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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07 서울 삼성산성당 by glasmoon



이번 시즌의 첫 성당 답사로군요. 그래놓고 간다는게 결국 서울 안이라는건 조금 슬프지만
어쨌든 관악구의 삼성산 성당을 다녀왔습니다.



삼성산은 관악산의 서쪽에 붙은 산으로 관악산, 삼성산, 삼성산의 일부인 호암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서울시와 경기도의 남쪽 경계가 됩니다. 즉 거기에서 이름을 따온 삼성동이나 이 삼성산
성당은 삼성산 주봉과는 거리가 좀 되는 편이죠. 원래 7세기 원효, 의상, 윤필 세 고승이 수도하던
산이라 하여 삼성산(三聖山)이라 이름붙었는데 천 년 하고도 한참 더 지난 19세기 기해박해로
순교한 파리외방전교회의 앵베르, 모방, 샤스탕 세 신부의 유해가 이곳 삼성산 자락에 묻히면서
(삼성산 성지) 불교와 천주교 공히 세 성인이 계셨다는 위엄어린 지명이 되었습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이 동네에 올 일이 도통 없다보니 신림동 부근도 이젠 많이 낯서네요.
신림에서 시흥이나 안양쪽으로 넘어가는 호암로를 따라 5백 미터쯤 올라가면 성당이 보입니다.
산길 초입의 경사지이기도 해서 위에서 보냐 아래에서 보냐에 따라 건물의 인상이 많이 다르군요.
삼성동 본당은 1992년 신림동 본당에서 분리 설립되었으며 현재의 지상 6층 지하 3층의 성당 건물은
김영섭 씨의 설계로 1998년 준공되었습니다.



보통 높은 곳에 올려지는 것과 달리 가장 낮은 방향의 낮은 담장 위에 올려진 예수성심상.



반대편 높은 쪽의 입구 광장은 그대로 성모 동산이 되어 있습니다.



이 삼성산 성당을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매우 불리한 입지에 대한 이해가 최우선일텐데,
앞에서 보신 것처럼 건물의 좌우 방향도 경사로를 따라 작지않은 높이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건물의 앞뒤 방향은 그 정도는 애교라는 듯 무진장 살벌한 급경사 위에 올려져 있거든요.
대로변 높이였던 입구는 뒤에서 보면 무려 3층 높이가 됩니다. 게다가 앞뒤 폭도 좁으니;;;



그래서 성당을 설계한 김영섭 씨는 성전을 건물 위로 올리지 않고 지하로 파내려갔습니다.
건물의 층고 표시로는 2층이 대로변 입구, 1층이 주차장이며 지하 1~2층이 대성전입니다.
건물 전면에서 각 층으로 갈려 내려가는 이 계단이 매우 중요한 공간인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출입구를 일원화하면서 폐쇄되어 들어가볼 수 없었던게 매우 아쉽네요.
계단 옆 벽면이 정방형 화강암 블록에 줄눈이 돌출된 한식 담장 양식이라는 것도 주목할 부분.



성전 내부는 건물의 지하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정직한 직육면체 모양입니다.
천장의 격자 구조는 담장에 이어 아무래도 한식 건축의 서까래를 표현한것 같으니
그럼 건물 밖에서 보았던 최상층의 돌출부도 한식 처마를 재해석한 거라 봐도 되겠네요.



성전 내부 벽면 또한 계단에서 보았던 한식 담장의 그것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리창에 그려진 색유리화도 한지 공예나 전통 염색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죠?



지하 2층이라고는 해도 한 쪽은 계단을 통해 빛이 들어오고 다른 한 쪽은 아예 경사지를 통해
땅 위로 나와있으므로 자연 채광이 됩니다. 측면 벽 전체를 통해 빛이 들어오고 그 벽의 2층에
작은 복도가 있는 구성은 승효상 씨의 중곡동 성당과도 닮은 구석이 있네요.



계속 언급하고 있지만 십자고상이 걸린 제대쪽 벽면도 역시 한식 담장의 그것입니다. ^^;
십자고상을 둘러싼 부벽은 4분면이 각기 두께가 달라 입체감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대 오른편의 독립된 공간에 모셔진 성모상.



아무래도 이 성당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간 중 하나였을 터인 계단을 경험하지 못한게 아쉽네요.
참 당연히 노출 콘크리트인줄 알았던 건물 외장이 가까이에서 보니 다르게 보이기에 찾아보니
시공사의 경험 부족으로 당초 계획을 변경하여 드라이비트 마감재 뿜칠로 마감되었다 합니다.



건물 밖으로 빠져나와 다시 올려다보니 들어가기 전과는 또 조금 다르게 보이는군요.
노출 콘크리트(를 표방한) 외장에 돌출된 처마와 다수의 한식 디테일, 층층이 쌓인 계단...
들어설 대지 면적이 좁아 위로 솟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처음에는 미처 떠올리지 못했지만
김영섭 씨가 이 기조를 발전시켜 완성한 것이 2000년 화성의 발안 성당이었던 모양입니다.


성당 여행 #016 화성 발안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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