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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갤러리 천안 - 13번째 망설임 by glasmoon



서울 밖으로 나가면 결국 시간도 돈도 꽤 쓰는 일이니 나간 김에 뭐라도 같이 하면 좋겠죠?
지난번 천안행에서 성환 성당을 본 뒤 들린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입니다.



버스 터미널이 있는 큰 사거리 앞에 이렇게 특이한 건물이 떡 서있으니 아마 천안 분이라면
다들 알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야 천안 시내로 들어오는게 몇 번 안되는 터라..^^;



경부 고속도로의 천안 IC와 가까운 이곳은 버스 터미널이면서 신세계 백화점이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백화점의 공식 명칭이 '신세계백화점 아라리오점'?
아라리오의 위상이 그렇게 높았더랬나? 아니면 앞 광장의 조각 공원을 공유하고 있어서?



여러 작가들의 조각품들을 구경하며 미술관에 도착했습니다. 외벽에도 설치한 유머러스함이
아라리오 답네요. 현재 천안 갤러리에서는 "13번째 망설임"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2층 갤러리로 향하는 계단 앞에 데미안 허스트의 거대한 "Hymn"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군요.
썩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지만 아라리오와는 서로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욕인가 칭찬인가~



어쨌든 입장~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되는 "13번째 망설임(The 13th Hesitation)"은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30~40대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그룹 전시입니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의 혜택을 입으며 성장하였으나 그 뒤로 외환위기와 취업난을 맞닥뜨린
이 세대에는 공교롭게도 저 또한 속해있지요.



전시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맨 앞에서 본 이진주 작가의 "가짜 우물" 이었습니다.
비정형 캔버스에 각기 다른 시공간을 그려낸 이 작품은 아마도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담긴게
아닌가 싶은데, 왜 제목이 '가짜'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시된 작가의 다른 작품과 함께
세세한 묘사와 구석구석 배치된 소품들에 의미가 담겨있어 작은 사진으로는 전달이 잘 안되네요.



1층 전시실의 반대편에는 백경호 작가의 "꽃무덤"과 "천사" 연작들의 색감이 시선을 잡습니다.
이 '스마일 피규어' 시리즈는 작가가 여행에서 보았던 모아이 석상의 존재감에서 시작되었다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에 또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 "Jesus"가 있네요.
바깥의 "Hymn"과 의도적으로 동일선상에 연출된 것이, 어지간히 허스트 좋아하나 봅니다~



2층에 올라서자마자 눈에 확 들어오는 건 역시 노상호 작가의 작품들입니다.
매일 가상에서 수집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A4 사이즈 드로잉을 한 장 그린 뒤 이야기를 붙이는
'데일리 픽션'이라는 작업의 결과물들인데, 2013년 마녀의 저주 이야기를 토대로 4개월 간의
작업을 이어붙인 것이 이 거대한 "태어나면 모두 눈을 감아야 하는 마을이 있었다" 라네요.



그리고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 아니 토끼 가죽에 토끼를, 사슴 가죽에 사슴을 그린다는 식의
장종완 작가의 작품들. 그림에 그려진 것처럼 모든 동물들은 죽어서 낙원에 가는 걸까요?
아니면 인간들의 면피일 뿐일까요? 전시 제목 "13번째 망설임"은 맨 왼쪽 작품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2층 구석에서 만나게된,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 최고의 문제작, 돈선필 작가의 작품들.
어딘가 굉장히 익숙한 풍경이지만 여기는 모형점이 아닙니다. 여전히 미술관입니다.



이 세대를 휩쓸었던 서브컬처의 홍수는 순수 예술계라 해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었군요?
군침 흘릴만한 아이템도 몇몇 보이고, 일단 작가가 에반게리온의 팬이라는건 잘 알겠습니다.



위의 "끽태점 A"에 이어 드래곤 퀘스트와 가면 라이더, SIC 시리즈 위주의 "끽태점 B".



기성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개조하는 수집가들과 그를 보며 호응하는 사람들...인 걸까요?



서브컬처라면 게임도 빠질 수 없죠. 역시 작가는 에바 팬이 맞는 걸로.



