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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미술관 - 이향異鄕의 품 by glasmoon



제주에서 올레길 7-1 코스 걷기를 마치고 달달한 유동 커피로 에너지를 보충한 뒤 찾은 곳은
인근의 이중섭 미술관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할 화가 중 한 명일 이중섭은 이북에서 태어나 월남한 경우입니다.
일본으로 미술 유학을 갈 정도로 잘 사는 집안에서 자랐지만 해방 후 공산 정권이 들어서면서
자본가 계급으로 몰려 수난을 당했고, 전쟁 중 흥남 철수때 동행하여 남한으로 내려오게 되었죠.
피란민으로 부산에서 어렵게 살다 1951년 조카가 있는 제주도로 건너와 1년 남짓 지냈습니다.



미술관 아래에 복원되어 있는 이 초가집도 실은 마을 이장의 집이어서 이중섭 일가는 맨 오른쪽
작은 방 하나에 그와 아내, 두 아들이 함께 살았다고 합니다. 물론 곤궁하고 어려운 삶이었지만
부산에서보다는 지내기가 나았기에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는 유일하게 행복했던 시기였다고.



서귀포시는 1995년 살았던 자리에 기념 표석을 세우는 것으로 이중섭 기념 사업을 시작하여
1996년 부근 일대를 이중섭 거리로 지정하고 1997년 이중섭 거주지를 복원한 뒤 2002년에
이중섭 미술관을 개관하였습니다. 부산 범일동에도 이중섭 거리가 있지만 미술관은 이곳입니다.



입구 오른편에는 이중섭의 얼굴 부조와 함께 그의 시 "소의 말"이 새겨진 비석,
그리고 소를 형상화한 석조 조각상이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미술관은 2002년 개관했지만 개관 당시 아이러니하게도 이중섭의 작품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월남 당시 그때까지의 작품들을 모두 이북에 남겨두고 왔으므로 작품 숫자가 많지 않은데다
남은 작품들은 모두 값이 비싸 구할 수가 없어 전시실을 복제화로 채울 수밖에 없었다지요.
그 뒤 몇몇 갤러리들의 기증과 매입을 거쳐 소품들 위주나마 1층 전시실을 채우고 있습니다.



소장 작품들 중 가장 크지 않을까 싶은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 6호 사이즈 정도 되겠네요.
1950년에 그린 작품이므로 그림의 배경은 부산으로 짐작됩니다.



왼쪽은 1955년 대구의 미국 공보원 원장 맥타가트가 소장했다던 "환희",
오른쪽은 타자 용지를 네 면으로 나누어 오른쪽 위부터 4계절을 표현한 같은 해의 "사계".



위에 "사계"부터 얇은 타자 용지에 그린 그림이기도 하지만 매우 처지가 곤란했던 이중섭은
재료를 가리지 않고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종이의 앞뒷면 모두에 그림을 그린 양면화도 있고
담뱃갑의 은박 속지를 못으로 긁어 묘사한 은지화는 그를 대표하는 양식 중 하나가 되었죠.



썩 유명하진 않더라도 전시된 작품들 중 가장 가슴을 울리는 것은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입니다.
1952년 일본의 장인이 작고하면서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냈지만 정작 본인은 여권이 없어
가지 못했고, 그는 가족을 그리며 여러 차례, 특히 두 아들에게는 그림을 넣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듬해 선원 자격으로 약 한 주간 일본에 머무르며 가족들을 만났지만 그 짧은 시간을 끝으로
다시는 가족을 보지 못한 채 1956년 41세를 일기로 사망하였습니다.



최근 타계한 이건희 씨가 남긴 미술품들 중에 이중섭의 작품들이 대거 끼어있었다던가요.
이중섭을 대표하는 "황소"나 "흰소" 등을 기대하고 오셨던 분들이라면 조촐한 소장품들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인생 여정을 찬찬히 돌아보는 공간이라는 점에 가치가 있지 않을런지.




현재 서귀포의 공립 미술관 세 곳(기당 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소암 기념관)의 공동 기획으로
"섬을 사랑한 예술가들"이라는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그중 이중섭 미술관 2층에 마련된
전시의 부제는 "이향異鄕의 품" 입니다. 작가도 작품도 잘 알지 못하여 안내 페이지의 캡처본을
일부 올려봅니다마는 고향을 멀리 떠나와 제주에 머물렀던 이중섭의 삶과도 교차점이 있겠네요.



건물 위로 올라가면 미술관과 살았던 집을 포함한 작은 공원, 서귀포항, 멀리 문섬까지 한 눈에
내려다 보입니다. 그가 살았던 때와는 많이 다르다 하더라도 바다와 섬이야 어디 가려구요.



올레길 6코스의 일부이기도 한 미술관 앞 이중섭 거리는 여전히 활기찹니다.
오른쪽의 서귀포 극장에서는 공연을 열기도 하는 모양이던데, 코로나때문에 당분간 어려울지도?



이 거리도 이중섭 미술관도 2017년 6 코스를 걸을때 한 번씩 구경했던 것입니다만
다시 근처에 온 김에 기억도 되살릴겸 기록도 남겨둘겸 찾아보았습니다.



이중섭 거리를 따라 한 블록 정도 위로 올라가면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이 나타납니다.
빡센 올레길도 걸었겠다, 미술관 관람도 했겠다, 이제 구경은 됐으니 밥을 먹자고!



오늘의 저녁 식사 픽은 이곳, 시장 북서쪽 코너의 돔베집입니다.



제주 다녀본 분들이라면 다들 아실 돔베(돼지 수육) 고기를 튀겨 파는 곳인데요.
가뜩이나 맛난 수육을 튀기기까지 했으니 이건 맛이 없을래야 없을수가 없잖아??



고기가 워낙 부드럽다보니 튀김옷이 잘 바스러진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파, 구운 마늘과 함께 맥주를 곁들여 먹자니 다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맛!
어째 다음에 서귀포 오면 또 먹을까봐요?


제주 올레 #7-1 올레길의 최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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