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이 어렵다보니 미술관을 자주 가게 되네요. 8월 초 모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습니다.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에서 초청한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를 했거든요.
워낙 몇 달 전에 시작된데다 다녀온 뒤 포스팅을 어영부영 미루는 사이 전시는 이미 끝났;;;;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은 이름에서 보듯 주로 영국 출신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를 소장합니다.
전부 다섯 개의 구획으로 나뉜 이번 전시의 첫 번째 구획은 명성(fame)이로군요.

전시된 첫 그림이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데서 영국내 그의 위상이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됩니다.
아이작 뉴턴이 두 번째로 밀려났다는데서 이과 출신 여러분의 원성이 귓가에 들리는것 같군요.

익숙한 사진의 이미지와 흡사한 찰스 다윈,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젊은 축일 에드 시런.

두 번째 구획의 테마는 권력(power)입니다.

영국의 권력자라면 누구나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여왕 중의 여왕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왕족도 귀족도 아니면서 왕의 목을 치고 왕이 되려 했던 남자 올리버 크롬웰.

꼭 정치에 국한되지 않아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모델이 되었던 패션계의 권력자
에나 윈터의 얼굴도 있네요.

세 번째 구획은 푸른색 벽의 사랑과 상실(love and loss)입니다.

사실상 이 구획을 상징하고있는 "에이미 블루"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녀의 구슬픈 노랫소리가 전시장 전체를 맴돌고 있기도 하구요.

그리고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불륜극 중 하나의 주인공인 호레이쇼 넬슨과 엠마 해밀턴.
엠마를 당대 최고의 미녀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한 조지 롬니의 그림입니다.

네 번째 구획의 테마는 혁신(innovation)이라네요.

입체파 화풍으로 그려진 T.S. 엘리엇과 국내에도 DDP로 유명한 광패널 속의 자하 하디드.

그림은 아니지만 오귀스트 로댕이 조각한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두상도 있구요.

마지막 다섯 번째 구획의 테마는 정체성과 자화상(identity, self-portrait)입니다.

남매 중 차남이 되는 브란웰 브론테가 그린 샬럿-에밀리-앤 브론테 자매(그림상 오른쪽부터)는
한참 후대에 우연히 발견되었는데 오랫동안 접혀있던 자국을 일부러 복원하지 않았다는군요.
그리고 친구이자 큐레이터인 찰스 데어 샤이프스와 함께한 데이비드 호크니의 자화상.

물론 이외에도 많은 초상화들이 있었지만 사실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박물관 밖에 있었습니다.
이날 하늘이 정말 끝내주던 나머지 건물 사이의 계단과 높은 천정이 그대로 액자가 되었거든요.

계단 위를 오르자 용산 미군기지의 남아있는 건물들 뒤로 남산과 북한산이 겹쳐 보입니다.
생각해보니 북한산과 남산은 거의 정북과 정남의 위치인데 둘을 같이 본적은 잘 없다 싶더라니
용산 기지가 막고 있어서였군요. -,.-
인사들의 면면이 너무나 유명한 나머지 정작 그린 작가들의 이름이 묻혀버리는 초상화들이지만,
또 책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익숙한 그림들이지만 원본의 아우라를 느껴보아라!는 전시였습니다.
아쉽게도 국내 전시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보시려거든 다음을 기다리던가 영국에 가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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