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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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이서: 나는 왜 페달을 밟는가 by glasmoon



1998년은 여러모로 약물의 영광스러운(?) 해였다.
야구 팬의 한 사람으로 먼저 기억나는건 훗날 미첼 리포트 등을 통해 약물 잔치로 폭로된,
그러나 당시 엄청 뜨거웠던 미국 메이저 리그의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대결이지만
당시 먼저 또 즉각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쪽은 로드 바이크의 꽃 투르 드 프랑스였으니...



이쯤 되면 드물게 로드 바이크를 다룬 이 영화가 왜 하필 98년의 투르를 골랐는지 궁금해진다.
물론 실제 인물을 묘사하지는 않는다지만 98년의 사건을 자막으로 박아놓고 시작하는 이 영화가
'Tour of Shame' 으로까지 칭해지는 대회로부터 스포츠맨십을 끄집어낼 여지가 있단 말인가?
영화에서 약물을 빼고, 항상 주전 선수들을 위해 희생해왔던 팀의 도메스티크(페이스메이커)가
나이를 먹어 은퇴를 앞두고 치열하게 준비한 끝에 마지막 레이스에서 극적인 우승을 거둔다 해도
-아주 평이하긴 하지만- 무난한 한 편의 스포츠 드라마로 손색이 없을텐데, 왜 굳이 약물을??



안타깝게도 현대의 스포츠는 약물을 넘어 규정의 틈새를 이용한 온갖 도핑 수법들의 전쟁터이며
경기력 향상이 지상 목표인 수많은 선수들은 합법과 불법의 좁은 틈새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한다.
심지어 작중의 전동 장난감마저도 대사와 정황상 훗날 등장하는 기술(모터) 도핑을 연상시킨다.
그렇다면 이제 선수는 법과 규정의 테두리 안에서 그것들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뒤집어서, 그것들을 적극 활용해야만 시대에 맞는 선수라 할 수 있는가?

자전거 뽕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을 자덕들 중 일부는 기대와 다른 내용과 전개에 실망했겠지만
이 영화는 정당한 스포츠맨십과 끈끈한 우정으로 포장된 현대 스포츠의 양쪽 면을 모두 보여준다.
이것은 가족 관계가 파탄나고 몸은 망가져가며 언제 어디서 심장이 멈출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안장에서 결코 내려올 수 없는, 경주밖에 모르도록 키워진 경주마(racer)들의 이야기다.

겨울도 다 지났으니 다음 주에는 자전거를 꺼내 자출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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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2월에 본 영화들 2021-03-04 20:32:02 #

    ... 내가 이런 영화를 위해 시간과 돈을 썼다니 하아... 괜찮았던 둘 "퍼펙트 케어"와 "더 레이서"는 따로 포스팅했으니 생략합니다. ^^ 퍼펙트 케어: 여자라서 꼽냐? 더 레이서: 나는 왜 페달을 밟는가 1월에 본 영화들 ... more

덧글

  • ㅇㅇ 2021/03/04 12:47 # 삭제 답글

    삽입곡으로 나오던 부르스가 어쩐지 서글프게 들리더구만요...
  • glasmoon 2021/03/04 20:36 #

    짧은 인생 뭐 하나에 미치는 것도 행복이라지만...
  • 알트아이젠 2021/03/12 20:38 # 답글

    랜스 암스트롱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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