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Ride of the Glas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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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영포경 by glasmoon


8월 초로 계획했던 휴가가 물거품이 되면서 올해 여행도 글렀구나 포기하고 있던 와중에
포항에 계신 분께서 초대해주시는 바람에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며 1박이나마 다녀왔습니다.



영천을 거쳐 포항과 경주를 도는 여행이지만 '초대'이다보니 제가 계획을 짜는 것도 아닌데다
제목에 넣긴 했어도 영천은 그저 포항 들어가기 직전 성당 한 곳 들렀던게 전부로군요.



2017년 대구 여행때 방문지 목록에 들어있었으나 일정 사정으로 누락되었던 신녕 성당입니다.
조만간 따로 포스팅할테니 자세한 내용은 그쪽에~



근데 제가 요즘 잠을 도통 제대로 자지 못한데다 새벽같이 일어나 운전하고 내려갔더니만,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배불리 먹었더니만 쏟아지는 눈커풀을 어떻게 할 수 없더라구요.
식사 후 찾은 국립경주박물관이나 황룡사지는 기억 일부가 휘발되어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고;;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것은 어느 카페에 들러 당분과 카페인을 보충하고 난 뒤였습니다.
카페는 규모도 큰데다 내부에도 기와로 장식되는 등 꽤나 근사했더랬습니다만.



그래서 제대로된(?) 사진으로 등장하는건 그 뒤 오후의 불국사부터로군요.



불국사에 오는 것도 대충 20년 정도 만일까요. 천 오백 년 사찰 역사에 일이십 년은 찰나겠죠.



초청자의 세심한 계획에 따라 조명 점등 시간에 맞춰 동궁과 월지에 입장하였습니다.



대충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압지라는 이름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오는건 여전하군요.
복원이 더 진행된 덕분인지 야간 조명 덕분인지 기억 속의 모습보다 더욱 화려해졌습니다.



저녁 식사는 대게였는데, 국산 대게는 금어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러시아산을 먹게 되었지만
제 저렴한 입에는 어느 쪽이든 맛만 좋은 걸로?



둘째날은 비가 오는 바람에 일정이 많이 바뀌었네요. 시작은 다리가 근사한 장길리 낚시공원.



게다가 그 일정도 아침 식사 후 이동하던 중 구룡포에서 동행인이 '어 여기 동백이 마을이네?'
하면서 모두 무효가 되었습니다. 재작년의 히트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거든요.



작중 배경은 충남?이고 일본식 가옥이 많아 군산에서 찍은줄 알았구만 포항 구룡포일 줄이야.
두루치기 전문 식당이었던 까멜리아는 현실에서는 예쁘장한 카페입니다.



내외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속 캐릭터를 활용한 소품들이 많이 장식되어 있구요.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는 2013년 조성되어 인기를 끌었으나 2017년 지진 여파를 맞은 뒤에
2019년 한일 무역분쟁이 시작되면서 망할 뻔한 것을 동시기 방영된 드라마가 살렸다는군요.
하긴 요즘 분위기에 유카타와 기모노 빌려입고 거리를 활보하라는건 무리수의 무리수겠죠.



감탄을 연발하며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는 동행에게 휩쓸려 결국 시간을 다 보내고
마지막 휴식을 위해 '파도'라는 카페에 앉았습니다. 바닷가 바위 위의 경치는 정말 끝내주지만
저 피아노는 비도 바람도 파도도 맞아 완전히 망가져 연주 불능이라는 거. 처음부터 고장난걸
가져다놓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악기를 만지는 입장에서는 다소 안타까운 광경이네요.



전날의 이른 취침으로도 피로가 다 안풀렸던지 저는 여기서도 잠시 앉아 기절해 있다가
차를 끌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명승지나 구경거리보다도
대게 외에 어마어마한 음식들이었을텐데 그저 먹느라 바뻐 사진으로 남길 틈이 없었군요.
멀리서 초대하여 과분하게 대접해주신 분께 -비록 보지 않으시겠지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8월의 양강동

덧글

  • f2p cat 2021/08/26 23:15 # 삭제 답글

    아.. 저도 구룡포에 다녀왔습죠.
    단지 종영직후여서 제 저질체력으론 험난했지만요..
    시기적으로나 위치로나 너무 먼 얘기지만 '나도 우드스톡에 갈 수만 있었다면 죽을 힘을 다해 갔었겠지..'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니고 있습니다.
  • glasmoon 2021/08/29 22:59 #

    그 시절 다 그러했듯 초중고 수학여행을 모두 경주-포항 코스로 다녀와서 오랫동안 시큰둥했었건만 다른 국내 여행지들과 함께 이렇게 좋았었나~ 이렇게 늙는건가~ 하고 있습니다. 며칠 좀 못잤다고 여행가서 비실대는 것이, 당일 남해안 왕복하는 그런건 이제 어림도 없나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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