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glasmoon.egloos.com

포토로그



재에서 재로, 좀비에서 좀비로 by glasmoon



원작자 조지 로메로가 내심 불만을 표했거나 말았거나, "새벽의 저주"가 공전의 성공을 거둔 뒤
속편의 제작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잭 스나이더의 이름은 생각보다 훨씬 유명해져
"300", "왓치맨" 등 이미지(그래픽 노블) 기반 원작의 영상화에 최적화된 감독으로 부상하였으며
마블의 아성에 대항할 DC 유니버스의 간판으로 영입되어... 에이 뭐 다 아는 얘기니까 치우고,
결국 DC 유니버스가 (사실상) 망한 뒤에야 그는 원점인 좀비물 속편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근데, 아뿔사, 전작은 빵빵한 원작이 있었건만 이번엔 원안부터 촬영까지 스나이더 원맨쇼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타깝다 해야하나 한결같다 해야하나, 이야기꾼으로서 잭 스나이더의 능력은
10년 전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던 충격과 공포의 "싸커 펀치" 근처에 계속 머물러 있다.
기본 플롯이 "반도"와 얼마나 닮았네 말았네, 스나이더의 불행한 개인사가 반영되었네 말았네
들여다보지 않아도 평면적인 캐릭터와 빤히 보이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B급 영화의 공식을 따른다.
제목도 비슷하겠다 "이블데드 3(Army of Darkness)"처럼 아예 쌈마이의 길을 가면 어땠을까
싶지만 뛰어난 B급 영화는 어중간한 A급 영화보다 훨씬 만들기 어려운걸 어쩌랴.



다양한 양상 속에서도 '본능(식욕)에 충실한 개체들의 집단'이라는 틀을 대체로 유지해왔던 좀비가
원시 인류마냥 백마탄 장군님(...)을 정점으로 조직화되었다는 아이디어만은 나름 신선했달까.
그러나 그 또한 계급(전투력)이 하나 추가되었을 뿐 별다른 의미도 역할도 없이 소모될 뿐이었으니
"시체들의 낮"에서 "랜드 오브 데드"로 이어지며 좀비가 기초적인 지능을 획득하는 과정과 결과를
나름 설득력 있게 묘사했던 오오 로메로옹 오오~ 그분의 마지막 작품들도 딱히 변변치는 못했지만
당신이 창시한 '시체(the dead)'의 이름이 이까지 오는걸 보지 않고 가셨으니 한편 다행인지도?



"왓치맨" 처럼 좀비와의 전쟁을 단편적으로 또 느린 화면으로 기깔나게 보여주는 오프닝이라던가
일부 액션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비주얼 장인의 인장이 지나간 좋은 시절의 끝자락을 보는 듯하다.
일전에 말했던 것처럼 스나이더가 촬영 감독으로 데뷔했더라면 하는 미련이 여전히 남는 가운데
이미 지나간 일, 시원찮아도 명색이 영화 감독이니 이 비슷한 것들을 또 이것저것 만들어내겠지.
대니 보일과 함께 꺼져가던 좀비물을 다시 양지로 끌어올린 당사자였다는데서 만감이 교차하지만
뭐 세상이 대단한 A급 영화들로만 채워지는건 아니니까~

핑백

  • Dark Ride of the Glasmoon : 5월에 본 영화들 2021-06-04 14:45:55 #

    ... 화로는 드물게 절묘한 균형을 맞춰낸 "크루엘라" 뿐이었던 모양입니다. 극장 가는데 좀더 기준을 올려야 할까봐요. -_- [크루엘라] 이 구역의 미친X는 나야 [아미 오브 더 데드] 재에서 재로, 좀비에서 좀비로 ... more

덧글

  • Ryunan 2021/06/01 15:56 # 답글

    감독이 재밌어보여서 직접 카메라를 메고 다녔다던데 -ㅇ-;; 평이 박해서 볼까말까 고민중이네요 ㅎㅎ
  • glasmoon 2021/06/02 13:23 #

    뭐 양산형 좀비물 수준은 됩니다. 어차피 넷플릭스이니 주말 저녁 맥주와 함께 시간 보내는 용도?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