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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 by glasmoon


역사의 반복에 대한 가장 유명한 문구 중 하나라면 카를 마르크스가 덧붙인 것으로 알려진
'한 번은 비극으로, 다음 번은 희극(소극)으로 끝난다'는 표현일 겝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비극으로 또는 희극으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죠.
이를테면 때에 맞춰 지난달 말에 돌려본, 10.26을 다룬 다음 두 영화처럼 말입니다.


마르크스의 발언을 풀어보자면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도 그에서 무언가를 배우지 못했을 때
비슷한 사건이 다시 한 번 일어나면서 우스꽝스러운 소동으로 진행된다는 정도로 이해됩니다.
물론 영화가 그 순서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만 이 두 작품은 그게 반대였죠.
블랙코미디인 "그때 그 사람들"이 2005년, 첩보물에 가까운 "남산의 부장들"이 2020년이니까요.

2005년 개봉 당시를 떠올려보면 참 소동이라 할 만한 상황은 맞았던것 같습니다.
격렬한(?) 찬반 논란이 벌어졌고, 상영금지 소송이 있었으며, 결국 몇몇 장면은 검게 암전된 채
개봉되었죠. 하지만 그런 난리법석을 벌인 것 치고는 정작 흥행 성적이 신통찮았다는게 함정?
그에 비해 올해의 경우는 존 르카레의 작품인 양 듯 건조하고 꽉 짜여진 첩보물로 만들어진데다
그때 만큼의 논란도 없었지만 흥행도 순조로웠...는데 코로나 국면을 맞아 좌초;;

이제와서 얘기지만 2000년 전후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며 만들어낸 작품들이
왕왕 비슷한 일을 겪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루는 소재에도 다루는 방법에도 제약이 없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 다수가 실은 합의되지 않은 채 여전히 남아있었고
제대로 평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심지어 비틀기를 시도한 결과 변죽만 요란하게 된 거죠.
결국 십여 년이 더 지나면서 몇 가지 커다란 정치적 사건이 기어이 지나간 뒤에야 늦게나마
보다 평범한(?) 방법으로 다시 다루어졌지만 그 사이 반작용에 대한 반작용도 만만치 않았으니;;

뭐 됐고, 블랙코미디와 첩보물 둘 다 애정하는 저로서는 누구 하나 손을 들어주기도 참 어려운
작품들입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그때 그 사람들"은 뒤로 가면서 호흡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남산의 부장들"은 주역들의 심리에 집중한 나머지 주변 인물들에 다소 소홀한 경향이 있으니
지나치게 욕심부리지 말고 진지하면서 웃긴 군상극으로 만들면 정말 취향 직격일텐데 말이죠.
왜 작년 개봉작 중에 멋진거 있었잖아요. "스탈린이 죽었다!" 였나? 어라 정말 상황도 딱이네??

덧글

  • 이요 2020/11/13 21:33 # 답글

    2000년 전후 작가들에 대한 평가 동의합니다.^^
  • glasmoon 2020/11/14 15:04 #

    그 또한 겪을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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