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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15 대전 대흥동성당 by glasmoon



석가 탄신을 축하하며 부처님 오신 날의 성당 여행(...)은 대전의 대흥동 성당입니다.



대전의 오래된 성당 세 곳, 목동 성당, 대흥동 성당, 거룩한말씀의수녀회 성당은 뿌리가 같습니다.
대전 최초의 본당이 목동에 세워졌고, 그 때의 건물이 현재 거룩한말씀의수녀회 성당으로 남았고,
본당이 이전하면서 대흥동 성당이 되었고, 훗날 목동 본당이 부활한게 지금의 목동 성당이니까요.
아무튼 대전 첫 본당의 정통성을 이으면서 대전 교구를 총괄하고 있는 주교좌 대흥동 성당입니다.



1945년 대전(목동) 본당에서 거듭난 대흥동 본당은 5년 뒤 전쟁 발발과 함께 고난을 겪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 성당 건물이 파괴되었고, 대전 지역의 사제들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되었죠.
모든 난리가 끝난 뒤 이창근 씨의 설계로 1962년 새로 세워진 것이 현재의 성당 건물입니다.
정문 현관 위의 12사도 부조 중 왼편 여섯은 이남규 씨, 오른편 여섯은 최종태 씨의 작품.



성당을 설계한 이창근 씨는 현대(60년대)의 건축 기술로 고딕 건축을 재해석하고자 했습니다.
하늘을 찌를듯 높이 솟은 첨탑이라던가 성인의 부조로 장식된 전면부가 옛 성당의 요소들이라면
세로로 길게 쪼개어 높이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철근 콘크리트와 유리 등은 현대의 재료이죠.
지금이야 고층 건물이 즐비하지만 그때 당시 82미터의 첨탑은 시내 어디에서나 보일 정도였다나.
미국 뉴욕 등의 마천루를 본뜬 것 같기도 합니다.



성당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교구청 및 부속 건물들이 너른 마당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마당 왼편의, 역시 이남규 씨가 제작한 성모상은 크기도 3미터에 달하는데다 체격도 건장하고
인상도 늠름하여 왕왕 예수상으로 오해받는다지요. 본당 신자들은 '장군 성모'라 부른다고.



마당 끝에서 측면을 보니 현대적인 디테일과 달리 고전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게 잘 보이네요.



측면의 채광창들을 통해 빛이 가득 들어오는 성전 내부는 매우 밝고 또 매우 넓습니다.
성당이 세워졌을 무렵에는 이만한 공간이 기둥 없이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놀라웠다고 하지요.



성당 옆면을 장식하고있는 원색 색감이 돋보이는 벽화에도 기구한 사연이 담겨있습니다.
원래 전세계를 여행하며 예술로 신앙을 전파하는 앙드레 부통 신부가 벽화 열 점을 그렸으나
강렬한 색감이 부담스럽다는 다수 의견에 70년대 말 두 점만 남기고 흰색 페인트로 덮어버렸죠.
2019년 본당 100주년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벽화 재현이 추진되어 김경란, 남명래 작가의 2년
가까운 작업 끝에 작년 5월 여덟 점이 다시 만들어져 이렇게 걸리게 되었습니다.
60년대의 대한민국에는 너무 앞서갔던 작품이 늦게나마 이렇게 자리를 찾게되어 다행다행~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내외장 수리 공사도 더해지면서 보다 현대적인 느낌이 더해졌지만
제대 뒤 긴 색유리창이 둘러싼 구성은 고딕 성당의 후진(apse)에서 따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역시 2007년경 작업되었다는 색유리화와 제대 우측의 성모상.



다시 밖으로 나와 한 바퀴 둘러봅니다. 뒤에서 보니 종탑은 마치 작은 빌딩 같네요.
얼핏 봐도 내부 공간이 꽤 클텐데 종탑 외의 다른 기능이나 방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각도에서 드디어 고딕 성당의 골격이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참 재미있는 건물입니다.



이 대흥동 성당은 1980년대 대전 민주화 운동의 산실이자 1960년대 한국 모더니즘 성당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4년 대한민국의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흥동 성당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곳이 있죠. 바로 길 건너편이 성심당 본점이거든요.



아마도 수도권 밖에서는 가장 유명할,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대전의 대표 명소(?) 성심당!



간판 빵이라면 역시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일텐데, 저는 빵 맛을 잘 모르는고로 별 소용이;;;
빵 좋아하는 일행 말로는 너무 유명해진 그 둘에 나머지 빵들이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나요.
대부분의 제품이 매우 맛있으며 맛에 비해 가격이 엄청 저렴해 최애 빵집으로 주저없이 꼽는다고.



사실 성심당은 그 이름(聖心)에서 보듯 시작부터 천주교 및 대흥동 성당과 관계가 있습니다.
창업자 임길순 씨는 함경도 출신으로 흥남 철수때 내려왔다가 대전까지 흘러오게 되었는데
전후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대흥동 성당 주임 오기선 신부로부터 받은 밀가루 두 포대를 가지고
찐빵을 만들어 팔았던 것이 성심당의 시작이라지요. 임길순 씨가 워낙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기에
어려운 분들에게 빵을 기부하는 전통을 만들었고, 그 덕분에 프랜차이즈 사업 실패의 위기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며, 지금은 이렇게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빵집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때는 식사용 빵을 제공하기도 했으며 2016년 창립 60주년 즈음엔
오랫동안 불우 이웃을 도운 공로를 인정받아 교황 훈장을 받기도 했으니 더 바랄 게 없으실 듯?

아무튼 대전에서 성심당만 찾지 마시고 성심당과 관계 깊은 건너편 대흥동 성당에도 가보세요~


성당 여행; 대전 거룩한말씀의수녀회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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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rk Ride of the Glasmoon : 성당 여행 #116 대전 궁동성당 2021-05-21 17:34:32 #

    ... . 답사 예정 리스트에 올라있는 대전의 성당이 두어 곳 더 있긴 한데... 뭐 또 오게 되겠죠? 그리고 이 사진이 '그 녀석'이 찍힌 마지막 사진이 되었습니다. ㅠㅠ 성당 여행 #115 대전 대흥동성당 ... more

덧글

  • minci 2021/05/21 21:27 # 답글

    역시 성당은 가장 오래된 그래픽노블입니다.
  • glasmoon 2021/05/22 11:53 #

    말씀 그대로네요. 2020년대의 센스에도 전혀 손색없는 저런 작품을 60년대에 그리신 부통 신부님 당신은 대체~
  • 알렉세이 2021/05/26 21:42 # 답글

    성심당은 오히려 튀소말고 다른것들이 다 맛있더라구요. 튀소는 기름을 잘 못빼는지 늘 먹으면 기름기가 과해서 으음..;;
  • glasmoon 2021/05/29 14:52 #

    저도 처음엔 그걸 먹어봤을텐데, 맛이 기억이 안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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