위의 "디버깅 스테이션"에 이어 "디버깅... 2"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캐릭터들을 활용했습니다.
우리가 잘 만들어진 모형을 보았을 때 '예술이다'라는 감탄섞이 표현을 왕왕 하곤 하지만
의외의 구석에서 정교한 공예품과 독자적인 맥락을 가진 예술품의 차이를 느끼게 되네요.



예상치 못했던 복병에 혼이 털린 뒤 미술관을 나섭니다. 사실 별 기대를 가졌던건 아니었구만,
이진주 작가부터 돈선필 작가까지 아주 좋은 구경을 했네요. 이런게 다 세대끼리의 공감인가!



요즘 미술관 구경을 가면 바늘과 실처럼 꼭 따라붙는게 근처 빵집이지요.
서울 촌놈이 천안의 명물, 천안의 성심당이라는 뚜쥬루 제과점에 처음 가봅니다.
빠X바게뜨와 쌍벽을 이루는 거대 체인 뚜X주르가 여기에서 따온 이름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



시 외곽이라 주차가 편해 보이는 돌가마점이라는 곳에 갔는데, 여기 완전 대단지네요?
제과점에 케이크점에 카페에 초콜릿점에 아이스크림점에... 흐미~



몇몇 시설물은 "반지의 제왕"의 호비튼처럼 지어놓았습니다. 여기 사장님도 필시 덕력이;;;



매장의 규모도 엄청 크고 빵의 종류도 엄청 많고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고~



3대 시그니처라고 써있는 것 중에 만주는 선물용으로 산 거라 맛을 보지 못했고,
거북이빵(사진 앞)은 매우 맛있었으나, 빵 돌가마 브레드(사진 오른쪽)은 쫄깃한 찰기가 강해
떡과 같은 식감을 썩 좋아하지 않는 일행은 별로였다고 하는군요. ^^



아무튼 성당 구경하고, 미술관 구경하고, 큰 빵집도 구경한 어느 바쁜 일요일이었습니다~


空間: Arario Museum in SPACE
성당 여행 #121 천안 성환성당

덧글

  • 태천 2021/09/16 23:21 # 답글

    학부 1학년 때 레포트 관련으로 (대전에서) 단체로 관람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어언(......)

    저런 전시가 있다면 직접 가서 보고 싶은데 지금은 여건이 차암...ㅠ.ㅠ);;
  • glasmoon 2021/09/17 17:31 #

    학부 1학년이라니, 말만 들어도 웃음이 나옵니다??
    나이 먹으면서 가장 쪼그라드는게 시간이죠; 그래도 전시 기간이 아직 반 년쯤 남았으니 오다가다 기회를 노려보심이~
  • f2p cat 2021/09/17 03:51 # 삭제 답글

    꽤 오래전 일이지만 천안에 거주하는 친한 친구가 있어서 종종 갔었죠.
    오히려 다들 서울에 살고 있는 요즘보다 그때가 더 자주 어울리고 그랬던 것 같네요.
    그때는 아라리오 쪽보다는 맞은편에서 놀고 그랬는데 말이죠.
    막 '줄리아나 천안' 이런 게 있었더랬는데...
  • glasmoon 2021/09/17 17:32 #

    그러고보니 그 무렵에는 다들 전국적으로다가 놀고 그랬는데요. 흑흑~
    근데 저는 '줄리아나'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 f2p cat 2021/09/17 18:45 # 삭제 답글

    아.. 그거 일본 줄리아나 도쿄 벤치마킹해서 서울에 줄리아나 서울 생기고,
    그걸또 열화카피해서 천안에도 생겼던 나이트 클럽이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꼬질하면서 저렴한 분위기가 나름 정겹고 재밌었던 것 같네요.

    평안한 한가위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 glasmoon 2021/09/18 14:04 #

    설마 그 시절에 20대를 보낸 사람이 그걸 모르려고... 아아 시치미 작전 실패닷!
    천안에도 있었다는건 처음 알았습니다. ^^; 연휴 잘 보내세요~
  • Cboy 2021/09/17 21:28 # 답글

    현재 운영중인 전시인가요? 전시 구성이 좋아보이네요~
  • glasmoon 2021/09/18 14:05 #

    네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고 합니다. 근래 본 전시 중 단연 순위권이었습니다. -ㅁ-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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