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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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봐라 개쩌는 이야기를 들려줄테니 by glasmoon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제작에 있어 감독(연출자)이 원안이나 각본까지 맡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요소가 고도로 시스템화된 할리우드에서는 두 영역이 완전히 분리되어 취급되는 편입니다.
상업 영화와 작가 영화의 경계에 서있다 할 샘 멘데스의 경우도 직접 각본을 쓴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데, 007 시리즈 이후 각본 선택에 어려움을 겪자 제작자가 부추긴 게 발단이었습니다.



주위에 뭔가 영화로 만들만한 좋은 이야기가 없나 생각하던 샘 멘데스는 1차 대전에 참전했던
할아버지, 알프레드 휴버트 멘데스가 어릴적 들려주었던 1917년의 무용담을 떠올린 거죠.
아니 샘! 이런 개쩌는 이야기를 당신 혼자만 알고있을 생각이었던 게요!?



사령부에서 일선 지휘관으로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의 하룻밤 여정이라는 직선적인 이야기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감독은 일찌감치 전체를 한 번의 테이크로 찍은 효과를 내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편집의 발전에 힘입어
"그래비티", "버드맨" 등에 활용된 바 있으나 이번 "1917"은 앞 둘보다 훨씬 어려운 여건이었죠.
우주 공간이라는 특성상 대부분 후반 작업에 CGI로 입혀진 "그래비티"나 영화 속 대부분의 사건이
한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버드맨"과 달리 "1917"은 야외인데다 계속 배경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를 위해 전작 "스카이폴"에서 감독과 함께 했고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오스카 촬영상을 수상한
현역 최고의 촬영 감독 중 한 명인 로저 디킨스가 최우선적으로 섭외되었습니다. 사실 디킨스는
상당히 고전적인 촬영을 견지하는 스타일이어서 이런 시도가 무척 낯설었을게 불보듯 훤하죠?
하긴 뭐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제외한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이런걸 해봤겠습니까마는~



한 테이크처럼 보인다 해도 원경 롱숏에서 근접 클로즈업까지 카메라(거리)가 수시로 바뀌는데다
디지털의 힘으로 이어붙인다 해도 촬영 현장에서 최대한 길게 찍는게 최선의 방법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므로 수많은 기구들과 꼼수들이 활용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편집점으로 생각했을
핸드헬드에서 크레인으로 바뀌는 부분은 정말 들고 뛰다 크레인(이나 자동차)에 걸은 거였다고.
지면(이나 수면)을 스치듯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축구장에서 보는 와이어 카메라도 사용되었구요.



하지만 아마도 가장 애를 먹은 부분은 아마도 날씨였을 겁니다. 촬영 현장에서 너무 심한 대비를
피하고 용이한 조명 처리를 위해 쨍한 날씨보다 적당히 흐린 날씨를 선호하는 거야 당연하다지만
사건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광량은 물론 색감이나 그림자의 방향까지 아주 미묘한 차이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또한 나중에 CGI의 힘을 꽤 빌렸겠지만 현장의 빡침은 상상을 불허할지도;;



1917년의 개쩌는 이야기를 주도했던 사람들 세 번째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데니스 가스너입니다.
"벅시"로 일찌감치 오스카를 받기도 했고 "로드 투 퍼디션"(아 저도 이 영화 참 좋아하는데)에서
샘 멘데스와 함께 했으며 "스카이폴",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경력은 로저 디킨스와도 겹치지요.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영화 특성상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실시간으로 맞아떨어져야 했기에
세트의 크기와 구성은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그리고 움직이는 동선에 전적으로 맞춰졌습니다.
그것들을 미리 가늠하기 위해 정밀도 높은 모형이 먼저 만들어졌음은 당연하구요.



그리고 이렇게 조율된 배경들이 실제로 만들어졌죠. 요즘 시대에 이런 초대형 오픈 세트라니;;
1917년의 프랑스-독일 전선을 구현하기 위해 마땅한 후보지를 찾아 영국 전역을 물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쩔었던' 부분은 폐허가 된 거리를 조명탄이 비추는 에쿠스트 마을이었는데...



그 마을을 재현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했는지를 비롯하여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한 영화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정식 발매된 블루레이를 보세요!?


그래비티; CGI의 극한

덧글

  • 자유로운 2021/05/18 11:53 # 답글

    진짜 찍느라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도 안가는군요.
  • glasmoon 2021/05/20 17:50 #

    긴 테이크에 맞춰 동선 짜고 연기하느라 배우들도 힘들었을것 같긴 한데 촬영 쪽이 워낙 엄청나다보니 별로 언급은 안되네요 허허
  • Ryunan 2021/05/18 13:15 # 답글

    촬밀레 촬밀레~
  • glasmoon 2021/05/20 17:54 #

    이만큼 했는데 오스카 안줄테냐~~
  • 노타입 2021/05/19 16:32 # 답글

    작년 오스카에서 막판에 기생충의 최대 경쟁작이었죠. 골든글로브를 타는 바람에 감독상 작품상은 1917에게 가는게 아닌가 아슬아슬하게했던.
    극장에서 잘 감상했고 뛰어난 작품이지만 형식에 스토리가 좀 함몰된 느낌도 있어서 기생충의 수상이 (국적을 떠나) 더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클라이막스에서 달리는 장면은 하나는 정말 강렬하게 기억에 남네요. 저도 오랫만에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
  • glasmoon 2021/05/20 18:01 #

    작품상에 걸맞는 예술성을 갖추었느냐는 조금 다른 얘기지만 놀란의 작업들도 그렇고 새로운 형식을 보는 재미도 무척 쏠쏠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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