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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여행 #120 부천 심곡성당 by glasmoon



드디어 9월이 되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장 다니기 좋은 계절이지만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기에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무조건 튀어나가야하는 법! 지난 토요일의 부천 심곡성당입니다.



심곡 성당은 부천의 심곡동, 부천대학교의 서쪽 맞은편에 있습니다.
눈에 띄는 독특한 형태와 하얀 색상으로 인해 이 지역 분이라면 오다가다 몇 번씩 보셨겠네요.



그리고 성당 건축으로 유명한 김영섭 씨가 설계한 건물이기도 하죠. 신천동 성당(1984) 이후
2000년을 전후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김영섭 씨의 성당들 중 맨 앞줄에 있습니다.



서문으로 들어왔을때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사제관을 겸하는 사무동 건물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직육면체 블록이 계단처럼 돌출되어 나란히 배열된 형태이지만 안마당을 향해
둥글게 말린 외벽이 한겹 더 씌워져 연속성과 부드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말린 외벽이 이어지는 끝에 자리하고 있는 성전 본관.



성전 본관 앞에서 마주보는 성모상의 위치나 철문의 크기와 형태 등으로 미루어볼 때
설계 당시에는 이쪽에 있는 남문이 성당의 정문으로 고려되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문 밖에서 올려다본 성전. 의외로 많은 사람이 젖가슴을 닮았다고 인식하는 모양이지만
설계 의도는 명백히 심곡 성당의 주보 성인인 부활을 뜻하는 알과 그를 둘러싼 둥지입니다.
중심이 다소 동쪽으로 쏠린 것은 움직임(부활)을 향한 역동성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다는군요.



성전 둘레를 따라 접근로가 한바퀴 감싸므로 남문 쪽에서도 경사길을 따라 올라갈 수 있으나



성전과 사무동 사이에 계단과 차양이 만들어져 주로 이 반대편 길을 이용하게 됩니다.
일전에 보았던 김수근 씨와 승효상 씨의 여러 성당에서처럼 많은 건축가들이 인간의 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넘어가는 중간 다리를 동선으로 표현하고자 하지만 보다 빠른 접근로가 있다면
그쪽을 통하고자 하는게 인간의 본능이죠. 의도적으로 막아버리거나 불편하게 하지않는 이상.



성전 내부 역시 타원형이며 동쪽으로 치우친 건물의 무게 중심 아래에 제대가 있습니다.
여러 동심 타원들이 둘러싸 자연스레 시선이 제대 쪽으로 모이게 되는군요.



본디 성전의 내부는 김영섭 씨의 이전 설계인 피라미드 형태의 서울 신천동 성당과 유사하게
물성이 그대로 노출된 알껍질(콘크리트) 안에 내부가 텅 비어있는, 그리고 꼭지의 채광창으로
한 줄기 자연광이 들어오는 구조였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알과 부활의 영적 경험을 추구하였을
터이나 폐쇄된 공간과 높은 천장고에 따른 채광과 냉난방의 문제로 지금은 이런 모습입니다.



실제로 이 공간을 이용하는 분들의 고충도 이해하지만 다소 평범한 모습이 되어버린데 대한
아쉬움 또한 어쩔수 없군요. 고난과 죽음보다 부활과 영광을 표현한 십자고상도 봐야할 부분.



주 출입문의 위치가 바뀌면서 동선이 틀어진 것은 얼마전에 다녀왔던 양주의 장욱진 미술관과
같은 맥락이겠네요. 남문에서는 성전이 너무 가까워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도 일조했을지도.



내부 공사는 비교적 근래에 이루어진 모양인데, 제가 좀 더 부지런을 떨어서 바뀌기 전에
와서 보았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된 거 이번 가을을 김영섭 씨가 설계한
남은 성당들을 모두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겠네요.


성당 여행 #009 서울 신천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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