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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14 서귀포 모슬포성당 by glasmoon



뜻밖의 사고(?)로 달랑 하루 일정이었음에도 벌써 네 번째 포스팅이 되는 5월의 제주 여행,
그 마지막 이야기는 모슬포 성당입니다.



모슬포 지역은 제주에서도 최남단이자 태평양으로 가는 길목에 해당하는 군사적 요충지입니다.
그래서 일제강점기에는 올레길 10코스에서 돌아보았던 알뜨르 비행장이 만들어져 이용되었고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1951년에는 육군 제1훈련소와 중국군 포로수용소가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대규모의 군 병력과 포로들 중에는 천주교 신자들도 많을테니 당연히 사목의 필요성도 생겼죠.



모슬포 일대가 기지촌화되어 인구가 늘어나자 민간인 사목을 위해 별도의 건물이 세워진 것이
모슬포 성당의 시작입니다. 종전 뒤 군종 신부가 떠나면서 1954년 서귀포 본당의 공소가 되었고
1958년에는 본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이후 제주 남서부를 관할하는 중심 성당으로 성장하면서
화순 공소(현 화순 성당), 무릉 공소를 설립하고 마라도의 마라도 경당도 관리하고 있습니다.



성당 건물 앞의 성모상은 머리부터 전신을 덮은 베일과 구름 모양의 받침에서 보듯
파티마의 성모를 나타냅니다. 또한 파티마의 성모는 모슬포 본당의 주보 성인이기도 하죠.



현재의 성당 건물은 1958년 완공된 두 번째 건물을 2008년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골격은 변함 없지만 평평하고 평범했던 마감 위로 벽돌을 덧입혀 분위기를 일신했군요.



성전의 내부는 전형적인 강당형 구조입니다. 둥근 아치 모양의 천장도 리모델링의 결과겠죠?
붉은 벽돌이 입혀진 외관을 보고 현대 건축물인줄 알고 들어왔다가 옛 방식을 간직한 내부에서
살짝 당황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신축 성전이었으면 공간이나 채광이 달라졌을테니. ^^



아치형 천장은 제대를 지나면서 뒤쪽 방향으로 다시 한 번 완만히 기울어지고,
뒤의 벽면 또한 병풍처럼 제대를 둥글게 감싸면서 꽤나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크게 뜯어고치지 않으면서도 우리나라 성당 건축의 옛 요소와 현대적 흐름을 적절히 입힌 이것은
잘된 리모델링으로 꼽아도 좋지 않을런지. 둥근 창을 가진 종탑의 맨 윗층도 추가된 부분입니다.



에 그런데, 모슬포 성당의 역사적 의미는 이 건물이 아니라 안뜰에 숨겨져(?) 있습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두 동 중 오른편의 흰색 2층 건물은 교육관, 왼편의 석조 단층 건물은
신자와 지역 주민들에게 모임 장소로 개방되는 '사랑의 집'인데...



이 사랑의 집이 바로 1954년 처음 세워졌던 그 성당 건물입니다.
건립 당시 수용소의 중국 포로들이 죄를 뉘우치며 지었다는 뜻에서 '통회의 집'이라 불렀다고.



종교 건축물이 전쟁 중에 전쟁 포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데서 남다른 의미를 갖고있는 셈이죠.
이후 앞뒤로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며 지금은 중간에 끼어 다소 어정쩡한 모습이 되었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헐려 없어지지 않고 원형이 보존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싶습니다.



제주의 천주교 성당은 이 모슬포를 포함하여 전쟁을 겪으면서 또 그 이후에 세워진 것이 많고
그 이전에는 제주도 전역에 걸쳐 천주교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았으니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1901년의 신축민란, 이른바 '이재수의 난'에 이르게 됩니다.
음, 그것에 대해서는 언젠가 또 다른 사적지를 답사하며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죠^^;?


성당 여행 #113 서귀포 마라도성당 (마라도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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