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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17 용인 한덕골성지, 골배마실성지 by glasmoon



내일 2021년 8월 21일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가 탄생한지 200년이 되는 날입니다.
200주년에 맞춘 것은 아니지만 작년부터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장소들을 답사하고 있었고
실제 주요 성지 성당들은 진작 답사 완료되었으나 막상 닥친 200주년을 그냥 보낼수 없어...



날씨 좋은 휴일 아침 시동을 걸고 용인으로 달렸습니다. 김대건 신부와 관련된 성지들 중
성당이 없는 두 곳이 용인에 있거든요. 저야 원래 성지 순례가 아닌 성당 답사로 시작한 터라
성당(본당)이 세워지지 않은 곳은 대상이 아니지만 날도 날이고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충남 당진(솔뫼 성지)에서 태어난 김대건과 그의 가족들이 서울로 상경했다가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간 곳이 은이골(은이 성지)을 가운데 낀 경기 용인의 한덕골과 골배마실입니다.
아직 어린 김대건은 이곳에서 유소년기를 보냈죠. 지금은 두 곳 모두 골프장이 되었네요.



굴암산 기슭의 한덕골 성지는 신원 컨트리 클럽의 서쪽 가장자리에 조성되었습니다.
계곡을 낀 펜션들 사이에 마련된 넓은 터는 이 사적지를 발굴하는데 힘쓴 김진용 마티아 씨가
직접 매입해서 교구에 기증했다는군요.



성지 동쪽으로는 행사를 위한 야외 제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십자고상과 두 신부님의 상이,
왼쪽에는 파티마의 성모와 아이들, 그리고 어린 양 한 마리의 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전해져 내려오는대로 세 아이들의 성모를 만나는 모습을 그대로 옮긴 파티마의 성모상.
성지의 성격과 주위 정황상 셋 중 남자 아이인 프란치스코는 소년 김대건을 뜻하는 건지도?



십자고상 왼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첫 신부 김대건, 오른편으로는 두 번째 신부 최양업의 상이
세워졌습니다. 시기상 한참 후가 되지만 최양업 신부가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귀국한 뒤
전국을 본인의 양 어깨에 짊어졌을 때 이곳에 와서 가족들을 상봉하고 성사를 주었다 합니다.



두 신부님은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광경을 보았겠지만 이곳은 이렇게 남았네요.



한덕골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7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그러나 자동차로는 18 킬로미터 남짓
산을 돌아 들어간 곳에 골배마실 성지가 있습니다.



한덕골이 골프장의 바깥쪽이라면 골배마실은 양지 리조트 내 골프 코스 사이에 있다보니
용캐 이 사이로 자리를 구했다는 느낌이네요. 바로 옆으로 카트가 다니는 길이 있거든요.



한덕골이 탁 트인 언덕마루와 같다면 골배마실은 깊은 숲 속의 아늑한 정원과 같군요.
옛날 이 일대는 첩첩산중에 뱀이 많이 나온다 하여 뱀마을이란 뜻의 '배마실'로 불려졌는데
김대건의 가족이 살던 집은 배마실로 이어지는 골짜기 안에 있어 '골배마실'이 되었다 합니다.



가장 안쪽의 높은 곳에 김대건 신부의 동상이, 그 옆으로 집터였음을 알리는 비석이 서있습니다.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곳은 이론의 여지 없이 당진의 솔뫼이므로 이곳에 생가(生家)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만.



소년 김대건은 이 용인 지역에서 오래 살았고, 세례를 받았으며, 신학생으로 선발되었고,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귀국한 뒤에도 근거지로 삼고 사목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비록 그 뜻을 얼마 펼치지 못하고 순교했지만 그 씨앗이 발아하고 지역과 세대를 거쳐 퍼져나가
이렇게 200년 후의 평범한 신자가 그 뜻을 기리게 되었습니다.

솔뫼나 미리내처럼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은 아니어도 빈 자리를 채우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네요.
코로나 19로 인해 집회를 열기 힘든 상황에서 이렇게나마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합니다.


성당 여행 #076 당진 솔뫼성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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