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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09 남양주 마재도마성당 (마재성지) by glasmoon



쳇바퀴 굴리듯 빙글빙글 돌다 올 봄 들어서는 처음으로 서울 밖에 나가본 것 같군요.
지난 일요일 아침 경기도 남양주의 마재 성지, 마재 도마 성당을 찾았습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곳에 남쪽으로 툭 튀어나온 남양주 능내리, 옛 이름으로 마재 지역은
약현, 약전, 약종, 약용의 네 형제를 배출하여 유명한 나주 정씨 일가의 본가가 있던 곳입니다.
배다른 형인 정약현을 제외한 세 동생은 모두 천주교에 입교하여 신유박해때 정약종이 순교하고
기해박해때 그의 아들인 정하상까지 순교하는 등 초기 교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집안이기도 하죠.
한국 천주교는 성인 정하상 바오로와 복자 정약종 아우구스티노를 비롯하여 많은 인물을 배출한
이곳을 성가정 성지로 지정하고 조성하였습니다.



성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한복을 입은 예수성심상과 성가정 동산입니다.



정씨 집안의 순교자는 대부분 정약종과 그의 후손들로 정약종 본인을 비롯하여 부인 유씨는 물론
자녀인 정철상과 정하상, 정정혜까지 일가가 모두 순교하였습니다. 모자이크화로 묘사되었네요.



칼 모양의 조형물과 함께 십자가의 길이 있고, 뒤쪽의 문을 통해 들어가면...



성가정 동산의 성모상을 만납니다.
지형이나 조형물, 성모상의 배치가 정말 그 때의 처형장에 현현하신 것만 같군요.



이제 성당으로 가봅니다. 한옥 성당은 2007년에 완공되었고 2012년에는 덕소 본당에서 분리되어
인근 조안면과 와부읍 팔당리를 관할하는 마재 본당으로 신설되었습니다.



크지 않은 규모임에도 성상은 정말 많군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옥 성당은 무늬만 한옥인 콘크리트 건물이 아니라
나무와 흙으로 제대로 지어진 한옥 건물입니다.



이제 안을 봐야 하는데... 주일 미사가 끝날 때쯤 맞춰 왔구만 코로나 19에 따른 인원 제한으로
연이어 한 번 더 모셔지는 중이어서 문틈으로 살짝 보기만 하고 결국 굿뉴스에서 빌려오는 걸로;;



한옥 성당이기에 높이는 낮지만 밖에서 보는 것에 비해 의외로 성전의 좌우는 넓습니다.



제대 뒤로는 역시 한복을 입은 예수상이 십자고상을 대신하고 있구요.



오른편으로는 감실과 함께 은총십자나무와 성 정하상 바오로의 성화가 있습니다.
얼마전 풍납동 성당 때도 언급되었지만 신유박해 이후 큰 타격을 입은 교회를 추스르고
신도들을 이끌며 조선 교구의 설립에 기여한 정하상의 업적은 매우 큰 것이었습니다.
기해박해로 순교한 그는 1925년 시복을 거쳐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때 시성되었습니다.



복원이 아닌 신축 성당 중에 전통적인 한옥의 건축 방법을 그대로 적용한 경우가 또 있는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렇게 역사와 결합될 경우 매우 색다르면서 의미있을것 같습니다.



이제 성당 맞은편의 약종 동산으로 들어갑니다. 맞이하는 것은 정약종과 정철상의 부자상.
1786년 입교한 정약종은 평신도 단체 명도회의 회장으로 일하며 교리 요약서인 "주교요지"를
썼습니다. 영화 "자산어보"의 도입부에 정약종의 죽음이 묘사되었는데 신유박해 당시 그의 맏아들
정철상도 함께 순교하였으며 이들 부자는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 시복되었습니다.



그 뒤편의 성모자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할만큼 후덕하고 인자한 인상이네요.



동산 바깥쪽을 따라 십자가의 길이 조성되었고 그 끝에는 예수의 발 동상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만큼 진작 간다간다 하던게 이렇게 늦어질 줄은;;
아주 멀면 단단히 계획을 잡고 갈텐데 언제든 갈 수 있는 거리여서 도리어 소홀했던 모양입니다.



마재 성지로부터 8백 미터쯤 더 내려가면 정약용 유적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작은 박물관과 기념관들도 있지만 역시 핵심은 형제들이 태어난 이 생가와...



다산 정약용 선생의 묘겠죠. 지척에 계신 선생님을 이제야 뵙습니다.



그 주변 팔당호변으로는 습지를 끼고 다산생태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한바퀴 돌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 실은 성지에 가기 전에 이곳을 먼저 돌아보았더랬죠.



이곳 마재에서 팔당호 건너편 남동쪽, 직선 거리로 약 10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한국 천주교의 발상지인 천진암이 있습니다. 다음번 성당 포스팅은 필시 천진암이 되겠네요.

덧글

  • 이요 2021/04/19 08:40 # 답글

    <자산어보> 보고 읽으니 더 와닿네요.
  • glasmoon 2021/04/19 14:31 #

    그래서 저도 덕분에 한곳 더 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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