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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11 서산 해미무명순교자 기념성당 (해미성지) by glasmoon



충남 서산의 대표적인 사적지라면 누구나 유명한 해미 읍성을 첫 번째로 꼽게 됩니다.
대규모 읍성이 축조되었다는 것은 조선시대 해미가 충남 지역의 행정 중심지였다는걸 의미하니
그렇기에 해미는 또한 충청 부근에 특히 많았던 천주교 신자들의 최대 처형터이기도 했습니다.



한양 도성에서는 서소문과 절두산에서 처형되었다면 충청 지역에서는 해미에서 처형된 셈이죠.
18세기 말에서 19세기 말 사이의 약 백여 년 간 수천여 명이 이름 없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되며
대한민국 천주교에서는 일찍이 중요한 순교 성지로 지정하고 조성하며 관리해 오다가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방문지가 된 데 이어 2021년 3월 국제 성지로 선포되었습니다.



천주교의 성지는 세 종류가 있으니 교구에서 승인하는 교구 순례지, 주교 회의가 승인하는 국가
순례지, 그리고 교황청에서 승인하는 국제 순례지입니다. 해미의 국제 성지 지정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서 세 번째가 된다는군요. 지정되면서 새단장을 하려는지 일부는 보수 공사중~



폐쇄된 정면 진입로 대신 오른편으로 들어가면 먼저 '이름 없는 집'부터 보게 됩니다.
이름 없이 죽어간 무명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곳.



이름 없는 집과 성지 전체를 바라보는 성모상은 한복 당의와 족두리를 모두 갖춘 모습입니다.
치마저고리 차림의 성모상은 왕왕 봐왔지만 이렇게 예복을 모두 갖춘 경우는 처음 보는군요.



성모상의 시선으로 본 성지 전경. 왼쪽으로 둥근 기념 성당과 오른쪽으로 높은 탑이 있고
그 뒤로 커다란 공원처럼 조성된 성지를 둘러보게 됩니다.



성당 입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신대상이 웃고 계시네요. 낡은 가방과 구두의 고증도 훌륭?
솔뫼에서도 그렇고 살아계신 분의 상을 본다는게 아직 어색하지만 워낙 세계적인 스타신지라~



먼저 보이는 커다란 봉분은 모양 그대로 순교자들의 유해를 수습한 해미순교성지 기념관입니다.
그 앞으로는 교황 방한때 시복된 124위 중 해미 순교자인 이언민 마르티노, 이보현 프란치스코,
김진후 비오의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여느 마을 이름처럼 세워져 있는, 실제로 이 처형터를 부르는 이름이기도 했던 여숫골은
순교자들이 죽어갈때 외쳤던 '예수, 마리아'를 '여수머리'로 들었던 것에서 기인한다는군요.



이 넓은 공간에 참 이것저것 많아 자연석을 활용한 근사한 노천 성당부터 시작해서



팔다리가 묶인 신자들을 거꾸로 처박아 죽였던 진둠벙 등 여러 처형 유적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길 14처를 따라가보면



하늘로 높이 솟은 순교탑과 함께



복자 3인의 상을 중심으로 기념 미사를 위한 광장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성지 조성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건만 광경은 과연 절두산 성지나 미리내 성지 못지않군요.



한 바퀴 돌았으니 이제 기념 성당으로 들어가 봅니다. 성지에는 오랫동안 제대로된 성전 없이
미사와 행사 등은 가건물과 천막을 이용하다 2000년 이후 본격적으로 성전 건립이 추진되어
2003년 드디어 기념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설계는 필건축사무소의 유창렬 씨가 하셨다는군요.
성채와 같은 형태는 해미 읍성을 형상화한 것이겠죠.



2층의 대성전 입구는 읍성 성문 모양의 바깥 대문에서 바로 이어지는 위치입니다.
여간 큰 행사가 아니면 그 문이 열리는 일은 잘 없을것 같지만요.



원형의 대성전 내부는 수많은 신자들이 생매장당했던 구덩이를 상징합니다.
특이하게도 둥글게 둘러싼 벽의 상단과 하단이 뚜렷히 구분되어 있는데 어두운 나무 소재로
한옥 문창살 무늬가 장식된 벽 상단은 이승의 덧없는 삶을, 밝고 따뜻하게 표현된 벽 하단은
순교 뒤의 영원한 삶을 의미한다고.



제대 뒤 벽면을 모자이크로 채운 분청사기 조각들 또한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을 나타내는 것.



이승과 저승으로 나뉘어진 세계를 십자가와 빛(창문)이 연결하는 개념인 걸로 보이네요.
그리고 사진 가운데 보이는 대성전의 우측 문을 열고 나가면...



다리를 통해 탑으로 연결됩니다.



9개 층을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야 하는데 탑의 절반은 이 계단이고



나머지 반의 공간에는 순교자들이 체포되어 처형되는 과정과 그에 해당되는 예수 수난 장면이
층마다 단계별로 부조상으로 만들어져 작지만 의미있는 연속 전시를 연출합니다.



그리고 맨 위에는 성모상과 함께 탁 트인 광경이~ 아 이게 종탑이 아니라 망루였군요.



둘러보았던 기념관과 순교탑, 야외 제대 등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위에서 보니 정말 요새처럼 보이는 기념 성당.



돌아나오는 길에 1층의 소성전에도 들어가 보았습니다.
대성전을 축소한 구성으로 천장 조명까지 격자를 친 것이 옛 한옥 성당을 본뜬 것 같네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오셨을 때 아시아 주교단과의 모임을 이 소성전에서 가졌기에
그때의 기념 사진이 소성전 입구에 걸려있습니다. 주교들 사이에서도 인기 폭발이신 성하~



앞서 2018년 국제 순례지로 선포되었던 서울 순례길이 명동 성당과 서소문, 절두산, 새남터,
삼성산까지 이어지는 도성과 경기 지역의 역사와 순교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해미의 국제 성지 선포 또한 해미라는 지역 뿐만 아니라 한국 천주교 역사에 큰 일을 맡으며
또 많은 희생을 치룬 충청 지역 전체를 아우른다고 보아도 좋겠죠.



워낙 많은 성지와 사적지들 둘러본다고 한동안 집앞 드나들덧 하던 서산과 당진 지역이었는데
코로나 19로 답사가 막히면서 바이크 끌고 수도권 밖으로 나온게 무려 만 2년 만이었네요.
핸드폰 깨먹고 사진 모조리 날려버렸던 2019년 5월의 목포행 이후로 한 번도 못나왔다니;;;
모처럼 나온 김에 마저 들린, 그 목포행과 연관있는 한 곳도 마저 올라갑니다~


성당 여행 #081 서울 병인박해 100주년 기념성당 (절두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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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Ryunan 2021/04/30 15:24 # 답글

    간만의 신규 답사로군요. 언제한번? 가봐야겠네요.
  • glasmoon 2021/05/01 17:00 #

    넓은 부지에 워낙 잘 만들어져있어서 공원처럼 편히 오는 분도 왕왕 계시는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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