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제주 걷기에서 올레 21코스를 서둘렀던 이유, 서귀포의 성산포 성당입니다.

사실 성산포 성당은 종달리에서 끝나는 올레 21코스와는 거리가 좀 있고, 어느 쪽이냐면
오조포구를 끼고 내수면 둑방길을 도는 올레 2코스에서 매우 가깝습니다. 500 미터쯤 되려나.
하지만 4년 전 2코스를 돌 때는 사정상(?) 찾지 못했다가 이번에 근처로 온 김에~

성산포 성당은 1955년 공소가 설립되어 1973년 본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건물 신축은 본당 승격 이전인 1964년 이후 기록이 없는걸로 보아 계속 보수하면서 이어진 듯.
아마도 처음 모습과는 거리가 있겠지만 길고 낮은 단층 건물에 익숙한 현대식 기와 지붕이
한쪽만 절개되어 가운데 얹힌 독특한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역시 둥근 창 모양으로 절개된 원통 형태의 종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절개된 내부는 제주 바다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푸른색 타일화로 장식되었습니다.

종탑 왼편으로 성모상이 있구요.

현관 위에는 예수성심상이, 입구 앞쪽에는 성가족상이 있습니다. 아마 모두 등신대인듯.

안으로 들어서면 예수 그리스도의 타일화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색상과 스타일로 미루어 종탑 내부의 것과 함께 동일 작가의 작품일텐데 뉘시려나~

성전 내부는 낮고 아늑한 느낌입니다. 내장재를 볼때 80~90년 즈음에 리모델링을 했겠네요.

창문들의 위치도 허리 아래이고 겨우 두 단 위에 올려진 제대와 그 뒤의 십자고상마저도
높은 영광을 표현하고자하는 여타 성당과는 사뭇 다르다는걸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데...

이유는 이 성당이 성산 내수면과 그 뒤 일출봉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이건 사기잖아;;

본당 뒤편으로 호수를 포함한 상당한 규모의 매괴 동산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동산 한켠에 일출봉과 나란히 세워진 십자고상.

동산과 호수를 빙 도는 산책로는 십자가의 길이기도 합니다.

제주의 흔한 성당 뒷뜰 모습. 정말 말도 안되는 풍경을 담고있는 성당인 셈이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성당 중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나다는 찬사도 왕왕 받는 모양입니다.

한바퀴 돌다보니 동산 안쪽으로 웬 거대한 포식동물의 그림자가;; 뭘 먹고 이리 큰거냐;;;

없을 리가 없는데 했던 김대건 안드레아의 상도 십자가의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었네요.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 대단한 풍경을 품고 어울리기 위해 건물을 낮게 숙였음은 명백하고,
아닌게아니라 성산포 본당에는 일대의 자연 환경을 보호하는 '포카스회'도 있다고 합니다.
제주 성산쪽이나 올레 2코스를 걷는 여행객이라면 다리도 눈도 쉴 좋은 장소가 되겠네요.
다만 바로 옆에 펜션 단지(아마도)를 건축중인 모양이니 과연 이 경관이 언제까지 유효할런지;;
성당 여행 #103 제주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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