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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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다 붙여봤어 by glasmoon


과거사에 가정은 무용하다지만 잭 스나이더가 개인적 불행을 겪지 않고 무사히 "저스티스 리그"를
끝까지 연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이야기가 끊이지않고 돌았던건 조스 웨던이 넘겨받아 완성한
그 영화에 대한 관객과 팬들의 실망이 실로 컸음을 의미한다. 앞서 각본 유출 건으로 망가져버린
"그린 랜턴" 외 많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오래도록 농담 섞인 푸념이 될 운명이었으나...
...그런데 3년 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원 촬영본을 잘라내지 않은 4:3 화면비에 4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 스트리밍 채널을 통한 공개까지
여러모로 '비범한' 스펙을 자랑하는 이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에 대해 며칠 되지않는 사이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잭 스나이더 답다는 데는 대부분의 의견이 일치하므로
호평 또는 혹평을 가르는 것은 어느 쪽을 더 크게 여기느냐인 것으로 보아도 무방하겠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좋은 반응을 얻은 쪽은 압도적 특수 효과에 힘입은 액션 연출과 영상미겠고
그렇지 못한 쪽은 남발된 슬로우 모션과 그에 비례해 늘어지는 이야기, 구멍난 서사 등이 꼽힐 터.
제대로된 설계 없이 성급히 프랜차이즈를 전개한데 따른 DCEU 차원의 고질병을 일단 걸러낸다면



의외의 문제는 -대체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242분을 찍어버린 극악한 러닝 타임에서 비롯된다.
물론 고전 할리우드에 3시간 넘는 대작 영화들이 결코 드물지 않았지만 엄연히 결이 다른 이것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내부 시사용 가편집본을 볼 기회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만큼 생경하다.
이어붙인 60분씩 4부작 미니시리즈로 보면 어떠냐 한다면 드라마와 영화의 호흡은 엄연히 다르고
스나이더 본인도 그것을 인지했는지 몇 개인가의 챕터로 구분했지만 분량과 구성에 일관성은 없다.
이건 마치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조리된 요리가 아니라 빵빵한 밀키트를 내놓은 격이랄까.
'좋은 재료들을 꽉꽉 채워넣었으니 조리(취사선택)는 직접 하세요' 라고 적힌 쪽지와 함께.



어쩌면 극장 개봉이 아닌 스트리밍 공개라는 변화된 포맷에 따른 통 큰 서비스(?)일 수도 있겠고
자신이 만들어낸 장면들에 대한 애착이라던가, 전체적인 맥락과 다소 동떨어져 있더라도 그림은
기막히게 나왔다던가, 사소해도 DC의 열렬한 팬이라면 좋아할 거라던가 등등의 이유는 있겠으되
그것들을 쳐내고 조율하여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게 연출자의 역할임을 생각한다면
이 방대한 분량의 영상물은 영화라기엔 어딘가 모자란, 영화가 채 되지 못한 무언가라고 밖에는.

나름 장점이 있으므로 조스 웨던의 산으로 간 버전(극장판)에 비하면 백 배쯤 낫다는건 확실하고
'액션과 화면빨만큼은 좋았다'는 스나이더의 연출작 공통의 평가는 이번에도 똑같이 이어지는 바,
그가 차라리 연출자가 아닌 촬영 감독으로 종사했더라면 하는 역시 무의미한 망상마저 하는 터에...
...설마 또 나중에 3시간 정도로 재편집한 "저스티스 리그 최종판" 같은게 나오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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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umic71 2021/03/22 17:10 # 답글

    후속작이 실패하면 틀림없이 나올 겁니다.
  • glasmoon 2021/03/24 17:55 #

    그리고 얼티메이트 컷, 얼터너티브 컷, 파이널 컷...
  • 자유로운 2021/03/22 19:41 # 답글

    나올 수도 있곘죠. 그래도 평가 좋은거 보면 참 여러 생각듭니다.
  • glasmoon 2021/03/24 17:56 #

    완곡하게 써놨지만 전 그닥 좋게 보이진 않더라구요. 이건 이것대로 약점이 너무 커서.
  • 두드리자 2021/03/22 21:53 # 삭제 답글

    "마침내 그들이 망쳤다"보다는 나아진 모양이군요. 액션 빼면 기대가 안 됩니다만.
  • glasmoon 2021/03/24 17:56 #

    조만간 액션 모음 영상 뜹니다!?
  • ㅇㅇ 2021/03/23 23:56 # 삭제 답글

    두서가 있으나 마나인 말도 네시간씩을 들으면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glasmoon 2021/03/24 17:57 #

    관객을 셀프 편집자로 만드는 스나이더의 깊은 뜻이!?
  • galant 2021/03/26 17:02 # 답글

    음식물 쓰레기보다 100배 나은 밀키트에 손을 댈것인가 말것인가~
    잘 차려진 진수성찬이 아닌 밀키트라니 확 땡기진 않는다는 문제가 있네요 ㅎㅎㅎ
  • glasmoon 2021/03/29 19:05 #

    좋고 말고를 떠나서 책임을 관객에게 전가한것 같아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습니다. -_-
  • SAGA 2021/03/29 00:03 # 답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 때려넣었어... 란 느낌이 강하게 드는 스나이더 버전 저스티스 리그네요...
  • glasmoon 2021/03/29 19:06 #

    하여간 스트리밍 세상이 되고보니 별 희한한 편집을 다 보게 되네요. 누가 따라할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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