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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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느냐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구 by glasmoon



뛰어난 각본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그에게서 영향을 받은 작품 두 종류로 나뉜다고 할 만큼
연극은 물론 영화계 전반에 걸쳐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발휘하고 있는 힘은 여전히 엄청나다.
그의 대표작들은 수없이 많은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졌고 그만큼 다양한 변주가 행해져왔으니
요즘 시대에 맞춰 주인공 남성이 아닌 그 주변 여성에 초점을 둔 해석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 그의 작품에 매력적인 여주인공도 참으로 많았잖아. 하물며 "햄릿"의 오필리아라면야!



존 에버렛 밀레이의 유명한 그림을 모사한 장면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처음부터 선언한다.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당신이 아는 내 얘기는 틀렸다, 내가 진짜 얘기를 들려주마 등등의
다분히 간지럽고 지나치게 장황한 독백에서 다소 불안하고 쎄한 느낌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이렇게 큰소리 치고 도전했다가 별 힘도 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봐왔지.



제목대로 이 영화는 햄릿의 연인인 오필리아, 그리고 어머니인 거트루드에 집중하여 전개된다.
여성이 억압받는 중세 덴마크의 궁정에 아프리카계나 아시아계가 활보하는 거야 뭐 그렇다 치자.
오필리아가 어릴 때부터 학문에 흥미가 깊었고 재능을 보이는 것도 주인공이니 그 정도는 해야지.
거트루드가 시들어가는 미모에 대한 불안과 함께 남편인 왕에게 권태를 느끼는 것도 그럴듯해.
그런데 그 불안을 해결해주는 정체모를(...) 마녀가 등장하고 클로디어스와도 관계가 있다고라?



가장 불쌍한 것은 역시 원작의 주인공이면서도 포스터에서 잘려버린(국내판엔 실림) 햄릿이겠다.
"1917" 외에 대표작이랄게 없는 조지 맥케이의 위상도 위상이겠지만 작중 취급도 만만치 않으니
아무리 우유부단의 대명사라지만 특유의 유머도 깊은 고뇌도 사라진 채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퇴장해버린다. 클로디어스는 또 어떤가. 일말의 양심도 죄책감도 모두 던져버린 채
그저 욕망에 충실한 평면적인 악역이라니 아아~



캐릭터는 확 바뀌었는데 이야기의 얼개는 그대로 따라가니 그 행동과 선택에 당위성은 떨어지고
마지막 파국 직전의 햄릿과 오필리아의 환장의 콜라보에 이르면 정신이 대략 멍해진다.
순수와 비련의 여성에서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이 되었다지만 그래서 정작 무얼 했단 말인가.
진실을 후세에 전하는 증인이 되었다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알던 것과 크게 다르지도 않은데?

극장을 나오며 뭔가 익숙한 맛인데 싶더니 추가된 마녀의 이야기와 함께 딱 디즈니가 어정쩡하게
손대서 망한 실사영화의 그것이렸다. 차이라면 원작이 동화가 아닌 셰익스피어의 걸작이라는 건데
차라리 되든 안되든 제대로 전복이나 시켜보던가, 원저자가 보실 일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오.

덧글

  • 워드나 2021/07/17 22:28 # 답글

    디즈니가 레이 스카이워커를 제2의 나탈리 포트먼으로 미는 것 같던데 그 정도 물건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 glasmoon 2021/07/19 16:37 #

    연기력만 보자면 FN-2187보다야 나은것 같지만 역시 차세대 간판감에는...
  • Ryunan 2021/07/21 09:58 # 답글

    올리비아 와일드? 닮은 듯한 느낌인데 왠지 정이 안 가는 건 레이 팰퍼틴 때문이겠죠 ㅡㅡ?
    극장보단 스트리밍 올라오면 보던가 해야겠네요. sns에선 꽤 기대 많이 받던데 아쉽군요.
  • glasmoon 2021/07/21 17:03 #

    실제 보면서도 저런 중세 검술따위 우주 최강의 포스 센서티브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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