없고 밥 먹은지도 얼마 안되어 일행이 몇 개 샀을 뿐이지만...
맛있습니다. 솔직히 가게 외관만 번지르르한 그저그런 집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있습니다;;



주인장이 무슨 생각 또는 취향으로 만든 것인지 모르겠지만 큰 한옥풍 건물들에다
남원에서나 볼 법한 긴 그네도 있고 이렇게 연못과 정자까지 있습니다. 사진찍으로 오라고??



바다가 보이는 뷰도 좋지만 이 정원 관리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텐데...
일행 왈 졸부 느낌이라고. 그래서 빵 맛은 더더욱 기대하지 않았는데 맛있어서 놀랐다나.



하여간 이렇게 줄창 먹기만 하다 드디어 신도 포구 근처의 제주 바다로 나왔습니다.
몇 달을 갇혀있다 이렇게 탁 트인 바다를 만나니 정말 좋긴 좋네요.



조금 올라가니 난데없이 큰 비석을 만납니다. 하멜이 난파할때 죽은 선원들의 위령비라고.
우리가 하멜 표류기로 잘 알고있는 그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 맞습니다.



그리고 저 건너편으로 나지막한 언덕과 그 위에 솟아있는 건물이 보입니다.
12 코스의 하이라이트 수월봉 되겠습니다.



산이나 오름들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구만 쉽지는 않더군요. 운동부족! 운동부족!!



다 오르면 팔각정 모양의 수월봉 전망대와 고산 기상대가 있습니다.



바다 쪽으로 보이는 것은 고산 포구와 차귀도.



그리고 반대쪽으로 보이는 것은 한라산. 와, 이렇게 깨끗하게 보이는 것도 간만이로군요.



수월봉에서 내려오는데 얼핏 보이는 길 옆이 범상치 않네요?



알고보니 이 앞바다도 화산 활동이 왕성하던 시기에는 큰 분화구였다고. 수월봉과 차귀도도
모두 그 가장자리인 셈. 그래서 화산재와 화산탄 등 쇄설물들이 쌓인 층들이 파도의 침식으로
드러나 이러한 경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잘 정비된 엉알해안산책로를 따라 유유자적~



그런데 제주의 이런 해안 절벽이라면 꼭 그런게 있던데 하는 생각이 막 들던 찰나
눈앞에 나타나는 일본군이 남겨둔 흔적들. 에라~



차귀도 맞은편 고산 포구에서는 집마다 길마다 오징어 말리기가 한창이구요.



당산봉 옆으로 다시 한번 숲길을 지나니 탁 트인 풍경과 함께 보이는 오늘의 목적지.



이 근방이 정서향인 것도 있어서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 구경이 그렇게 끝내준다는데요.
저는 해가 지기 전에 용수리에 들어가 봐야할 것이 있기에..ㅠㅠ



이렇게 18 km를 걸어 용수 포구에 들어왔습니다.



무사히 올레 12 코스 종료! 근데 저 뒤에 보이는 건물이 수상쩍죠? 그건 다음 포스팅에~!

아 그래서 점심과 간식을 그토록 벌여놓은 뒤 저녁은 어찌되었는고 하니...
용수리도 작은 마을인데다 원래 점찍었던 고깃집도 일요일 휴무, 어차피 배도 안꺼졌고 해서
마을에 단 하나뿐인 편의점에서 맥주와 과자 부스러기 사와서 먹다 곯아떨어졌습니다. 쿨럭~

덧글

  • 이요 2020/09/23 08:48 # 답글

    오징어 자태가 아름답네요.
  • glasmoon 2020/09/23 17:52 #

    속살을 드러낸 그 자태에 저도 무언가에 홀린듯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 워드나 2020/09/23 21:08 # 답글

    공기가 정말 깨끗해졌군요... 마음이 복잡합니다 ㅠㅠ
  • glasmoon 2020/09/25 19:08 #

    원래 가을이 그렇기도 하지만 올 가을 하늘은 역대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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