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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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14 백 년의 꽃 by glasmoon

제주 올레 #14-1 만 년의 숲


틈나면 제주 올레 걷기, 지난번의 14-1 코스에서 이어지는 14 코스입니다.



올레 14 코스, 저지-한림 올레는 저지 오름에서 바다쪽으로 내려가 해변을 따라 한림항까지
올라가는 루트입니다. 길이는 약 19 킬로미터로 다소 길지만 오름 없이 내리막과 평지라서
평탄하게 끝날 줄 알았는데... 알았는데..;;



14-1 코스를 끝내고 점심을 먹은 뒤 바로 14 코스를 붙여 시작합니다.
14-1 코스도 중간에 쉴 곳이 없었지만 14 코스도 바다로 나가기 전에는 마땅한 곳이 없거든요.



13 코스 때 마지막을 장식했던 저지 오름을 옆으로 돌며 출발~



돌이 깔린 밭길 옆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양배추가 가득하구요.



이 부근 또한 곶자왈의 일부인지라 아름다운 숲길도 있구요.



바다에 가까운 월령리, 천변으로 나란히 깔린 부드러운 흙길은 정말이지 최고~!



그런데 마을로 들어가니 담장 위로 선인장이 가득하네요?



알고보니 익히 들어본 이름인 백년초, 즉 손바닥 선인장의 자생지가 이곳 월령리라고.



부근 아시아에 선인장 서식지가 없으니 태평양 건너 중남미에서 건너온 걸로 추정됩니다.
최소 일만 킬로미터를 훌쩍 넘는 거리건만 해류를 타고 건너와 싹을 틔우고 군락을 만들다니;;



이 선인장의 자색 열매를 가공하여 첨가한 '백년초 ***' 류의 식품류가 월령리를 넘어 제주
전체의 특산물이 되었죠. 정말 백년을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질긴 생명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해도 서쪽으로 기울고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어야겠군요.
바닷가라 그런지 이 부근의 식당들은 가격에 자비가 없어 비교적 싼 곳을 찾아 들어갑니다.



'아꼬운디' 라는 덮밥과 라면 위주의 밥집이었는데, 어라 숨은 맛집이 바로 요기있네??
고명 고기도 훌륭하고 덮밥 구성과 라면 국물도 훌륭하지만 달착지근한 덮밥과 얼큰한 라면,
거기에 곁들인 막걸리의 캐미가 실로 환상적이어서 점심 먹은지 서너 시간밖에 안되었음에도
허리띠 풀어가며(...) 남김없이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까지 과식의 후유증이..ㅠㅠ



숙소에서 밤을 보내고 둘째날은 월령 포구에서 시작합니다. 근데 하늘이 어째..??



밤사이 확 바뀌어 전날의 안개와 먼지가 걷힌건 좋지만 이번엔 초속 15 미터 이상의 강풍이~



가지고온 옷가지 다 껴입고 모자에 후드에 다 뒤집어쓰고 걷기 시작합니다.
부근의 해변 구간은 비양도를 바라보며 자갈길을 걷는, 날씨만 좋다면 호젓한 구간이었겠지만
바람은 거세고 파도는 들이치고 젖은 자갈은 미끄럽고... 아무튼 계속 갈 수밖에요.



간신히 포장 도로로 나왔지만 이쪽도 방파제를 넘은 파도가 들이치는건 매한가지.



협재의 한 카페에 들어가 언 몸을 녹인 뒤에야 비양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눈에 들어옵니다.
원래는 부근의 한림 공원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모두 취소! 바람이 이렇게 불어서야 원~



남쪽면에서 시작해 점점 동쪽면으로 돌아가는 비양도의 모습들.



물새들이 가득 모여앉은 곳도 있군요.
다른 것들도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꺼낼라 치면 금새 손이 얼어버려 비양도만 줄창~



한림읍에 들어서고 뭔가 밥을 먹어야 할텐데 전날 저녁 과식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던 까닭에
가벼운(?) 분식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름이 비슷한 '명* 핫도그'와는 관계 없는 듯.



저는 떡볶이류는 잘 알지도 못하고 썩 좋아하지도 않지만 이집 튀김은 잘 하더라구요.
일식집처럼 얇고 바삭한 스타일인데 이렇게 갓 튀겨내면 재료가 무엇인들 맛없기 힘들죠~



한림 공원을 패스한 까닭에 시간도 남아 바로 근처의 카페에도 가봅니다.
'무연탄(앤트러사이트)' 이라는 이름답게 요즘 유행하는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건물이로군요.



이런 스타일의 카페들이 옛 공장의 일부를 인테리어 삼아 놔두는 거야 당연한 일이라지만
이곳은 한술 더 떠 이끼와 풀로 덮인 공간을 조성하여 정원으로 꾸몄다는게 재미있습니다.
투명 슬레이트로 일부 교체한 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이 인상적이네요.



마지막으로 조금 더 걸어 한림항에 들어갑니다.



이날 내내 보았더 비양도의 마지막 모습. 강한 바람도 끝날 때가 되면 잦아들게 마련이죠.



이렇게 14 코스가 끝났습니다. 15 코스는 올레길을 처음 시작할 때 걸었던 구간이라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하군요. 그때도 겨울이었고, 지금과 같은 강한 바람에다 눈보라까지 휘몰아쳤던;;

올레 걷기를 끝낸 뒤 잠시 들렀던 한림읍의 모처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하지요. ^^


만 년의 숲
제주 올레 #5 #15

덧글

  • 워드나 2021/02/17 23:06 # 답글

    사진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제 평생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보낸 곳이라 사진만 봐도 좋네요.
  • glasmoon 2021/02/18 16:09 #

    다시 부각되면서 번잡스러워지기 전의 제주를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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