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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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콜린스: Carrying and Flying by glasmoon



올해도 어김없이 7월 20일이 찾아왔습니다. 제프 베조스도 로켓 발사일을 일부러 이 날로 했다죠?
저는 재작년 이맘때 50주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다며 뭔가 만든답시고 부산을 떨었더랬는데요.
50주년인 것 치고는 제대로된 뭔가가 안나왔다고 투덜거렸지만 책 쪽으로 뭔가 나오긴 했습니다.



아폴로 11호의 사령선 조종사였던, 그러나 11호의 멤버들 중 유일하게 달을 밟아보지 못했던
마이클 콜린스의 "달로 가는 길(Carrying the FIre)"과 "플라이 투 더 문(Flying to the Moon)"
50주년판이 나왔었거든요. 우주 비행사가 남긴 기록으로는 가장 유명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왕년의 우주 소년임을 자처하면서도 계속 미루고 50주년 붐에 집어와놓고서도 한 켠에 세워두다
이제서야 마음먹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달로..."는 1974년, "플라이..."는 1976년 쓰여진 책으로 둘 모두 달에 다녀온 경험을 다루지만
616 페이지와 264 페이지라는 분량 차이에서 보듯 후자가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에세이라면
전자는 보다 진지하고 상세한 내용을 다룹니다. 처음 접하는 입문자나 문외자라면 "플라이...",
우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어 디테일한 묘사와 생생한 현장감을 원한다면 "달로..."인 셈이죠.
어느 쪽이든 마치 어제 일인양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눈앞에 펼쳐놓는 기억 또는 기록과 함께
이성과 감성을 오고가며 쉽게 풀어내는 문장, 그리고 낙관적인 삶의 태도에 감탄하게 됩니다.
콜린스 스스로 다른 두 멤버(닐 암스트롱, 버즈 올드린)와 썩 친하진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인류 역사를 통틀어 손꼽을 중대한 임무에서 진지한 스페셜리스트(닐), 추진력 있는 군인(버즈),
문과의 심장을 가진 이과생(마이클)의 조합은 결과적으로 최고의 성과를 보여주었죠.



마이클 콜린스가 워낙 달까지 가놓고 내려가지는 못한채 사령선에 홀로 남아 고독을 씹었다는
그런 이미지로 알려져있는데 비해 정작 본인은 혼자서 할 일이 너무나 많았으며 다음날 착륙선
과의 달 궤도 랑데부(착륙이 최초였으니 이것도 최초) 준비와 그에 따른 걱정으로 고민이었다는
지극히 평범(?)한 소회가 가장 재미있는 부분이었다면 두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문장은
"달로..." 마지막 부분에 쓰여진 이것이었습니다.

"(전략) 내가 있던 곳, 내가 한 일들을 여러분은 절대 이해 못한다. 150만 킬로미터 상공에서 줄
하나에 매달려봤다. 지구가 달에 가리는 것도 보며 즐거워했다. 어느 행성의 대기도 거치지 않은
태양의 진짜 빛을 보았다. 어느 생명체도 건드리지 못한 궁극의 어둠과 정적을 겪었다. (중략)
사실 내게 무슨 대단한 재능이라도 있어 이 일들을 한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늘 운이 좋았다."


와 이거 분위기가 좀 다르긴 해도 "블레이드 러너"의 그 명대사 여기에서 따온거 아닙니까~??



이런 긍정적인 성격과 강력한 멘탈 덕분인지 함께 달을 다녀온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크고작은
후유증을 겪었던 것과 달리 마이클 콜린스는 무난하면서도 정열적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았습니다.
재작년 50주년때 그동안 둘에 가려졌던 콜린스의 공로가 재조명되고 각계의 존경을 받으시더니
이제 지구상에서는 더이상 미련이 남지 않았는지 다시 별들의 세계로 떠난 때가 지난 4월 28일...

비록 그 과정이 전부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사람들이 다시금 우주를 향해 눈을 돌리는 것도,
이제는 벌어먹고 살기 바쁜 아저씨 속의 한 소년이 밤하늘을 올려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다 당신 덕분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덧글

  • 자유로운 2021/07/19 17:13 # 답글

    전설을 남긴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오늘도 우주는 아름답네요.
  • glasmoon 2021/07/20 18:04 #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두 하나하나 검증해나간 대단한 전설이죠.
  • 두드리자 2021/07/20 02:08 # 삭제 답글

    화성을 제외한 천체와의 소통수단을.... (화성은 무슨 죄냐. 설마 잘 보여서?)

    뭐 그건 그거고, 제가 만약 달 궤도에 갔는데 달에 내리지 못했다면 (내색은 안 해도) 상당히 삐졌을 것 같습니다. 달 사진을 보면, 왠지 모르게 한 번 밟아보고 싶게 생기지 않았나요?
  • glasmoon 2021/07/20 18:05 #

    그래도 사람인데 콜린스라고 그런 생각을 안했을 리가.. 일찌감치 사령선 조종사로 정해지면서 미련을 두지 않았다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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