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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05 용인 김가항성당 (은이성지) by glasmoon



2차 유행을 어찌어찌 넘기나 했더니 3차가 온다나 어쨌다나;; 엄중한 코로나 19 상황에서
띄엄띄엄 이어지는 성당 여행, 이번은 11월 초에 찾았던 용인 은이성지의 김가항성당입니다.



은이 성지는 수도권에서 쉽게 갈 수 있는 성지 중 한 곳이죠.
용인 양지면에 있고 영동고속도로의 양지 IC와 가까워 접근성도 좋은 편입니다.



은이(隱里)는 이름 그대로 숨겨진 마을, 또는 숨어있는 마을이라는 뜻이 됩니다.
옛부터 숨어든 신자들의 교우촌이 있었거니와 무엇보다 소년 김대건이 자라고 세례받은 곳이며
신부가 되어 귀국한 뒤 짧은 사목 기간에 중심 근거지로 삼았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은이 공소는 사라지고 그 터만 남아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1996년에 이르러서야
천주교회에서 터를 매입, 김대건 신부상과 야외 제대를 마련하면서 성역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번 제주의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성당을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겠는데,
그때 기념성당의 전면에 세워진 벽채가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상하이 진쟈샹(金家巷)
성당을 본딴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오른쪽 위 작은 사진). 이 진쟈샹 혹은 김가항 성당이
2001년 재개발로 인해 철거되면서 이 성당을 중국 현지보다 더 중요시 여기는 한국 천주교는
실측 도면을 만들고 기둥과 벽돌, 기와 등 부재 일부를 들여와 보관하다가...



2016년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70주년을 맞아 은이 성지에 성당을 복원 건축, 봉헌하였습니다.
김대건 신부가 남긴 흔적에 대한 대한민국 천주교의 끈질긴 집요함이 빛나는 부분이 아닐지.



기록에 따르면 원본인 진쟈샹 성당의 기원은 명나라 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는 19세기 중반으로 그때의 주요 사건 중에 1845년 김대건 신부의
사제 서품도 있죠. 하지만 20세기 들어 중일전쟁에서, 또 그 뒤 국공내전에서 피해를 입는 등
다사다난한 일생을 뒤로 하고 제 2의 삶을 만리 타국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이것도 참.



건물 전면 위에는 '천주당(天主堂)'이라는 글씨와 함께 원 안의 어떤 심볼이 보이네요.
상하이 교구(어쩌면 난징 교구)의 문장인지 아니면 성당 자체의 문장인지 저도 궁금합니다.



의외로 재미있는 부분은, 앞에서 보았을때 좌우가 뻗어나와있어 당연히 고딕처럼 로마 십자가
(✝) 모양일줄 알았건만 뒤로 돌아와보니 십자가의 머리 부분이 없는, 즉 T자 모양이라는 것.
설마 복원을 하면서 생략했을 리는 없고, 어떤 의미였을까요?



아무튼 국내에 아마도 유일한 중국 양식의 성당이다보니 꽤나 독특하고 진귀한 구경입니다.
물론 원본도 여러 차례 파손과 복구를 거쳤지만 벽채의 구성도, 지붕을 올린 형태도, 그 위
기와의 모양까지도 전부 우리나라의 것과는 많이 다르니까요.



그리고 이제 안을 봐야하는데... 불행히도 코로나의 여파인지 월요일엔 아예 잠겨있더라구요.



아쉬운 마음에 가톨릭 굿뉴스에서 내부 사진을 빌려왔습니다. 독특하면서도 아름답죠?
사실 김가항성당의 외벽은 새로 쌓은 것에 가깝고 원본의 부재가 사용된 곳은 기둥과 대들보
등 내부에 있다는데 보질 못했으니. ㅠㅠ



성당 오른편에는 한옥 건물로 지어진 김대건 기념관이 있습니다.
건물과 함께 떨어진 모양 그대로의 낙엽과 붉은 단풍이 어울려 정말 그림이 따로 없군요.



세례를 주는 파리외방전교회의 피에르 모방 신부와 세례를 받는 소년 김대건의 조형물.
주변을 잘 찾아보시면 잘라낸 부분만 따로 세워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차 성모상을 빼먹을 뻔했군요. 발치의 작은 성모상과 함께 기도의 힘도 두 배... 읍읍



조성된 역사도 짧은데다 솔뫼나 미리내 등 김대건 신부 관련 주요 성지에 가려진 것도 있어
저도 당장의 답사 목록에는 올리지 않다가 진쟈샹 성당의 흔적을 찾아 뒤늦게 오게 되었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함께 정말 아담하고 아름다운 곳입니다.



나오려다보니 맞은편 산길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예수상이 있기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가보니 은이 성지에서 미리내 성지까지 이어지는 김대건 순례길이 만들어져 있더라구요.
와 제주 올레가 거의 다 끝나가는 처지에서 이런 길이 무척 반갑긴 한데 그 날은 몸도 시간도
전혀 준비가 안된 터라 그냥 왔습니다만, 걷기 좋아하는 분은 한 번 시간 내 보심이~



아 근데 길이는 13 킬로미터 정도지만 정말 산에서 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라 쉽진 않겠죠?
중간중간 경치는 참 좋을텐데~


성당 여행 #103 제주 성 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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