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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걷기: 곶자왈에 저벅저벅 by glasmoon



마라도와 가파도를 하루에 몰아버리는 방법도 있다지만 배멀미를 하는 일행에겐 무리인데다
거센 파도에 오후 배편이 결항되기도 했으므로 근처 곶자왈 도립공원을 가보기로 합니다.



제주 방언으로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자왈'이 합쳐진 곶자왈은 대략 1만 년 전부터
제주의 용암류와 화산석들로 이루어진 불규칙한 지형 위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숲을 말합니다.
본디 제주의 중간산지대 대부분이 이런 곶자왈이었겠지만 지금은 크게 네 곳이 남아있으며
그 중에서도 남서쪽의 한경-안덕 곶자왈이 가장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레길 11코스와 14-1코스로 이 지대의 남서쪽과 북동쪽을 통과하면서 근사한 경험을 했었기에
이번에는 아예 중심부에 해당하는 제주 곶자왈 도립공원을 돌아보기로 한 거죠.



숲지대이지만 제주영어교육도시라는 이름으로 개발되는 아파트 단지의 배후에 있으므로
렌트 없이 버스로 가기에도 비교적 편리합니다. 제 경우 모슬포(운진항)에서 가는 버스도 많았고
공항에서 한방에 오는 버스(151)도 있으니까요. 입구의 탐방 안내소가 그럴듯해서 사진 한 방~



곶자왈 도립공원은 연중 무휴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입장은 오후 4시)까지 개방됩니다.
크게 다섯 개로 나뉘어진 코스를 어떻게 걸을지는 각자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고르면 될텐데
저는 빌레길과 가시낭길을 제외한 테우리길-오찬이길-한수기길을 따라 한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테우리길을 따라 공원 입장, 걷기 시작~



어떻게 걷든 들어오고 나갈때 반드시 거쳐야하는 테우리길은 이용 빈도가 높기 때문인지
길 대부분에 데크를 깔아 지면 위로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걷기도 편하구요.



곶자왈은 가시나무류(종가시나무,참가시나무,개가시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주류를 이룹니다.
인위적으로 가지를 치거나 가꾸거나 하지않은 자연 상태여서 그런지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있죠.



올레길에서 지났던 곶자왈은 말 그대로 야생의 여건에서 여러 상태의 나무들이 뒤섞여있었다면
이곳의 나무들은 공원에서 보호 관리해서 그런가 상태가 좋고 건강해 보이는군요.



풀 종류들 중에서는 고사리가 크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들이 왕왕 눈에 띄구요.



오찬이길부터는 데크 없이 흙과 화산석들이 깔린 더욱 빽빽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곶자왈이죠? 대신 긴 바지와 운동화는 필수!



재미있는건 이 빽빽한 숲속에서도 제주식 돌담, 그러니까 옛 사람들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것.



드물지만 군데군데 나무가 성글어지면서 하늘과 태양이 보이는 구간도 있구요.



하지만 역시 곶자왈이라면 검은 돌들 위를 덮은 이끼와 어지러이 가지를 뻗은 나무들, 그리고
그 위를 덮은 덩굴들이라는 거겠죠. 올레길에서 단편적으로 보았던 모습들이 하이라이트로~



마지막으로 테우리길의 서쪽 끝, 오찬이길과 빌레길이 갈라지는 지점에는 꽤 높고 모던하게 생긴
전망대가 있습니다. 제가 걸은 경로상으로는 진작에 지나갔지만 일부러 뒤로 뺐지요. ^^;



전망대 위에 오르면 탁 트인 사방을 볼 수 있는데.. 와, 제주에 나름 여러번 왔다고 생각하는데도
이렇게 시야를 가득 메우는 초록의 숲과 맑은 하늘의 한라산을 함께 보기는 처음인가 싶더라구요.



내려오다 전망대 옆 연못에 왜가리(아마도) 한 마리가 사냥을 하고 있길래 저도 한 장.



제주에는 참으로 많은 수목원과 유명한 숲길들이 있지만 제주 고유의 모습을 보여주기로는
이 곶자왈 공원만한 곳도 없지 않을지. 제주 모슬포나 화순리 부근으로 여행할 계획이시라면
꼭 오세요! 두 번 오세요!!



모슬포로 돌아와 뭘 먹을까 하다 '글라몬딱' 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식당이 보여 들어갔습니다.
제주 방언으로 '글라'는 가자, '몬딱'은 모두 정도의 뜻이라 하더라구요.



돼지 생고기구이, 양념갈비, 대패삼겹살, 심지어 닭갈비까지 메뉴가 너무 많지않나 싶기도 한데
저희가 시킨건 심지어 그도 아닌 바베큐 정식! 왜냐면 이날 먹은게 마라도의 짜장면/짬뽕 뿐이라
고기를 굽고 어쩌기에는 배가 너무 고팠거든요. 오 근데 생각보다 훨씬 그럴듯한 밥상이~~



물론 정식이므로 여기에 밥과 해산물 팍팍 들어간 찌개도 나오구요.



밥 대신 밀면(또는 비빔면)을 먹을 수도 있구요.
원래 포함되는건지 서비스인건지 생선구이도 주셨는데 사진 찍는걸 깜빡;;
아무튼 양도 많고 맛도 좋아서 배두들겨가며 싹 먹어치웠습니다. 물론 소주도 한 병 비웠죠.



알딸딸한 기운도 오르겠다 흡족한 마음으로 숙소에 들어오니 창밖으로 붉은 해가 떨어지고,
일기예보에 다음날엔 바람도 잦아들고 하늘도 화창하다니 가파도 가는 것도 아무 문제 없겠고,
이번 여행은 이런 적이 또 있었을까 싶을만큼 참으로 원만 순탄하구나 하며 잠들었는데...

출발 전부터 상태가 좀 불안하다 싶던 일행이 배멀미와 술이 더해져서인지 밤사이 앓는 바람에
결국 다음날 일정 모두 취소하고 바로 복귀했습니다. 어째 이상하리만치 운수가 좋더라니!! ㅠㅠ
이 모든 일정은 가파도의 올레길 걷기에 맞추어 마련된 거였구만 정작 가파도는 다음 기회에;;;


제주 걷기: 남쪽 섬의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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