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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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 필연이 되는 순간 by glasmoon



대낮에 도심의 통근 전철이 선로상에서 화물 열차와 충돌을 일으킬 확률은 얼마인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기로 예정된 증인이 하필 그 전철에 타고있을 확률은 얼마인가?
사고 열차의 부품을 취급하는 피고인의 동생이 해당 사건에 관계되었을 확률은 얼마인가?
사고 직전 열차에서 내려 CCTV에 잡힌 매우 닮은 얼굴이 그 동생이 아닐 확률은 얼마인가?
이렇게 매우 낮은 확률의 우연이 계속 겹쳐 일어났을때 우리는 이것을 필연이라 부른다.
그리고 필연적인 사건에는 어떠한 인과 관계나 논리적 법칙 혹은 의도가 들어있을거라 본다.



할아버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전거를 사달라고 부탁한 에스토니아 탈린의 한 소녀가
그 부탁으로 인해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이런 피바람이 불 줄은 꿈에도 상상이나 했겠냐마는
극중 통계학자 오토가 언급했던대로 개별 사건들이 상호 연결되는 고리는 무한대에 가까우며
사람의 두뇌는 물론 어지간한 대용량 컴퓨터로도 그것들을 모두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듭되는 우연이 큰 결과를 도출할 때 사람은 단서들의 방향성을 의심하게 마련이며
더군다나 사건의 이해 당사자에게는 격렬한 화학 반응과 함께 굳건한 확증이 될 수 있다.



눈덩이처럼 대책없이 불어나는 이 소동에서 재미있는건 이런 확률과 숫자의 오류를 수정해야할
데이터와 표본을 신봉하는 전문가들마저 마음속의 논리 함정에 줄줄이 빠져들었다는 점이다.
통계학자, 컴퓨터 해커, 소프트웨어 천재라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합리적 의심에 따라 기술적인
기준을 임의적으로 낮춤으로써 오류의 발생을 자초한다. 어쩌면 비슷한 경험에서 오는 공감,
어쩌면 난생 처음으로 남을 돕는다는 치기, 어쩌면 악인을 벌한다는 어설픈 정의감 때문에?
빅데이터가 뽑아올린 수많은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가정과 확률로만 존재하며, 결국에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순간 -최소한 아직까지는- 개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의지에 좌우되는 걸까?



모처럼 배를 잡고 킬킬대며 오락 영화를 보고 나와서 이런 생각을 하는게 대체 웬말이냐고요.
머리를 밀고 수염을 기른 굳은 인상의 매즈 미켈슨(꺄악)을 보며 화끈한 복수를 기대했더니 웬걸
수시로 빵빵 터지는 세 전문가(...)들의 블랙 코미디를 지나 약간은 철학적인 질문에 이르는 영화.
인생은 대체로 생각하고 준비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코 확률의 숫자를 따라가지도 않는다.
다만 그저 매 순간 진심을 가지고 애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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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dj898 2021/06/10 07:52 # 답글

    결론은 아빠는 용감했다~ 인가요? ㅎㅎ
  • glasmoon 2021/06/12 14:14 #

    아빠는 무대뽀였다... 에 가깝겠네요.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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