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록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 사이에서도 반 헤일런(또는 판 할렌)은 조심스러운 소재였다.
대부분은 좋아했지만 'Jump'나 'Dreams'같은 히트곡들의 특징으로 인해 대중영합적이라며
삐딱하게 대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고, 그 1차 관문을 넘더라도 데이비드 리 로스 시절을
좋아하느냐 아니면 새미 헤이거 시절을 더 좋아하느냐, 앨범으로 치면 "1984"이냐 "5150"이냐는
양자 택일을 강요당하기 일쑤였으니까.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은 "F. U. C. K."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고(좀더 헤비!를 외치고 다니던 시절이었기에?), 그와 함께 의외로 기억에 오래
남은 앨범이 1995년의 "Balance" 였다.

90년대 중반이면 밴 헤일런은 이미 똘끼(?) 넘치던 시절을 한참 지나 데뷔 20년차를 목전에 둔
이 바닥 실세 포지션이었고, 그렇기에 너바나를 필두로 한 그런지 열풍을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음악적으로도 외모적으로도 불과 4년 전 보여주었던 모습으로부터 방향을 확 틀어버린 것에
그 영향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들의 음악적 방법론은 그런지 요소의 도입보다는
록 본질로의 회귀에 가까운 것이었고, 밴드의 간판이자 기타리스트인 에디 밴 헤일런을 포함한
멤버들의 연주는 어느새 기교의 나열이나 자랑보다는 원숙한 관조의 느낌을 품고 있었다.
후반부 트랙으로 가면 미처 숨기지 못한 예술적 야심(?)까지 엿보일 만큼?
하지만 이 앨범은 밴 헤일런의 신시대를 여는 이정표가 아니라 구시대를 닫는 상징이었으니
얼마 못되어 보컬 새미 헤이거가 탈퇴하고, 새로 영입한 익스트림 출신 개리 셰론과의 조합은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면서 밴드는 십 년이 훌쩍 넘는 긴 시간동안 작업을 중단하게 되었다.
2010년 무렵이 되어서야 데이비드 리 로스와 재결합한 뒤 건재한 모습을 보여준다 싶더니
또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난데없는 부고라니. 아 진짜 형님 담배 좀 작작 피우라니까.
아무리 가는데 순서 없다지만 젊어 요절도 아니고 아직 대선배들도 잘 살아계시는 판에...
에드워드 루드윅 반 헤일런, Edward Lodewijk van Halen, 2020년 10월 6일 65세로 사망하다.
기타 연주는 1도 모르는 꼬꼬마에게도 쩐다는 인상을 강렬하게 풍겼던 '태핑' 에디의 명복을 빈다.
기타 하나만 쥐어주면 심심할 일 없을 분이니 뭐 그곳에서도 즐겁게 지내시겠지만서도.
덧글
이 앨범도 무척 좋아하고(유일하게 소장했던 앨범) 최애곡은 Dreams지만 저도 최고의 앨범은 F.U.C.K~
밴 헤일런이라면 역시 앨범으로는 FUCK, 곡으로는 Dreams죠.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